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용역 결과 발표 이후 공항 예정부지로 발표된 성산읍 지역 주민들의 반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난산리 지역 주민들도 기자회견을 통해 제2공항 건설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하고 나섰다.
난산리 비상대책위는 14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난산리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온 마을을 둘러싼 자연 언덕들이마치 난초의 잎사귀처럼 마을을 향해 있다고 해서 난산리라 칭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상대책위는 “난산리는 선조들의 땀과 눈물로 일궈온 역사와 전통을 지닌 아름다운 마을로 영원한 마음의 고향이며 최대한 원형이 그대로 보존된 상태로 자손 대대로 물려줘야할 또 하나의 제주의 자연유산이자 세상에 둘도 없는 문화재라 자부한다”며 마을에 대한 무한한 자긍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비대위는 그러나 “이번 연구용역 결과 발표를 보면 우리 마을 동쪽과 남쪽 언덕이 통째로 사라지게 된다”며 “도정과 국토부는 아예 우리 마을 이름도 바꿔놔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특히 비대위는 원희룡 지사를 직접 겨냥해 “도지사는 제2공항으로 인해 피눈물을 흘리면서 정든 집과 삶의 터전을 잃고 고향을 떠나게 될 우리 주민들의 한과 아픔을 뒤로 하고 외면한 채 대화와 협의는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청와대, 국토부, 기획재정부 등을 찾아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행보를 하고 있다”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일방적으로 앞으로 나가려고만 하느냐”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비대위는 정석비행장과 일부 공역이 겹친다는 이유로 바다매립 해안형에서 내륙형으로 바뀐 데 대해서도 “연구용역진의 최고책임자인 한국항공대 김병종 교수가 연구용역 발표 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공역 중첩문제는 공역 재조정을 통해 충분히 풀 수 있다고 밝히고도 뒤집어버렸다”면서 “김 교수는 정석학원 재단의 한국항공대 교수로서 관련 사업의 최고책임자로 참여한 매우 불공정한 연구용역이므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제주도정이 완공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이나 기본계획 수립 기간을 단축시키려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주민들에게 사전 통보도 없었고 협의 절차도 없이 용역 결과 발표 하나만으로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도민 전체에 무자비한 테러를 가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호소문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순서에서 한 주민은 “겨우 평균 1.8일 제주에 놀러오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을 쫓아내려 한다면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격앙된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 냈다.
또 대체 토지 등을 통한 보상 방법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대체 토지라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알뜨르 비행장을 줄거냐, 정석비행장을 줄 거냐. 설령 그런 땅이 있다고 해도 떠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난산리 비대위는 이날 오후 상경, 국토부와 지식경제부, 청와대를 찾아 제2공항 건설 반대 1인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