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제기 발상지 제주에 '평화비' 세워졌다
위안부 문제 제기 발상지 제주에 '평화비' 세워졌다
  • 조보영 기자
  • 승인 2015.12.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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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2시 방일리 공원서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비’ 제막식 열려
1988년 기생관광 반대운동으로 싹튼 ‘위안부’ 문제 해결의 단초 마련
제주시 방일리공원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대학생이 세우는 평화비’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19일 오후 2시 노형동 방일리 공원 내 평화광장에서 내외 귀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를 기억하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이 제주 땅에 첫 발을 디뎠다. 지난 3월 1일 제주 대학생 추진위원회가 결성된 후 꼬박 294일 만의 결실이다.

이날 제막식은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장 원일권 씨와 제주 평화나비 대표 이민경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보물섬학교 학생과 평화나비 회원들의 축하공연으로 본 행사가 시작됐고 내빈소개에 이어 지난 1년간의 활동 보고 및 축사가 이어졌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제주는 전대협 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이자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가 처음 제기된 곳”이라고 밝혔다.

1988년 당시에 기생관광(70~80년대 해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 산업) 문제가 가장 성행했던 장소가 바로 이곳 제주였다. 이를 계기로 전 전대협 공동대표 윤정옥 씨는 한국교회여성연합회가 주관한 세미나에서 일본인들의 기생관광 반대운동을 펼치며 처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세상에 내놓았다.

윤미향씨

윤미향 대표는 “지난번 제주를 방문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마지막 한 눈마저 실명 위기에 놓여 오늘 이 자리에 불참하셨지만 꼭 눈이 나아서 아이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또한  “일본군 피해의 역사적 증거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평화비 건립을 계기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역사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초의 평화비는 지난 2011년 일본 대사관 앞에 건립, 현재까지 제1209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가 열리는 등 역사의 현장으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후 전국적으로 약 30여개의 동상이 세워졌으며 ‘대학생이 세운 평화비’는 작년 이화여자대학교 앞 대현문화공원에 건립된 소녀상에 이어 국내 두 번째다.

하지만 역사의 진실을 눈앞에 세우는 과정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추진위가 결성된 후 평화비 건립 마련을 위한 콘서트와 캠페인 등을 진행했지만 지난 11월 말까지 모금액은 1300만원이 전부였다. 평화비를 세우기 위해서는 2000만원이 더 필요했다.

그때 기적이 일어났다. 평화비 제작의 어려움을 알린 기자회견 후 한달 만에 각계 각층의 도움으로 애초 목표인 3300만원을 거의 달성한 것이다.

평화비 부지 문제도 난항을 겪었다. 제주도는 행정적인 이유로 일본대사관 앞 평화비 건립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청원서명과 1인 릴레이 시위 등 긴급 행동을 진행하며 협상을 벌인 끝에 일본 대사관과 10분 거리에 있고 한라대학교-탐라도서관-노형중 사이에 있는 방일리 공원이 최종 부지로 확정됐다.

결국 제주도내 31개 학생회 및 학생단체와 평화를 사랑하는 600여명의 청소년, 대학생, 시민 건립위원 그리고 41개 후원단체가 한 뜻을 모은 결과 광복 70주년, 평화의 섬 10년 제주에 평화비가 세워질 수 있었던 것이다.

국내 최초로 일본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김서경 김운성 부부 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 평화비는 국내 최초로 일본 대사관 앞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직접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 작가는 이번 작품의 초주물 과정에서 수정 작업을 통해 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완성했다. 이는 다른 지역의 소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만의 독특함이다. 또 4.3 사건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새겨놓고 현무암을 소재로 소녀의 그림자를 만들었다.

김운성·김서경 부부는 “소녀상 옆의 빈 의자는 돌아가신 할머님들이 함께 한다는 뜻과 여러분들이 그 자리에서 같은 마음으로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마음과 같이 전쟁이 없는 평화의 바람이 이곳 제주에서 불었으면 좋겠다”고 축하의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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