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7:25 (목)
노림수
노림수
  • 홍기확
  • 승인 2015.11.16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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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104>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자신감과 자만심도 종이 한 장 차이다. 용기와 만용의 차이도 마찬가지다.
 차이를 만드는 원인은 ‘상황’과 ‘바라보는 눈’이다.

 꼭 필요한 때 옷을 벗으면 예술이요, 불필요하게 계속 벗으면 외설이다. 능력과 환경이 받쳐주는 자부심은 자신감이요, 별 볼일 없는 상황에도 나대면 자만심이다. 사람을 구하기 위해 깡패와 붙으면 용기요, 술 먹고 객기로 깡패와 붙으면 만용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바라보는 눈, 다시 말하면 다른 사람의 판단이다. 불필요하게 계속 벗는다고 해도 예술로 바라보면 외설도 예술이 되고, 다른 사람이 가치를 높게 평가하면 자만심도 자부심이 된다. 깡패와 붙더라도 사회의 악을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본다면 객기도 용기가 된다.

 노림수. 노림수가 필요할 때다.
 내공만 쌓던 고수(高手)가 봉황처럼 한 번의 날개 짓으로 천하를 웅비(雄飛)하려고 하면 노림수가 필요하다. 자신의 능력과 주변의 상황,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고려하여 단 한 번의 노림수로 강호(江湖)를 평정해야 한다.
 
 내가 개인적인 선택을 할 때 불변의 기준은 ‘명분(名分)’과 ‘실리(實利)’다. 명분은 상황을 바라보는 나와 다른 사람의 눈과 관련이 있고, 실리는 환경에 따른 이해득실과 관련이 있다. 명분이 없으면 아예 하지 않고, 명분이 있더라도 실리가 없으면 하지 않는다. 반드시 명분과 실리가 있어야 최종 선택을 한다.
 인생의 굴곡점뿐 아니라 일상에서조차 선택은 중요하다. 실존주의 철학자 샤르트르도 ‘인생은 B와 D사이의 C다’라고 역설했다. B(탄생, birth)와 D(죽음, death) 사이의 ‘C(선택, choice)’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하루에 평균 150번의 선택을 한다고 한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중 145번의 후회를 한단다. 결국 나는 선택을 자주 하지 않는 선택을 한다. 무선택이 상팔자며, 이런 선택의 연기는 대부분 더 나은 상황의 조합을 통해 더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들어 준다.

 사람들은 급하다. 점점 급해지고 있다. TV의 촉박함, 광고와 같은 마케팅에 의해 휘둘린다. TV 프로그램의 자막들은 순식간에 흘러가고, 놓치게 되면 웃음을 반감시키는 난감한 상황이 발생한다. 빨리 쫓아가야 한다.
 광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홈쇼핑의 두근거림과 째깍거리는 시계, 괴물배터리, 마약떡볶이, 시간한정 세일, 당일 사용가능 쿠폰, 원가대비 90% 할인. 휴대폰은 각종 쿠폰 메시지로 가득하다. 놓치면 죽는다. 질러야한다. 지름신은 어떠한 만들어진 신보다 위대하다.

 노림수. 노림수가 필요할 때다.
 잠시 떨어져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노려보아야 한다.
 오랫동안 기다리며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점쟁이를 보라. 지리산에서 10년, 계룡산에서 5년, 묘향산(?)에서 5년 후 하산을 하고 사람의 관상, 손금, 사주를 통해 미래를 본다.
 그간 얼마나 노려보며 노림수를 준비했을까?

 이른 새벽. 차분한 공기가 바닥에 깔리고, 살짝 서늘한 기운은 내 안에 담긴 비수(匕首)를 다듬는다.
 나의 경쟁자는 지금 이 순간 나와 같이 칼날을 다듬는 자들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하지만 잡히는 벌레 역시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벌레다. 이렇듯 경쟁자는 나와 평행선에 함께 달리는 자들뿐이다. 앞뒤는 나와는 출발점이 다른 자들이다.

 이렇게 나는 옆을 곁눈질하며 비수의 예리함을 다듬고 노림수를 준비한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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