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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건축은 진정한 글로컬리즘을 추구하고 있는가”
“제주건축은 진정한 글로컬리즘을 추구하고 있는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2.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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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건축 50년사’ 편찬을 통해 바라본 지역성
2일 출판기념회…제주건축이 나가야할 방향 등 담론 제시
제주건축 50년을 정리한 <제주건축> 제4집. 지역성을 담론으로 꺼냈다.

1960년대는 변혁의 시기다. 그러나 군사 독재정권의 탄생으로, 새로운 변혁은 한참 후에야 가능했으나 건축만큼은 시대변화의 흐름과 함께였다. 당시 김중업과 김수근은 건축의 사회적 위상을 정립시키는데 절대적 역할을 한 인물이기도 하다.

건축을 예술로 승화시킨 김중업과 김수근의 활동만큼이나 1960년대 건축계는 지금을 있게 만든 중요한 사건을 만든 때로 기억된다. 1965년 대한건축사협회가 만들어지고, 제주도건축사회도 창립한다. 그때가 1965년 12월 7일로, 올해가 정확히 50주년이 된다.

그렇다면 과연 제주에서 활동한 건축가들은 “그동안 뭘 했을까”라는 물음을 던질만하다. 그런 질문에 대한건축사협회 제주도건축사회가 책으로 답을 했다. 바로 50년의 제주건축 역사를 담은 책이다.

제주도건축사회는 ‘제주건축사회 50년사 편찬위원회’를 꾸리고 3년간 활동을 마치면서 제주 건축의 역사와 담론을 담아낸 책자를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에 내놓은 책은 <제주건축> 제4집이다. 이 책은 <제주건축사회 50년사>와 <제주현상-제주 건축의 새로운 지역성>, <제주건축역사> 등 3권의 책으로 구성됐다.

이 책을 들여다보면 지역성이 눈에 띈다. 건축을 논할 때 해답을 찾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역성이다. 건축사회가 출범한 1965년과 50년이 흐른 2015년은 다르다. 그렇다면 건축의 지역성도 바뀔까. 제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이 시점에서 건축인들이 말하는 지역성에 새삼 관심이 간다. 지역성이라는 건 그 지역이 나름 갖고 있는 정체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주민들에게도 그런 정체성이 통할까라는 의문은 남는다.

<제주건축> 4집은 이런 의문과 궁금증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제주건축> 4집은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글로컬리즘’이 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제주현상-제주 건축의 새로운 지역성>은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주현상-제주 건축의 새로운 지역성>의 책임연구원인 김광수 연구원은 “국제자유도시 지향에 따른 일련의 대규모 사업들은 글로컬리즘은 고사하고 글로벌리즘의 무책임한 일반화와 동질화를 보여줘 심각하게 우려된다. 글로컬리즘의 아류라고 짐작되는 JDC의 신화역사공원 마저 결국 중국자본의 유치와 함께 변질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고 지적한다.

김광수 연구원의 말은 제주가 제주답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얘기로 들린다. 어쩌면 외부 자본의 논리로 지역성이 파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아닌가. 단순한 이국성 재현이나 글로벌리즘의 무국적성을 반성해야 한다는 뜻일테다.

2일 제주칼호텔에서 열린 제주건축사회 50년사 출판기념회.

어쨌든 제주도건축사회가 50년을 정리하며 의미 있는 작업을 한 건 사실이다. 제주도건축사회는 2일 <제주건축> 제4집 발간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제주도내 건축인들이 모여 앞으로 제주건축이 나갈 지역성의 담론을 꺼내든 자리였다.

50년사가 나오기까지는 긴 호흡이 필요했다. 편찬위원회를 꾸리며 후배 건축인들과 긴 시간을 호흡한 김창우 편찬위원장. 그의 말을 들어보자.

“지금까지 제주건축을 끌고온 주제는 지역성입니다. 지역성은 동시대성으로, 제주에서 일어나는 건축현상을 설명하려고 했어요. 그게 가로축이라면 이번 <제주건축>은 세로축으로 통사 개념의 제주건축 역사도 담아냈죠.”

지역성을 가로축으로 삼고, 제주건축 역사는 세로축으로 만들었단다. 바로 날줄과 씨줄의 결합을 통해 제주건축을 만들어봤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제주건축은 여전히 문화로 인식되기보다는 건물이라는 사업 영역으로만 비치는 게 현실이다.

김창우 편찬위원장.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제주건축에 대한 담론들을 펼치는 장을 만들었다고 봐요. 지금까지는 제주건축의 원류를 찾아가는 것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좀 더 개방적인 사고에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제주현상도 끌어들여야 해요. 이런 걸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며 도민들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건축에 새로운 지역성을 입힐 때다. 지금 제주도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새로운 지역성의 과제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돈만 추구하는 건축이어서는 지역성은 깡그리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제주라는 땅은 무분별한 건축행위로 아파하고 있다. 제주의 건축인들은 이런 현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50년사 편찬을 통해 새로운 지역성을 논의했다면, 앞으로 50년은 제주라는 땅을 존중하는 건축행위를 해야 할 시점이다. 그게 바로 지역성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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