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그리스도, 가난한 이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함께 짊어지신 분”
“그리스도, 가난한 이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함께 짊어지신 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12.24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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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일 주교 성탄 메시지 “눈물짓고 절망하는 모든 이들 곁에 이미 와계신다”
강우일 주교가 올 4월 삼위일체대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추모미사에서 강론을 하고 있는 모습.

“그리스도는 오늘도 이 땅의 모든 작은 이들 곁에 찾아오십니다. 이 세상이 차별하고 억누르는 작은 이들, 폭력으로 빼앗고 억압하는 이들, 눈물짓고 절망하게 하는 모든 이들 곁에 그리스도는 이미 와 계십니다.”

강우일 주교의 성탄 메시지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자본과 권력에 짓눌려 살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보듬으면서 정부와 공권력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문장이었다.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는 24일 성탄 메시지를 통해 “성서 말씀은 주님이 힘없는 작은 이들, 고통받는 이들 편에 서시어 악의 권세와 대신 싸워주시는 용사이심을 선언한다”고 예수 그리스도가 항상 약자의 편에 서시는 분임을 강조했다.

강 주교는 특히 “세월호 승객 304명이 깊은 바다 밑에 수장된 후 19개월이 지난 오늘 유가족들의 눈에 여전히 눈물이 마르지 않고 있다”면서 세월호 특별조사위에 대해서도 “행정당국의 소극적이고 비협조적인 자세로 진실이 밝혀질 아무런 전망도 안보이니 유가족들의 상처와 한은 오히려 더 깊어만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정자들은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면서 기업이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하고 고용할 유연성이 있어야 경제가 풀릴 것이라고 하지만, 위기의 본질은 국민의 50%가 재화의 1.9%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불의의 현실”이라고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는 정부와 여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부분에 대해 그는 “이미 직장인의 50%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생활고와 불안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위정자들은 그들의 절박한 외침과 호소에 귀기울보다 700조원을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놓은 대기업들의 입장을 우선하는 사고와 정책으로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면서 오히려 정부가 경제위기를 부추기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무원도, 기업인도, 정치인도, 종교인도 이런 노동자, 농민의 고뇌를 받아주지 않고 언론도 외면하고 있으니 그들은 어디 가서 누구에게 호소할 수 있겠느냐. 거리로 나가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다”고 민중총궐기대회가 3차례에 걸쳐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 그는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에게 봉사해야 할 공권력은 그 부르짖음을 불법이라고 단죄하고 억압하다 소요죄까지 거론하고 있으니 이들은 절벽으로 내몰린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그는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들의 존엄과 인권을 되찾아 주시고 흙에 묻혀 사는 천민의 시비를 바로 가려주고자 어떠한 특권도 마다하시고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셨다”면서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 사시며 가난한 이들의 운명을 송두리째 함께 짊어지셨다”고 성탄의 의미를 되새겼다.

예수 그리스도가 가난한 이들과 상처받은 이들, 빼앗긴 이들, 갇힌 이들, 슬퍼하는 이들의 형제가 되기 위해 머리를 둘 곳조차 없이 가족도 포기하시며 모든 것을 기꺼이 나누고 동고동락하셨던 분임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성탄 메시지의 서두에서 ‘탈출기’의 구절을 인용, “주님은 우리가 죄악을 저질러도 자손 천 대에 이르기까지 참아주시고 용서하시는 자비로우신 분이지만, 죄악 자체를 결코 용인하거나 내버려두시지는 않는다”며 “특별히 가장 작은 이들을 억압하고 괴롭히는 사악한 권력과 불의한 패거리들은 반드시 멸망시키시고 당신의 굳센 팔을 뻗으시어 단숨에 날려버리는 분”이라고 칭한 대목과 함께 강 주교가 특별히 약자들을 보듬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탄생의 의미를 수차례 강조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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