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11 (목)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데 우린 그러지 못해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데 우린 그러지 못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2.16 08:4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고3보다 행복감이 낮은 제주도내 중3에 대한 단상
도내 학생들 평균 행복감 4.05점…중3은 0.49점 낮은 3.56점

행복하십니까? 이렇게 물으면 그렇지 않다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죠. ‘지금’이라는 현 시점이 막막하고,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을 생각하니 ‘행복’이라는 두 단어가 들어오지 않는 모양입니다.

나라 사정도 그렇고, 경제 환경도 그렇지요. 어른들은 요즘 한창 치솟는 집값을 보며 한숨만 내쉽니다. 자신들도 그렇지만 자식들을 바라보니 더 그렇다고들 합니다. “우리 때는 돈은 못 벌어도 집은 있었는데, 이젠 서울처럼 집값이 오르니 자식들에게 물려줄 재산이 없다”고들 합니다.

행복하지 않다는 사람들이 이해는 갑니다. 그럼, 가장 행복하지 않는 집단은 누구일까요?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행복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스스로를 덜 행복하다고 느끼는 집단을 꼽으라면 고교 3학년이 아닐까 합니다. 흔히 ‘고3병’이라고 하잖아요. 11월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긴 했으나 그걸 향해 치닫던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해줄 사람은 대체 몇이나 될는지요.

그런데 말이죠. 제주에서는 고3보다 더 힘들다고 외치는 이들이 있답니다. 바로 중학교 3학년입니다. 그걸 알 수 있는 수치가 나왔어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제주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학생·교사 실태조사’를 벌인 게 있어요. 오늘(16일) 이 내용을 두고 토론을 벌이는데, 학생보다는 교사의 행복감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게 좀 아쉽네요.

조사 결과를 볼게요. 초등학생 5학년부터 고교 3학년 357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어요. 5점 만점에 제주도내 초·중·고교생이 느끼는 행복감은 평균 4.05점입니다. 즐거움도 4.07점입니다. 아무래도 초등학생이 행복하더군요. 초등학교 5학년은 4.21점, 6학년은 4.18점입니다. 중학교 1학년도 꽤 높은 4.00점입니다. 중학교 2학년도 3.93점으로 그나마 괜찮게 나왔어요.

하지만……. 중학교 3학년들은 다릅니다. 수치를 내세우기 전에 왜 다른지 먼저 생각해보죠. 제주도내 중학생들은 대입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바로 고등학교 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연합고사를 치릅니다. 내신성적 50%에 연합고사 성적 50%를 합친 성적으로 자신이 갈 고교를 고를 수 있습니다.

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중3 학생들은 연합고사 50%를 맞추기 위해 공부에 눌려 삽니다. 자기 스스로 학원을 선택하기보다는 부모의 강요된 선택을 따르곤 합니다. 여러분들이 다시 중학교 3학년이 된다면 어떨 것 같은가요. 과연 행복할까요.

중 3 학생들의 행복감이 가장 낮다. 중학교 2학년까지는 높은 행복감을 보이다가 중학교 3학년에 푹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제주도내 중학교 3학년의 행복감을 말씀드리죠. 중학교 2학년보다 0.37점이나 떨어진 3.56점입니다. 고교 3학년의 행복감인 3.88점보다 낮습니다. 이처럼 낮은 행복감은 자율성도 떨어뜨린 것으로 나왔어요. 중3 학생들의 자율성은 3.71점으로 조사 대상 학년 중 가장 낮았고, 주변인들과의 관계성도 3.78점으로 최저였어요. 유능감도 3.59점(최저 고교 1학년 3.58점)으로 스스로에 대한 만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번 조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단지 통과의례로 봐야할까요, 이걸 뜯어고치는 게 나을까요.

지난주 고교체제 개편 도민 공청회가 열렸죠. 예술중점학교를 만들겠다, 읍면 일반고 지원을 강화하겠다 등 여러 가지 좋은 대안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내 중학생들을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라는 논의는 적었다고 봅니다.

성적하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죠.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과연 그럴까요.

제주도내 중학교 3학년의 행복감 3.56점은 전체 평균 4.05점보다 0.49점이나 낮습니다. 그나마 중학교 2학년까지는 다소 행복했다가 중3이 되면 행복하다는 느낌은 푹 꺼집니다. 그런 애들을 보면 불쌍하지 않나요?

그러고 보니 오는 18일 금요일은 제주도내 중학교 3학년이 연합고사를 치르는 날이기도 하군요. 제주시내 일반고에 도전하는 학생 가운데 127명이 떨어지는 등 179명의 학생이 탈락이라는 쓴잔을 들게 됩니다. 179명에 들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무척 안쓰럽습니다.

자, 제주도교육청도 중3의 행복감이 이처럼 낮은 걸 알았으니 어떻게 하면 행복하게 만들어줄지 좀 고 고민을 해주세요. 그리고 중학교 3학년 여러분! 모레 치러지는 시험 파이팅 하시고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주중3엄마 2015-12-18 11:27:20
179명이란 숫자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 이전에 50%에 가까운 아이들은 성적이 모자른 이유로 적성에도 없는 특성화고나 집에서 1시간도 넘는 거리의 학교로 가야 합니다. 중학교 갯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학 시내 고등학교 갯수로 아직 꿈도 정해지지 않은 미성숙한 아이들이 성적에 맞춰 진학을 해야하는고교체제 바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많은 가능성을 갖고 있는애들입니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제도때문에 아이들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찹니다. 제발 시내 학교 더 만들어 주세요. 그게 힘들다면 기존학교 증설도 바래봅니다.

떨어지면 어떡해 2015-12-16 12:32:08
떨어진 학생들은 어디로 가야하나요 ㅠㅠ
행복보다는 고통이 더 많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