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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전강 폐지 ①] “교육감님, 저희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영전강 폐지 ①] “교육감님, 저희도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1.09 13: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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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강경식 의원실 주재로 ‘영전강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간담회’ 열려
2019년까지 119명 단계적 해고... 도교육청, 전국 최초 '영전강' 폐지

지난달 30일 제주도교육청이 도내 영어회화전문강사(이하 영전강) 119명에 대한 ‘재계약 해지’ 방침을 발표, 도내 강사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제도를 폐지한 것은 전국에서 제주도가 처음이다. <미디어제주>는 지난 8일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을 중심으로 이번 도교육청의 방침에 관한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입장과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2회에 걸쳐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8일 오후 4시 도민의 방에서는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강경식 의원실의 주재로 개최됐다.

8일 오후 4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는 강경식 의원실의 주재로 ‘영어회화전문강사 고용안정을 위한 정책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강경식 의원, 강시백 의원, 부공남 의원, 도교육청 관계자 및 이시정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사무처장과 도내 초·중등 영어전문강사들이 참석했다.

간담회가 시작되자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 영어회화전문강사들의 절박한 호소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한라초 이현의 강사는 “지난 2013년 8월 30일 국가인권위는 영전강의 고용 주체를 학교장에서 국가와 광역자치 단체로 개정할 것과 영전강의 무기 계약직 전환 등 고용안정 대책 마련을 권고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현의 강사는 “또한 4년 계약 만료를 이유로 해고 당한 광주시 소속 강사에 대해 2015년 12월 21일 중앙노동위는 전남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을 취소, 부당해고를 인정했다”며 “제주도는 교육감의 일방적 통보로 2019년까지 119명의 강사들이 교육현장에서 한명씩 사라지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했다.

강사들의 현장 발언이 이어지는 내내 곳곳에서 해고 상황에 놓여있는 영전강 선생님들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가 이어졌다.

이어 도교육청의 ‘영전강 폐지’ 공문 발송 후 해고통보를 받은 강사의 증언이 계속됐다.

세화중 강은심 강사는 현장발언을 통해 “중등영어 2기 선발시험으로 2010년부터 현재까지 6년 동안 동학교에서 근무했다. 대부분 계약 시점에서 4년까지 기간을 보장해주나 지난달 교육청 지침이 전달된 직후 2년의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2월까지만 근무하라는 해고통지를 받게됐다”며 울먹이는 목소리를 말했다.

학교 측은 강은심 강사에게 올해부터 혁신학교로 선정, 분반 수업을 하지 않게 되어 추가 강사가 필요치 않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노조 개입으로 면담신청이 이뤄지자 학부모가 강사를 원치 않는다, 학업 효과가 없다, 선생님이 성실하지 않다, 등의 이유로 해고사유가 바뀌었다.

강은심 강사는 “만약 그런 이유라면 어떻게 한 학교에서 6년을 근무할 수 있었겠냐”고 강한 어조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내 아이도 영전강 선생님께 수업을 받는다. 만약 내 딸이 왜 갑자기 선생님이 사라졌고, 왜 엄마는 출근을 하지 않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야 하나. '단 한 명의 학생도 버리지 않겠다'고 하신 이석문 교육감께서, 그 마음으로 저희를 포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냐”고 눈물로 호소했다.

동광초 이희진 강사는 학생이 직접 손으로 만들어준 감사의 편지를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행복한 시간을 제발 빼앗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순간 장내를 가득 메운 강사들의 훌쩍이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한동안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2011년 교육청 채용으로 5년째 수업 중인 동광초 이희진 강사는 "2014년 여름, 9월에 열리는 초등영어말하기대회 준비로 초과 수당 없이 매일 연습했다. 지문 인식이 안돼 체육관에서 연습 후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나면 10시가 넘어 귀가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희진 강사는 “놀랍게도 대회 참가 역사상 최초로 동상을 받았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왔는데 해고지침을 듣게 됐다. 복잡한 심경이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을 생각하면 걱정이 싹 사라진다. 저도 모르게 웃게 된다. 나라에서 알아주지 않아도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다”며 눈물 섞인 발언을 마무리했다.

강사들의 현장 발언이 끝난 후 강경식 의원은 “먹먹한 가슴으로 이야기를 들었다”고 입을 열었다.

강 의원은 “비록 비정규직이기는 하나 우리 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가르쳐왔는데 왜 교단을 떠나야하는지, 그 결정을 재고할 수 없는지, 교육 가족으로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 수 없는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이에 교육청의 입장을 밝혀주시라”고 마이크를 넘겼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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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ㅠㅠ 2016-01-09 20:39:45
직장을 만들어 주지는 못할망정 있는 직장마져 그만두게 하는 정책을 왜 해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일인데 또 이런 일에 제주가 먼저 앞장서는 것도 그러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