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건축행위는 무척 까다롭다. 우리가 문화재급으로 여기는 고건축이 많은데 얼핏 보면 현대건축보다는 쉬워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잠깐, 여기서 고건축을 살짝 읊고 본 얘기를 시작해보자. 예전에 움집에 살던 때가 있다.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지만 우린 유적으로 어떤 형태의 집이 있었구나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당시엔 기초 작업이 지금과 같지 않다. 기둥으로 쓸 나무를 그냥 땅에 박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러면서 문제가 생긴다. 기둥이 썩게 된다. 기둥을 그냥 땅에 박는 걸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쓴다면 ‘굴립주(掘立柱)’라 부른다. 말 그대로 ‘구멍을 뚫어 세운 기둥’이 된다.
‘굴립주’ 기둥 형태가 움집 단계 이후에도 나타나기는 하지만 최대의 단점은 앞서 거론했듯이 기둥이 썩는다는데 있다. 그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하는 게 기초를 더 단단하게 다져서 기초석 위에 나무를 얹는 형태로 바뀌게 된다.
그렇다고 기초석을 바닥에 그냥 툭 하고 던져놓는 건 더더욱 아니다. 기초를 다지는데 엄청난 공을 들인다. 달구로 흙을 다져서 기초를 단단하게 하거나, 물을 부어가면서 모래를 층층이 다지는 기초도 있다. 아예 돌을 흙 위에 다져넣어 기초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기초를 튼튼히 한 상태에서 기초석이 등장하고, 그 위에 기둥이 될 나무를 얹게 된다.
특히 고건축은 건축 부재가 무척이나 복잡하다. 고건축을 보면 기둥 위에 공포를 얹히는데 얼핏 보기만 해도 눈이 어지럽다. 주두, 첨차, 살미, 소로 등의 부재가 하나씩 올라가며 얼기설기 얽히는 구조가 된다. 그것 말고도 더 있다. 한국건축의 세부용어는 솔직히 얘기하면 1000개가 넘는다. 못을 쓰지 않고 그 많은 부재들을 얽혀 만들려면 ‘처음부터’ 일처리가 정확해야 한다.
우리의 고건축을 말한 이유는 딴 데 있는 게 아니다. 제2공항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고 싶어서다. 주민을 대상으로 한 제2공항 설명회의 문제점을 전에 거론한 기억이 있다. 장소를 옮겨서까지 강행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불렀고, 소통의 문제도 등장했다.
제2공항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는 소통이 분명 중요한데, 오늘(13일)도 다소 소통에 문제가 드러난 일이 일어났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제2공항과 관련된 민원을 현장에서 듣기 위해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를 가동하며 현판식이 끝나서야 보도자료를 내밀어 홍보를 도와달라고 했다. 현판식은 13일 오전 9시가 좀 넘어서 시작됐다. 그런데 보도자료는 현판식이 끝난지 1시간 후에야 나왔다.
기자들은 따졌다. “현판식을 사전에 공지하지 않고, 언론도 모르게 진행을 했느냐”고. 담당자는 “현판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무실 개소가 주가 됐다. 이해해달라”고 했지만 썩 개운치는 않다.
기자들이 가면 주민들이 반대를 하러 쫓아오는 게 아니지 않는가. 반대로 주민들이 반대를 하는 행사에 기자들이 몰리는 게 아니지 않는가. 설마 현판식 행사를 사전에 공지하면 기자들이 몰려들고, 반대 주민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걱정을 한 건 아닐까. 그건 아니겠지. 제주도가 제2공항의 해결을 위해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를 만든 건 분명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고 믿어보겠다.
앞서 ‘굴립주’는 썩는다고 했다. 썩지 않으려면 더 확실한 기초작업을 한 뒤에 나무기둥을 세워야 한다. 한국건축의 용어는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하나라도 틀어지면 모든 건축행위가 어긋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제2공항의 출발이 다소 비틀어진 면이 없지 않지만, 제발 성산읍특별지원사무소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야말로 100% 들어주는 소통의 장이길 기대한다. 물론 언론은 그걸 지켜볼 것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 당시하고 현 시대의 차이를 알긴 하는 건지요?
아시오님도 공무원인 것 같네요~~
바람잡지 말고 과거운운하지말고
진정 도민을 위한 일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아시요.
먼 일이든 당당하게 추진하고,
분명히 도민이 무엇이 좋다는 걸 말하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