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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미친 집값’… 제주 사회 새로운 갈등 요인
제2공항, ‘미친 집값’… 제주 사회 새로운 갈등 요인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12.29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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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明暗] 관광객 총량제, 제주국제자유도시 계획 재검토 등 필요
지난 12월 22일 제주도청 앞에서 열린 온평리 주민들의 제2공항 반대 집회 때 모습.

2015년 제주를 관통한 키워드는 과연 어떤 단어였을까요.

지나간 1년을 몇 개의 단어로 정리한다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도민들 사이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면서 자주 대화에 등장한 단어가 분명히 있었지요.

가장 먼저 ‘제2공항’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1월 10일 국토교통부가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성산읍 지역에 제2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제시한 뒤로 연일 기자회견과 집회가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제2공항에 대해서는 도민들 사이에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사안이기도 합니다.

국토부의 용역 결과가 발표된 후 각급 기관, 단체들의 환영 현수막이 내결리고 있고 신문에도 제2공항을 환영한다는 광고가 쏟아지고 있지요.

또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제주공항의 상황 때문에 공항 시설 확충이 필요하고, 기존 공항시설 확충만으로는 앞으로의 항공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국토부의 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이 이뤄지게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입지 발표 직후부터 공항 예정부지에 포함된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고, 심지어 ‘제2의 강정마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갈등이 우려되는 이유는 우선 무엇보다도 ‘소통 부재’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용역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마치 공항 건설 계획이 확정된 것처럼 여론 몰이에 나서면서 성산 지역 주민들의 반감을 더욱 자극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제주 섬이 수용가능한 관광객 총량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인지 도민 사회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관광객이 3000만, 4000만명이 아니라 5000만명을 넘더라도 많이 오기만 하면 좋은 것인지 분명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 조성 사업 부지에 대한 토지수용 재결 처분이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사업자의 편의 위주로만 진행돼온 각종 개발사업에 경종을 울리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투자유치와 대규모 개발에만 중점을 두고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 개발 계획에 대한 전면 재검토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제주도정의 과제입니다.

이른바 ‘미친 집값’으로 표현되는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제주도내 아파트 시세가 평당 1400만원을 넘어섰다는 한국감정원의 자료를 분석한 기사가 나온 것이 올해 5월의 일입니다.

심지어 지은지 30년이 지난 제주시내 모 아파트의 경우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시스템을 확인해본 결과 평당 2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장사가 잘 된다는 이른바 ‘노른자위’ 상권 지역에서는 기존 상인들이 새로운 건물주 또는 가파른 상승세의 임대료를 이겨내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부익부 빈익빈’을 더욱 가중시켜 지역 내 갈등을 심화시키는 가장 큰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민들의 집 없는 설움도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집 값이 올라도 그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장만하기에는 집 값이 턱없이 오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대다수 도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주도정의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부분입니다.

해군제주기지전대가 창설되고 해군 제7기동전단과 잠수함전대 이전이 완료됐음에도 제주해군기지로 인한 갈등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 사회는 어디에서나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그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갈등을 조정하는 ‘조정자’의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 상대적인 약자의 편에 서서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그 갈등의 치유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어떤 갈등 상황에서든 유효한 명제인 것 같습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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