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선, 그림 그리고 삶
점, 선, 그림 그리고 삶
  • 홍기확
  • 승인 2016.01.04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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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08>

# 1. 의미부여

 2016년. 새로운 해의 새로운 날이다.
 동물은 소리로써 의사를 표현하고 전달한다. 다만 인간과 다른점은 소리를 분절하여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원숭이가 깩깩대며 위험을 동료에게 알린다면, 인간은 ㅇ+ㅜ+ㅣ+ㅎ+ㅓ+ㅁ+ㅎ+ㅐ, 이렇듯 분절된 8개의 소리를 결합하여 언어로써 소통한다. 여기에 더하여 인간은 ‘새로운 해의 새로운 날’처럼 언어와 숫자에 추상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 2. 점

 우리는 살면서 무수한 점을 만들어낸다. 하루에도 수 백 번의 결정을 하고, 이러한 점들은 여기저기 찍힌다.
 태어나면서부터 멜라닌 색소가 집중된 ‘몽고반점’이 새겨지고, 특징적인 큰 점 이외에도 눈물점, 콩알점 등이 사방에 박혀 있다. 살면서는 실수, 사고 혹은 문득 자해로 예상치 못함 점이 흉터로 남고, 늙어가면서는 검버섯이라는 점이 온몸에 돋아난다.

 잊고 싶은 점도 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점들, 후회하고 싶은 점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좋은 점도 있다. 우정, 사랑, 출산, 육아 등등.

 이러한 점들은 서로 연결되어 점선이 된다.

# 3. 선

 점선 한 개는 직선이다. 점과 점을 연결하니 당연한 모양새다. 하지만 두 번째 점선을 만드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결정이 아니다. 인생을 두 번 살지 않는 이상 점과 점은 끊김 없이 연결될 수밖에 없다. 처음의 잘못된,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은 평생 동안의 밑그림에 남아있다. 도화지에 그린 밑그림은 지우개로 지울 수 있지만, 인생이라는 도화지에는 애초에 지우개가 없다.

 점과 점을 연결하다보면 기존에 연결한 점선과 교차하는 선이 만들어진다. 교차하는 점을 인생용어로 치면 ‘기억’ 혹은 ‘추억’이라고 한다.

 한편 선들을 무수히 만들다 보면 처음에 찍은 점과 만나는 경우가 있다. 그 점을 꼭지점이라고 하며, 이때 첫 번째 그림다운 그림이 생긴다. 인생용어로 치면, 자기가 그린 그림이 무엇인지 다른 이들이 알 수 있는 ‘어른’이 된다. 이때부터는 ‘잘 그린 그림’인지, ‘못 그린 그림’인지 성가신 외부의 평가가 가해진다.

# 4. 그림

 밑그림을 그린 후에는 색칠을 한다. 탄생한 성격을 다른 색으로 바꾸고, 남들 보기에 적절하게 화장하는 것처럼 이색 저색으로 덮는다. 하나의 색으로 표현하기에 그림은 점점 복잡해지고, 나중에는 ‘내가 무슨 색을 칠하고 있는 거지?’하며 이따금씩 멀찍이 떨어져서 자신의 그림을 바라본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소소한 직선들은 곡선처럼 연결되어 부드러운 구배를 형성한다. 또한 세월이 흘러가고 늙어가며 자신의 그림보다는 자녀, 손주, 다른 이들의 그림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림에 마침표는 있을까? 마침표는 단 하나다. 붓을 놓는 순간 마침표를 찍는다.

# 5. 삶

 삶이란 나의 그림과 무수한 다른 이들의 그림이 모여 형성된다. 내 그림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의 그림도 중요한 법이다. 이렇게 삶은 다른 이들의 그림과 굵거나 얇은 선으로 연결된다.


# 6. 계속되는 이야기

 우리네 삶은 잠시의 단절이 있을지라도 하루하루 선택이라는 점과 선택이 모인 선들, 선들이 어우러진 밑그림들이 있다. 이런 밑그림은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삶이 되고, 삶의 구석구석에는 다른 이들의 그림과 연결된 선들이 존재한다.

 새로운 해의 새로운 날. 도화지를 펼친다. 작년에 그린 그림들은 어지러이 펼쳐 있다. 그림도구를 꺼내어 다시금 그림 그릴 준비를 한다.

 이렇듯 이야기는 계속된다. 피할 수 없는 그림그리기 숙제. 붓을 놓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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