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22:34 (목)
위안부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위안부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6.01.05 11:1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년의 집념... 5만2000명 9억원의 후원금으로 5~6일 제주 시사회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작품 ‘태워지는 처녀들’. 자신이 직접 겪은 비참한 실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경북 상주의 어느 마을. 16살 소녀가 밭에 나간 부모님을 기다리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었다. 그 사이 일본군이 마당으로 쳐들어왔다. 소녀는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며 하염없이 “엄마”라는 두 글자를 불렀다.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일 수십 명의 일본군들이 줄지어 찾아왔고 소녀는 갈기갈기 찢겨졌다. 그후 장티푸스라는 모진 병마와 싸우다 트럭에 실려나갔다. 도착한 곳은 병원이 아닌 구덩이 앞. 병에 걸린 위안부 소녀들이 총살을 당하고 불태워졌다.

마침 광복군과 일본군의 교전이 벌어져 소녀는 그 지옥의 구덩이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할머니의 실화다.

14년의 집념 끝에 영화 ‘귀향’을 완성한 조정래 감독

“2002년 나눔의 집에 봉사 활동을 하러 갔다가 강일출 할머니의 ‘태워지는 처녀들’이란 작품을 봤어요. 너무 큰 충격을 받았죠.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그때 처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진실을 알았고 뭐든 할 수밖에 없었어요. 할머니들을 만나면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그날로 ‘귀향’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어요” 

조정래 감독(43세)과 영화 '귀향'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모두가 무모하다고 얘기했다. 현실을 직시하라고 만류했다. 개봉조차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백방으로 뛰어도 투자자를 구할 길이 없었다. 그러다 기적이 찾아왔다.

“우연한 기회로 크라우드 펀딩('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에 참여하게 됐는데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위안부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100원, 200만원이 쌓여서 엄청난 산이 만들어졌어요. 그 소중한 금액이 없었다면 절대로 만들어질 수 없었던 영화였죠.”

5만2000명의 후원으로 총 제작비 9억원이 모아졌다. 그리고 오직 국민의 힘으로 영화가 탄생했다. 14년만의 결실이었다. 조정래 감독은 정식 개봉 전, 후원자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무료 시사회를 진행 중이다. 5일과 6일 이틀 동안 제주에서도 영화 ‘귀향’ 시사회가 열린다.

"지방 시사회는 제주도가 마지막이네요. 제주도는 저에게 너무나 감사한 곳이에요. 첫 장편 데뷔작인 ‘두레소리’가 음악 영화이었는데 특이하게 제주도 전역을 돌면서 음악 공연과 상영을 같이 했어요. 그리고 위안부 소녀 역을 맡은 우리 영화의 주인공 강하나 양이 재일동포 4세에요. 원래 뿌리가 제주도인거죠.”

위안부 비극을 다룬 영화 ‘귀향’의 스틸컷.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 4세 강하나 양이 주인공 위안부 소녀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20만 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중 살아 돌아온 할머니는 정부등록 기준 238명이며 지금까지 생존한 사람은 46명 뿐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1992년 1월 8일을 시작으로 일본 대사관을 향해 끊임없이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이제 스크린을 통해 이 비극의 실상에 대한 질문을 던질 작정이다.

“며칠 전 위안부 문제 합의 결과를 보고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그들의 불가역적 최종 합의라는 것이 24년간 할머님들께서 주장하신 내용과 너무나 거리가 멀거든요. 그 긴 시간 동안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기 위한 노력이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서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지난 12월 28일 한·일 양국은 외교장관 회담을 열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동합의문을 체결했다. 아베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는 물론 일본 정부의 책임조차 언급되지 않은 협상안으로 인해 피해 할머니들은 ‘위안부 합의 전면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전쟁이 일어나면 노약자, 특히 여성과 어린이들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게 됩니다. 우리 영화는 그러한 전쟁의 참상, 폭력의 극단에 내몰린 인권의 가치를 보여주는 영화예요. 지금도 세계에는 크고 작은 폭력이 일어나고 있어요. 시리아 내전, IS 문제 등 아직도 진행형인거죠. 우리 영화가 그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영화 '귀향'의 스틸컷. 올해 3월 전국 개봉을 목표로 국제영화제 출품도 중비 중이다.

영화 ‘귀향(鬼鄕)’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귀향(歸鄕)’이 아닌, ‘귀신’의 넋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조정래 감독은 타향에서 억울하게 희생당한 한 분 한 분의 넋이 이제라도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염원을 제목에 담았다.

'귀향'은 3월 전국 상영을 목표로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이와함께 국제영화제 출품을 진행 중이다. 전쟁의 고통 앞에 스러져간 이 땅의 작은 생명들에게 바치는 추모작 ‘귀향’. 조정래 감독과 5만2000명의 간절한 마음이 이제는 전 세계인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로 울려퍼질 차례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가슴의 아픔 2016-01-05 14:29:03
우리나라와 중국의 가장 큰 가슴의 아픔이다. 전쟁의 비극이지만
잔악한 일본놈들의 만행을 정부가 나서서 쓰라린 이 아픈 가슴을 어루만져줘야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