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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많은 ‘제주’ 원숭이 3총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재주’ 많은 ‘제주’ 원숭이 3총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5.12.3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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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조련사 김준표 씨와 ‘조이’·‘왈순이’·‘신혜’의 좌충우돌 이야기
2016년 원숭이 해를 맞아 P 랜드의 제주 원숭이들이 신년 메시지를 보내왔다.

2016년 붉은 원숭이해를 맞아 '제주'의 '재주' 많은 원숭이 3총사가 ‘미디어 제주’ 독자에게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를 기원하는 신년 메시지를 보내왔다.

서귀포 중문 퍼시픽랜드 소속 ‘조이’와 ‘왈순이’, ‘신혜’. 원숭이 조련사 김준표 씨가 강력 추천하는 재기발랄 개성만점 원숭이 3총사의 에피소드와 함께 새해 주인공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준표 씨와 원숭이 3총사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1년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숭이 조련사 김준표 씨와 원숭이 가족의 대장, 카리스마 조이. 17살 조이는 회전점프, 공타기, 드럼연주에 능하다.

먼저 '조이'는 원숭이 가족의 대장이다. 대학에서 동물 조련을 전공하고 처음 조련사 일을 시작한 준표 씨에게 조이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공연이 끝난 어느 날, 사육실에 들어가지 않고 버티는 조이의 등을 살짝 밀치자, 위협을 느낀 조이는 주저할 것 없이 준표 씨의 손을 물어버렸다. 그후 준표 씨는 한동안 손을 쓸 수 없었다.

“원숭이들을 무조건 귀엽고 똑똑하고 재주 많은 동물이라고만 생각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물론 맞는 말이지만 가끔 예외일 때가 있어요. 원숭이 세계는 위계질서가 강헤서 무조건 기 싸움이라는 걸 하거든요. 약한 사람을 금방 알아봐요. 또 위협을 느낄 때에는 달려들기도 하죠.”

당연한 이치였다. 원숭이에게도 본능이란게 있다. 조련을 하는 것은 그 동물들의 본능을 기꺼이 존중하는 것이다. 또 온순하고 활달하고 괴퍅하기도 한 제각각의 성격까지 조련사들은 사람을 사귀듯 하나하나 부딪치며 맞춰나간다.

“조이는 원숭이 중에 유일하게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대장이에요. 서열 체계가 확실하죠. 다른 원숭이들과 앉아있는 자세부터 달라요. 항상 어깨를 쫙 편 상태로 상대방을 흘겨보는데 옆에서 보면 카리스마가 철철 넘쳐요”

(왼쪽) 화가 난 왈순(왈가닥 순이. 17살)이. 특기는 줄넘기, 철봉, 장대걷기로 성격이 까칠한 편이다. (오른쪽) 원숭이 가족의 막내 신혜. 12살로 윗몸일으키기가 특기다. 재주는 부리고 싶을 때에만 부린다.

조이와 동갑이면서 또 다른 에이스로 각광받는 베테랑 재주꾼 ‘왈순’. 준표 씨는 왈순이와의 첫 공연을 잊지 못한다.

“그날 제가 너무 긴장을 한 나머지 공연 도중에 실수를 해서 왈순이가 줄넘기 줄에 걸려 넘어졌어요. 그런데 관객들 앞에서 왈순이가 너무 크게 소리를 지르면서 저한테 화를 내는 거예요. 정말 화가 많이 났더라구요. 그날 왈순이 화를 풀어주느라 더 진땀을 뺐어요. 성격이 무척 까칠하거든요.”

마지막으로 가장 어린 원숭이 신혜. 요즘 준표 씨의 가장 큰 고민거리이자 골칫거리다. 연습 도중에는 모두가 감탄할 정도로 깔끔하게 묘기를 자랑한다. 그러나 막상 공연이 시작되면 언제 재주를 부렸냐는 듯 여유를 떨며 요지부동인 천덕꾸러기다.

“신혜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정말 예뻤거든요. 그래서 '황신혜'라고 이름을 붙여준건데 요즘 역변(외모가 갑자기 역행에서 못생겨지는 현상)이 일어나서… 또 부쩍 말을 안들어요. 관객들한테 신혜의 장기를 한껏 보여주고 싶은데 신혜는 내키는대로 움직이는 아이라 어찌할 수가 없어요.”

4년제 공대를 다니던 준표 씨는 군대를 다녀온 후 장래에 대한 고민에 빠지다 자퇴를 했다. 그리고 어릴 때 가장 좋아했던 동물을 떠올리며 ‘동물조련 이벤트학과’에 진학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요즘도 동물들과 지내는 일상이 너무 행복하다는 준표 씨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장대걷기 공연 중인 김준표 씨와 월순이. 오른쪽에서는 조이가 드럼 연주를 하고 있다.

“동물원이나 공연장의 동물들을 보고 동물 학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데 조련사는 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택하는 직업이에요. 저도 원숭이들을 제 동생같이 보살피면서 살거든요. 좀더 좋은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내년 바람을 묻자 준표 씨는 “신혜가 지금보다 말을 조금만 더 잘 듣는 것”이란다. 카리스마 조이, 까칠여왕 왈순, 고집불통 신혜… 2016년 원숭이 해가 밝아오고 있다. 제각기 자신만의 개성으로 똘똘 뭉친 제주 원숭이 3총사의 더욱 발칙한 새해 활약을 기대해본다.

<조보영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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