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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품 감귤, 잔여 전량을 수매해야...
비상품 감귤, 잔여 전량을 수매해야...
  • 미디어제주
  • 승인 2016.01.26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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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오상철, 서귀포시 토평동 거주 농민
오상철, 서귀포시 토평동 거주 농민

‘464번’

위 번호는 도 농정당국의 가공용감귤 처리방침에 따라 위탁기관으로 선정된 서귀

포농업협동조합(조합장 현영택, 이하 농협)에 접수된 나의 신청순번이다. 날짜는 대략 2주일여 남은 2월 중순 쯤이 될 것 같다. 불과 몇 주 전만해도 도내 지역단위농협 가공용 처리센터에는 이른 새벽부터 가공용 감귤을 처리하고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농민들의 차량행렬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차량들은 바쁜 수확시기에 1~3일 대기시간을 감수하며 가격폭락으로 인해 손해를 보면서도 팔아야 하는 농민들 모습에 내 가슴도 메여온다. 많은 인력과 대기시간을 투입되는 것 또한 안타까운 마음뿐이었다.

다행히 올해 1월초부터 가공용감귤 수매가 사전예약제방식으로 개선되어 번거로움이 다소나마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인당 최대 60개의 콘테나가 허용될 뿐이어서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창고 안에서 다량의 부패과가 발생할 수 있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고 본다.

조생감귤 수확은 대개 11월초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작년도에는 한차례의 태풍도 지나가지 않았고, 비교적 비가 오지 않는 맑은 날씨 덕분에 밀감품질이 좋았다. 그러나 수확철을 맞아 잦은 비 날씨로 인해 밀감수확이 지체되고 미뤄지는 바람에 감귤품질이 현저히 나빠지게 되었다. 또한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손부족현상도 수확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해서 작년도 비상품감귤은 평년 기대치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좋은 가격을 보장한다고 여겼던 작년도의 수확예상량 53만 9천톤, 감귤홍보와 소비촉진을 위한 12월1일 감귤데이 제정, 비상품감귤의 시장진입통로 원천차단조치 등 감귤가격보장을 담보하기 위한 일련의 감귤혁신시책을 실시하는 원년에서부터 터무니없이 낮게 형성되는 판매가격은 감귤농가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감귤가격 하락현상에 더디게 진행되는 비상품감귤 수매절차라는 악재가 겹친 것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생활비는 고사하고 농약대금지불불능사태가 남 일이 아닌 현실이 되어 우리들의 눈앞에 다가올게 분명하다. 아직도 수확이 되지 않은 감귤과 가공용감귤 수매순번을 기다리지 못해 과수원 땅바닥에 버려지는 감귤을 보는 농가의 시름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도 농정당국은 하루하루 타들어가는 농심을 달래고 농가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시책을 강구해주었으면 한다. 서귀포 농협담당자의 말에 따르면, 비상품감귤 1차 산지폐기가 지난 1월13일(수) 끝을 맺는다고 하였다. 이를 계기로 다소나마 농가의 근심어린 마음을 달래주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연 50억이면 비상품감귤 가공용수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제주의 생명산업이라고 일컫는 감귤산업을 보호하고자하는 도 당국의 의지가 있다면 그 산업의 종사자인 감귤농가의 시름을 덜어줄 수 있는 방안으로써 일일 가공용감귤 수매확대 등의 방식을 통해 비상품감귤 잔여전량을 가급적 빨리 수매하거나 산지폐기를 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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