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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만든 예술…‘오름’에 숨겨진 1000가지 표정
시간이 만든 예술…‘오름’에 숨겨진 1000가지 표정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1.29 11: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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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남수 작가 “사진은 대상이 건네는 느낌을 그대로 담아내는 것”
신인숙_'오름 꽃'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제주문예회관 제1전시실에서 개최된 ‘섬에서 부는 바람’ 사진전. 오름에 빠진 고남수 작가와 그의 제자들은 1000가지 표정의 ‘오름 만상’을 전시장에 내걸고 관람객들의 발길을 멈춰세웠다.

대부분 제주 섬에서 나고 자란 회원들로 구성된 모임인만큼 이번 전시 주제인 ‘오름’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들에게 오름은 유년 시절을 뛰어놀던 ‘뒷동산’이자 ‘삶의 터전’이었다. 또한 나이가 들어 묻히는 ‘영혼의 안식처’였다. 4‧3이라는 굴곡진 역사의 소용돌이에서는 생과 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피난처’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통상 1년의 준비 기간을 거치는 여느 사진전과 달리 이번 전시를 열기까지 꼬박 2년의 시간이 소요됐다. 제주를 담고 있는, 어쩌면 그 자체가 제주인지 모를 ‘오름’이기에 더 많은 고민과 더 오랜 정성을 쏟아부어야 했던 것.

한미정_'별 오름' 외

직접 전시에 참여한 한미정(제주시 노형동) 씨는 “제주인으로서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다" 소회를 밝혔다. 이어 “오름 작업을 통해 깨닫게 된 제주는 밖에서 바라본 시각과 굉장한 차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미정 씨는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변해가는 제주의 모습이다. 풍차와 전봇대,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산책길로 인해 오름 자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14년 동안 오름 사진에 뛰어들어 현재까지 100여점의 작품을 완성한 고남수 작가는 기록으로서의 가치 그 이상의 본질로 오름에 대한 철학을 제시했다.

고남수 작가는 “사진의 특성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록적 의미를 갖게되지만 변해가는 오름의 모습을 찍기 위한 활동은 아니었다. 그러나 환경의 변화는 분명히 존재하는 현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그보다 오름만이 가지고 있는 미학을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오름은 육지부의 산과는 다른 아주 아름다운 곡선들이 있다. 남을 억압하거나 위협하는 날카로움이 아니라 부드럽고 자유로운 곡선이 곧 오름의 미학”이라고 나름의 작품관을 풀어놓았다.

강용언_'왕이메'

그에게 오름은 피사체로서의 단순한 도구를 뛰어넘어 함께 공감하고 마음을 나누는 소통의 대상이다. 아직도 귀기울여 들어야 할 이야기가, 지켜봐야 할 표정이 많이 남아있기에 고남수 작가에게 오름은 평생의 도전일 수밖에 없다.

고 작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지겨워지는게 아니라 사실은 그 대상의 본질에 더 가까이 다가서는 느낌이다. 인위적이지 않게 아니라 그 대상이 건네는 느낌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진짜 사진”이라고 강조했다.

그제서야 전시회장 벽면에 빼곡하게 걸려 있는 오름 안의 세계가 보인다.

오름의 곡선이 그려놓은 삶의 길을 함께 걸어 본다. 멀리 또는 가까이, 그 위에 혹은 그 아래에서 바라보는 오름의 풍경이 모두 다른 이야기를 건넨다. 그 뿐인가. 형형색색의 구름, 나무, 꽃, 별, 비, 바람의 소리까지 들리기 시작한다.

때론 사람도 풍경이 된다. 새벽길에 오름을 찾은 사람들, 오름 위를 신나게 뛰어오는 아이들, 풀을 뜯어먹는 소와 말, 작은 풀벌레까지... 오름 안에 너와 나, 우리가 살고 있었다.

고남수 작가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사진 역시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대상의 본질을 볼 수 있다”면서 “오름과 친해지고 싶다면 뒤짐 지고 편하게 걸어봐라. 올라서도 보고 아래에서도 보라. 그러다보면 그 속에 숨어있는 곡선과 작은 꽃들의 아름다움이 보일 것”이라고 살짝 귀뜸했다.

작품 감상 중인 한미정 씨와 두 아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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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아늑해요 2016-01-30 12:12:26
오름은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아늑한 곳입니다~~
이런 소중한 자원을 우리 모두가 아끼는 노력으로
후세에 좋은 오름문화를
유산으로 물려줘야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