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시를 읽으며 사춘기 자녀의 심정이 돼 보세요”
“청소년시를 읽으며 사춘기 자녀의 심정이 돼 보세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1.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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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향 제주에서 작가와의 만남을 시작한 김미희씨
책을 읽음으로써 주체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는 김미희씨. 그가 고향 제주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누가 그랬지? 원수를 사랑하라고. 그러고 보니 예수님이었군. 우린 예수님 말씀처럼 원수를 사랑하고 있을까. 널따란 사회가 아니라 가정이라는 틀에서 생각을 해보자. 사춘기를 둔 부모입장에서 원수는 누구일까.

혼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사춘기 청소년들. 그들에겐 문명이 건네준 휴대폰이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은 휴대폰을 자신의 분신마냥 애지중지한다. 그게 없으면 세상을 사는 맛이 나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부모는? 부모들에겐 휴대폰이 원수나 다름없다.

엄마는 내 휴대폰을 원수로 생각한다
휴대폰과 나의 사랑을 허락하지 않는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엄마는 철저히 외면한다

휴대폰을 보며 걷다가 나는
시멘트 바닥에 세게 넘어졌다
무릎은 긁혀 피가 흐르고
손바닥은 깊게 까졌다

내 무릎이, 손바닥이 다친 것쯤 괜찮다
휴대폰이 깨졌다, 내 사랑이 깨졌다

휴대폰 울음소리가 천지를 흔드는 것 같다
휴대폰이 다친 게 속상해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휴대폰과 헤어지면 어쩌나
무릎이 아픈 줄도 몰랐다

휴대폰, 네가 아프니까
내가 더 아프다

(김미희 작 ‘아프냐? 내 마음이 더 아프다-예수편’ 전문)

청소년시 영역을 개척하며 청소년들에 읽을 시를 전해주는 제주출신 김미희씨.

작가 김미희씨는 제주 출신이다. 동시집 <달님도 인터넷해요?>를 시작으로 여러 권의 동시집을 냈다. 그러다 청소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청소년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시’라는 영역에 뛰어들었다.

‘아프냐? 내 마음이 더 아프다-예수편’은 그의 두 번째 청소년시집인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프러포즈>에 담겨 있다.

첫 청소년시집 <외계인에게 로션을 발라주다>를 통해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 가정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그려낸 그가 또 다른 청소년시집을 들고 온 이유는 뭘까.

“내 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딸의 친구 이야기이도 해요. 시는 짧은 시간에 읽을 수 있죠. 노래를 통해 감동을 받듯, 시도 노래니까 서로 공감하며 위로 받을 수 있죠.”

시(詩)는 대상을 찾는다. 동시가 어린이를 주독자로 삼는다면, 청소년시는 청소년 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청소년시는 청소년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청소년의 마음을 다독이는 그런 역할을 바라고 있다. 그렇다고 청소년시는 청소년 독자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사춘기 청소년을 둔 엄마·아빠들이 먼저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청소년을 독자로 겨냥한 청소년시집은 11권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김미희씨가 두 권의 청소년시집을 내고, 청소년 독자와의 대화를 해오고 있다.

“굳이 청소년시여야 하는 논란도 있었죠. 많은 시 가운데 청소년이 읽을 만한 시를 고르면 될 것 아닌가라는 얘기죠. 그런데 청소년시집을 통해 ‘내 얘기 같다’거나 ‘내가 시집을 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들을 전해 듣게 됐어요. 가정내에서 청소년시를 읽으며 얘기하는 통로도 되고요.”

학업에 찌들린 청소년들. 그 고통을 부모들은 알라나. 김미희씨의 이 말은 ‘청소년시’라는 도구를 통해 가정내 이야기 창구를 만들어보라는 조언으로도 들린다.

김미희씨가 자신의 2번째 청소년시집인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프러포즈>를 보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가르쳐준 프러포즈>는 ‘개똥이도 철학하게 하는 청소년시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철학은 결코 어려운 게 아니라는 게다. 휴대폰을 통해 ‘원수를 사랑하라’는 예수의 가르침을 쉽게 설명한 그가 아니었던가.

“철학은 멀게 느껴지죠. 저는 책을 통해 철학자는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어요. 책을 읽으며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했어? 검색해볼까? 그런 행동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죠. 모든 건 생각에서 출발하잖아요. 책을 읽는다는 건 생각하게 만드는 겁니다. 바로 주체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죠.”

김미희씨는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학부모독서회를 이끌고 있다. 그러다 엊그제 제주에 내려와서 학생과 학부모들을 만났다. 지난 13일 중앙초등학교를 들러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고향 제주에서 작가라는 이름을 걸고 자리를 만든 건 처음이다. 이를 계기로 고향 제주에도 자주 내려와서 그가 생각하는 시와 청소년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12월엔 다른 초등학교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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