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상당수 체류시간 짧고 쇼핑도 시내면세점 위주 ‘한계’
관광의 섬, 제주. 모두 오고 싶어한다. 내국인의 발길도 잦지만 제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아주 많다. 지난 2012년 1000만명 관광객 시대를 맞은 지 5년만에 관광객 1300만명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숫자가 모든 걸 말해줄까. 아니다. 숫자에만 연연하는 관광패턴은 이제 벗을 때가 됐다고 본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어제(23일) 크루즈 관광객 100만명 시대를 예고했다. 내년이면 크루즈 선박을 이용해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들어온다는 말이다.
제주도는 어제 자료를 내놓으며 크루즈 관광으로 인한 지역경제 직접 파급효과를 5375억으로 잡았다. 이 가운데 관광객 직접 소비액이 대부분인 5170억원이다.
그렇다면 5170억원은 어떻게 나왔을까. 제주도 관계자의 얘기를 들었더니 2012년을 기준으로 했단다.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1인당 470달러를 소비했으며 이를 환율 1100원에 곱한 결과란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지난해(2014년) 기준으로 하지 않고, 훨씬 오래 전인 2012년을 잡은 게 이상하지만, 제주도가 그렇게 한 이유도 알만하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하면 관광객 직접 소비액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제주관광공사가 올해 펴낸 ‘2014년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크루즈를 이용해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 1인당 소비는 724달러로 잡혔다. 이를 1100원 환율로 계산하면 무려 7964억원이 된다. 너무 많긴 하다. 그래서 2012년으로 기준을 잡은 듯하다.
문제는 크루즈 관광객은 제주에 머무는 시간이 7.12시간에 불과하다. 심지어는 3시간 머무는 경우도 20.6%, 4시간 체류도 26.3%였다. 절반은 3~4시간 미만이라는 점이다.
특이한 점은 지난해 크루즈 선박을 이용해 제주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꼽은 상위 5개 가운데 2곳이 면세점이었다. 1위는 용두암으로 34.6%, 한라산(17.7%)이 2위였으며, 신라면세점이 10.8%로 3위, 롯데면세점은 6.7%로 4위에 올랐다. 조사 당시엔 롯데면세점이 제주시내에 오픈하기 전이었기에 올해는 면세점의 순위가 더 올랐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이 통계를 보면 크루즈를 통해 들어온 관광객들은 아주 짧은 시간동안 쇼핑을 즐기려고 제주도라는 땅에 내린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대체 어디서 쇼핑을 할까. 롯데면세점이 31.2%로 1위, 신라면세점이 23.1%로 2위에 올랐다. 절반 이상이 대기업의 시내면세점을 이용하고 있다. 전통시장(12.3%)과 시내상점가(7.0%)가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적었다.
그렇다고 크루즈 관광객이 늘어나는 게 못마땅하다는 건 아니다. 그들이 제주에 좀 더 오래 머물도록 해야 하고, 대기업 시내면세점 위주가 아닌 ‘진짜 제주도’를 볼 수 있는 그런 곳에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하면 절반에 달하는 크루즈 관광객은 제주 체류 시간이 3~4시간인데, 그걸 제주입도 관광객 통계 수치에 잡는 것도 옳은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
이젠 숫자에 얽매이지 말고, 어떻게 하면 크루즈 관광객들이 제주에 좀 더 많은 돈을 뿌릴지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정 도민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게 좋을 것같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