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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맞잡은 손으로 더 큰 세상 만들기”
“함께 맞잡은 손으로 더 큰 세상 만들기”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2.21 10: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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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향원 가족과 ‘아름다운 동행’ 열다섯 번째 이야기
20일 제주 적십자회관에서는 미디어제주가 주최하고 롯데면세점과 공동 주관하는 '아름다운 동행' 열다섯번째 발걸음이 시작됐다. 예향원 아이들의 '아빠 엄마' 홍영환 원장과 소진숙 부원장 부부도 이번 행사에 함께 참여 했다.

20일 오후 1시. 제주시 전농로에 위치한 제주 적십자회관 내 제빵실에는 바짝 다가온 봄내음 만큼이나 활기찬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 울려퍼졌다.

미디어제주가 주최하고 롯데면세점 제주점이 공동주관하는 ‘아름다운 동행’, 그 열다섯 번째의 발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행사에는 제주 대표 빵집인 ‘어머니빵집’의 이병선 대표가 직접 오너 셰프로 참여, 사회복지시설 예향원 아이들과 함께 ‘빵 만들기 특강’을 진행했다.

오늘의 메뉴는 바삭한 식감의 ‘초코쿠키’와 달콤하고 부드러운 ‘블루베리 머핀’.

설탕, 버터, 계란,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블루베리, 생크림, 코코아 등 갖가지 재료들이 준비되는 사이 예향원 아이들은 제일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앞치마와 두건으로 멋을 더했다. 기본 세팅이 완료되자 셰프의 안내에 따라 즐겁고 유쾌한 요리 교실이 시작됐다.

적당량의 재료들을 섞어서 기본 반죽을 빚고, 모양 틀 안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쿠키와 빵이 탄생한다. 서로에 대한 양보와 배려는 기본. 동생들을 챙기는 언니, 오빠들의 분주한 손길 덕에 뒤로 슬쩍 물러나 있던 아이들도 두 팔을 걷어붙이고 하나둘 요리 삼매경에 빠져든다.

'어머니빵집' 대표 이병선 셰프가 이날 하루 아이들의 요리 선생님으로 나서 특별한 강연을 펼쳤다.

'어머니빵집’ 이병선 대표는 “아이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배울 때 가장 큰 재미를 느낀다. 요리를 하며 기뻐하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는 것이 제일 큰 보람”이라면서 “남을 돕고 싶어도 능력이 안되면 할 수가 없다.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신념을 전했다.

지난해 6월 현지법인화를 통해 지역향토기업으로 탈바꿈한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윤남호 부점장은 “올해 창립 36주년을 맞아 기념식 대신 소외시설을 대상으로 릴레이 봉사를 진행했다”고 밝힌 후 “많이 부족하지만 앞으로도 지역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0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의축복과 함께 문을 연 예향원. 홍영환 원장과 그의 아내 소진숙 부원장은 빵 만들기 체험에 열중인 아이들을 지켜보며 연신 뿌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눈으로만 보기 아까웠는지 부원장은 아이들 얼굴을 일일이 카메라에 담느라 여념이 없다.

현재 예향원은 어린 아이부터 대학생까지 총27명의 원생이 모여 산다. 그중 부모가 없는 가정은 단 셋뿐이다. 부모와 함께 살아갈 여건이 되지 않는 전국의 아이들이 이곳 예향원 모여 또하나의 가족을 일궜다. 아이들은 원장님 내외를 “엄마, 아빠”라고 부른다.

홍영환 원장은 “이곳에 오는 모든 아이들에게 ‘우리는 한 가정’이라는 말을 인사말처럼 건넨다. 지난 15년 동안 ‘절대로 어디 가서 기죽지 말아라. 니가 기죽어야 될 이유가 하나도 없다. 부끄럽게 여기지 마라’라는 말을 늘 강조해왔다”는 말로 아이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물론 힘들 때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한번 씩 아이들을 보살펴주시는 분들을 보며 많은 힘을 얻는다”면서 “얼마후면 이 아이들이 잘 자라서 어르신들 몇 사람을을 보살피는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도움을 잘 기억하고 나중에 사회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위민희(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과 2학년) 양의 쿠키 만들기 실력을 지켜보며 감탄 중인 행사 관계자들

홍 원장의 꿈은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2000년도 첫 원생이었던 아들이 대전의 장애인 시설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이다. 부산과 제주 지역 복지관에서 활동하는 아이들도 있다. 또한 현재 예향원의 가장 맏딸인 위민희 양 역시 묵묵히 언니, 오빠들의 뒤를 밟고 있다.
 
위민희(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과 2학년) 양은 “올해가 지나면 예향원을 떠나게 된다. 언제까지 이곳에서 살 수는 없다. 물론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래도 떨어져 지내면서 가족들과 서먹해질까봐 걱정”이면서 6년 동안 함께 해온 안식처를 떠나야 하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이어 위민희 양은 “졸업 후에는 노인이나 장애인 복지 쪽을 지망할 계획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왕이면 내 손이 더 필요한 곳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국가적 관심이나 후원금이 아닌 주변과 지역 사회의 도움이다.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의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로 맏딸다운 당찬 모습을 보였다.

갖가지 재료들이 하나로 어우러져야 진정한 맛이 나오는 음식과 같이 우리네 인생 길도 혼자만의 질주로는 완성될 수 없다. 나보다 낮은 사람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고, 함께 맞잡은 손으로 더큰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동행’, 그 희망의 발자욱은 열여섯 번째 걸음으로 이어진다.

요리삼매경에 빠진 예향원 아이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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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존~~ 2016-02-21 15:08:08
아름다운 동행 참으로 좋지요~~
애향원의 아이들과 빵만드는 추억을
제주의 명소 '어머니 빵집'과 함께 만들어서
더욱 아름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