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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밭담’에 담긴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제주밭담’에 담긴 제주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2.13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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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 토론회 ‘성료’
2014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이어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선정된 '제주밭담'. 토질, 밭담의 높이, 계절별 바람의 세기에 따라 달라지는 재배 작물이 제주밭담의 경관을 완성한다. (사진제공_김환철)

제주의 대표적인 풍경을 꼽으라면 어디가나 볼 수 있는 제주 밭담의 경관을 빼놓을 수 없다.

밭 주변에서 나오는 돌들을 얼기설기 쌓아놓아 만든 제주밭담은 2014년에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세계적인 농업시스템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발맞추어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이 ‘2016년 지역행복생활권 선도 사업’으로 선정됐다. 제주밭담의 재평가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나 공론화 과정이 아직까지 미비한 현실이다.

12일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 토론회’를 통해 제주밭담에 담긴 어제와 오늘의 현실을 반추하고 내일의 가치를 조망해보았다.

# 어제 - 천 년을 쌓아온 제주의 정신, 흑룡만리 제주 밭담

화산섬으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대부분이 자갈밭이어서 예로부터 논농사가 어려웠다. 제주인들은 돌밭에서 돌을 캐내고 고르면서 밭을 일구어 생계를 꾸려갔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돌들을 쌓아놓기 시작한 것이 밭담의 기원이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검은 현무암의 모습이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흑룡만리’라는 별명을 가진 제주밭담은 그 총길이만해도 2만 2000km를 자랑한다. 이는 지구 둘레 반이 넘는 길이이며 중국의 만리장성 보다도 3배 이상이 길다.

또한 제주밭담의 구불구불한 선의 모습은 바람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거나 원형 그대로의 상태를 유지하며 토지를 나눈 결과라는 설이있다. 혹은 ‘자녀균분상속제’라는 제주 고유의 풍습으로 모든 자녀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기 위해 규모가 작아졌다는 견해도 있다.

제주밭담은 척박한 제주 땅의 환경을 극복한 독특한 농업 시스템이자 공동체적 삶의 방식이 녹아있는 제주 문화유산의 보고다.

12일 제주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 토론회'. 지역 주민들이 행복하고 모두가 건강해지는 마을만들기의 첫걸음이 시작됐다.

# 오늘 – 제주밭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이어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에 선정

지난 2월 4일 정부는 ‘2016년 지역발전위원회 지역행복생활권 선도사업’으로 ‘제주밭담(FAO 세계 중요농업 유산)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을 선정했다.

사업 추진 기간은 3년이며, 약40억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이다.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은 문화와 경관, 생물 다양성 등 세계적으로 중요한 전통 농업유산을 계승‧보호하고자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에서 만든 제도로, 현재까지 GIAHS에 등재된 우리나라 농업유산은 ‘청산도 구들장 논’과 ‘제주밭담’ 뿐이다.

한편 박근혜 정부는 1차 생산물, 2차 가공, ‧3차 서비스업을 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6차 산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바 있다.

이에 제주밭담이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으로 선정, 지역과 농촌 경제 및 제주관광을 아우르는 미래성장동력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 내일 – 주민이 행복하고 건강한 마을 만들기

12일 제주발전연구원에서는 제주시의 주최로 ‘제주밭담을 활용한 농촌마을 6차산업화 사업 토론회’가 열렸다. 제주밭담의 사회적 공론화가 첫 걸음을 뗀 것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오성익 지역발전위원회 생활권총괄과장은 '밭담이라는 지역 공유자원을 활용한 주민행복 증진'에 방점을 찍었다. 이를 위해 선택과 집중,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승진 제주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 브랜드화를 통한 농촌마을 6차 산업화 △제주밭담 농촌관광을 통한 소득 및 일자리 창출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역커뮤니티 구축 등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김상훈 (사)플러스생활복지연구소 이사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된 방사능 물질인 라돈이 방출되지 않는 안전 물질로 제주 현무암을 치켜세우며, 심적 치유를 포괄한 ‘건강공동체 제주밭담’을 핵심 가치로 내놓았다.

이어 진행된 토론회에서 한찬호 제주창조경제 제2혁신센터 차장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위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중요성을, 안은주 올레사업단 사무국장은 기존의 컨텐츠와 플랫폼을 활용해 단기적인 성과와 거시적 발전의 접점을 찾는 방안을 제안했다.

제주밭담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제주가 있다. 천 년을 쌓아온 제주의 정신, 제주밭담은 주민들의 행복이라는 기초돌 위에 그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단단한 윗돌로 쌓여야 건강한 미래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밭 주변의 돌들을 얼기설기 쌓아놓은 밭담은 바람구멍이 있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다. 제주밭담은 척박한 환경을 딛고 살아온 옛 제주인들이 지혜가 담겨있는 소중한 문화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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