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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란 ‘기억’을 근간으로 해야”
“도시재생이란 ‘기억’을 근간으로 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2.02 05:2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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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건씨 박사학위 논문 통해 “소단위 지역자산 활용” 제시
“도시가 지속가능하려면 정체성과 커뮤니티가 필수 요소”

도시재생이란 말을 많이 꺼낸다. 예전 도시재생은 있는 걸 모두 없애는 재개발이 위주였으나 그런 틀은 서서히 깨지고 있다. 정부도 특별법을 제정해 도시재생의 새 틀을 짜고 있다. 그래서 최근 일어나는 도시재생은 ‘재활력’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리헤비테이션(rehabitation)’이라는 말이 붙는다. ‘리헤비테이션’이 이뤄지려면 가장 중요한 건 현재 그 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에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해 4월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활성화 사업’을 공모, 올해 대상지로 최종 선정됐다. 원도심을 개발할 동력을 얻은 셈이다. 그런데 원도심 개발을 어떻게 할지가 관건이다.

하지만 제주시 원도심 개발은 이미 모든 걸 맞춘 상태에서 진행된다는 느낌이다. 그건 자칫 최근 도시재생에서 강조하는 ‘기억’을 토대로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마침 ‘기억’을 토대로 한 도시재생의 방안을 내놓은 박사학위 논문이 발표돼 관심을 끈다. 현재 가우건축 대표로 있는 양건씨가 ‘지역자산을 활용하는 수복형 도시재생 방안에 관한 연구-제주시 무근성 지역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을 내놓았다.

양건씨는 지난 2013년 5월부터 10월까지 제주시 무근성 일대를 전수조사, 현재 이 일대에 살고 있는 이들의 기억을 찾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연대별 도로변화를 분석했다. 제주성을 철거한 1925년부터 최근 도로망이 완성된 2014년까지 분석한 결과 모두 10개의 연대별 변화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가운데 기억의 공간으로 가장 많이 남은 곳은 1985년부터 1989년사이였다.

논문이 ‘수복형’을 제시하는 건 바로 여기에 있다. ‘수복’이란 기억을 복원하는 의미로, 기억속에 있는 공간을 의미한다. 일제 당시의 기억은 현재 살고 있는 이들에겐 아예 존재하지 않고, 가까운 과거는 커뮤니티를 공유한 기억들이 있다. 이와 달리 현재는 가로망의 확대로 커뮤니티가 붕괴된 면이 없지 않다.

바로 도시재생이란 커뮤니티를 공유한 기억들을 되살리는 작업이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도시가 된다는 의미이다.

양건씨가 도시재생을 주제로 한 박사논문에서 제주시 무근성 일대를 분석한 결과, 4개의 커뮤니티를 찾아냈다. 이들 4곳은 각각 개발 방식에 대한 차이를 드러냈다. 즉 도시재생은 무조건적으로 밀이붙이는 방식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양건씨가 무근성 일대를 전수조사한 결과 4개의 커뮤니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바닷가인 탑동 서쪽인 A지역, 예전 소주공장이 있던 탑동 일대인 B지역, 피난민 주거지가 있던 C지역, 목관아를 중심으로 한 D지역 등의 커뮤니티의 차이점을 발견했다.

특히 4개의 영역별로 개발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을 찾아냈다. A지역은 거주환경 개선에 대한 욕구가 높았다. B지역은 현재 상업지역과 연계돼서인지 경제활성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C지역은 문화 및 정체성 제고와 거주환경 개선을, D지역은 문화·정체성 제고에 대한 관심이 다른 분야를 훨씬 앞질렀다.

논문은 원도심이라는 큰 그림의 틀로만 개발을 진행하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문제를 던진다. 각각의 소단위별로 도시재생에 대한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양건씨는 “도시가 지속가능한 생명체적 속성을 유지하는데 도시의 정체성과 커뮤니티가 필수 요소이다”며 “지역자산을 발굴하는데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사전조사의 비용과 기획을 지원하고 전담할 법제적·행정적 시스템에 대한 연구가 한계였다”고 밝혔다.

개인연구의 한계는 거꾸로 행정에서 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원도심 도시재생활성화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제주시 원도심. 논문처럼 현재 살고 있는 이들의 기억을 되살리는 소규모 단위 도시재생을 추진하면 어떨까라는 제안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그 땅을 지키는 이들을 일일이 면담하고, 그들의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이 중요하다. 물론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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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걱정이라! 2016-02-03 12:57:26
다 좋은데 그런데....!!
이번 제주의 시범사업 내용을 보면 그 아이디어의 대부분의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건지 뻔히 보이고 누구가 사업비 200억을 갖다 쓸지 예상이 되니 걱정이라.
뻔한 테스크포스팀과 개념도 없는 용역진을 선정해놓고 마무리 해 놓은 꼴이 걱정이라.
나라 빚이 많다는데 몇분 나눠먹기로 제주의 도심재생 사업이 될까봐 걱정이라.
관심있걸랑 한번 도심재생 사업이랜 늘어놓은거 한번 검토해봐봐!
누가 할꺼라! 아이디어 낸 사람이 할 꺼 아니? 주민 생각은 허는지 원...ㅉㅉ.

당연히해야~~ 2016-02-02 13:30:34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도심 재생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것 곧 제주를 살리는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