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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엔 한마디도 못하고 교육청만 괴롭히는 의원님들”
“정부엔 한마디도 못하고 교육청만 괴롭히는 의원님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2.07 13:5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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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정규직 인건비 자르고 누리과정 2개월 편성한 속내는?
도교육청이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으나 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정규직 인건비를 자르고 예산안을 조정, 말들이 많다.

누리과정이 시끄럽다. 누리과정은 만 3세에서 5세까지 취학 전 어린이들을 둔 학부모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해주는 제도로,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다. 참 좋은 제도인 건 분명하다.

그러나 시끄럽다. 돈 때문이다. 정부는 시도교육청에서 모든 걸 부담하라고 한다. 그러나 시도교육청은 그러지 못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내년도 예산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제주도교육청도 마찬가지이다.

솔직히 말하면 누리과정이 시작될 때 교육청이 모든 걸 떠안은 건 아니다. 제주도교육청이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누리과정 예산을 모두 떠안은 건 올해부터이다. 애초에 정부에서 누리과정 지원을 꺼냈다가 이를 점차 시도교육청 부담으로 넘겨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뭔가. 어린이집 누리과정에 들어가는 예산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제주도교육청은 올해 부족분을 지방채 발행으로 메웠다. 그렇게 되면서 교육청의 재정부담은 더 커져갔다. 재정부담을 버거워 한 시도교육청은 이럴 수 없다며 내년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보이콧했다.

누가 잘못인가. 정부가 잘못인가, 시도교육청이 잘못인가. 그걸 잘 들여다봐야 한다. 누리과정 지원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공약은 해가 갈수록 교육청 부담으로 바뀌어왔고, 교육재정에 주는 부담은 만만치 않다.

그 과정에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법도 어기고 있다. 정부는 법끼리 충돌을 하게 만들고 있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엔 교육감은 교육과 학예에 관한 사항만을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법률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교육감의 관할이 아니다. 그런데 정부는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교부금으로 무상보육을 하도록 하고 있다. 보육은 교육감 관할이 아니라고 법에 정해놓고서는 돈만 교육청에서 내놓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이건 겁박 수준이다.

그런데 정부보다 한술 더 뜬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다. 의원들이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을 다루면서 계수조정을 통해 76억3400만원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어넣었다. 이건 2개월분이다. 이 때문에 정규직원들에게 당연히 줘야 할 인건비가 잘려 나갔다.

2개월분을 편성하면 모든 게 끝나나. 문제는 그게 아니다. 왜 누리과정 예산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야 한다. 정부가 애초부터 지원을 하겠다고 했으면, 우선은 정부를 향해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도의원들은 정규직 인건비를 잘라내고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지원하겠단다. 이건 땜질식에 불과하다. 내년도에 또 누리과정 문제가 불거질텐데,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 달 전이다. 도의회 오대익 교육위원장을 비롯한 전국의 시도의회 교육위원장들이 누리과정을 정부에서 책임지라고 요구를 했다.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결의문도 채택했다. 시도의회 교육위원장은 결의문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은 초·중·고 교육사업을 축소시켜 학생들의 피해만 가중시킨다고 분명히 했다.

그런데 왜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그것도 2개월분을 집어넣었을까. 한표라도 아까운 어린이집 원장들의 압력 때문이었나, 아니면 초·중·고 교육사업은 엉망이 돼도 좋다는 항거인가.

내일(8일) 2016년도 도교육청 예산과 관련된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된다. 도의원들이 진정으로 교육을 생각하고 있는지, 아니면 표에만 목매달고 살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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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은 도대체 2015-12-07 21:40:38
앞을 못본다 할지라도 2개월분 월급만 정하면 어쩌자는건지ㅠㅠ
진짜 수준을 알만하네요~~

정론 2015-12-07 16:57:38
쟁점과 방향을 잘 알려 준 정론이라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을 바라보는 의원들 수준하고는......ㅉㅉ

교육이 중요 2015-12-07 15:14:43
표심의 예산을..그것도 2개월분만을 편선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비난 대상이 되버린 일이네요. 좀 교육에 대한 열정을 갖고 처리해줫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에이구 ~~~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