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누리과정에 예산 투입했다간 1000개 사업 스톱”
“누리과정에 예산 투입했다간 1000개 사업 스톱”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1.11 13:43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내년도 제주도교육청 예산안을 분석해보니
올해보다 2.7% 늘었으나 실제 들여다보면 마이너스 성장
교육부가 홍보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 개혁 홍보물 겉면.

내년엔 어린이집을 보내는 부모들이 누리과정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데다, 시도교육청에서 이를 부담하도록 압박하고 있어서다.

그런데 시도교육청이 정부의 말을 그대로 듣지 않았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대구·울산·경북도교육청을 제외한 14개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하나도 편성하지 않았다. 때문에 당장 내년엔 보육대란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왜 시도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을까. 내년도 제주도교육청의 예산안을 들여다봤다. 그래야 제대로 된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교육청은 내년도 본예산을 8270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는 지난해 8052억원에 비해 218억원(2.7%) 늘어난 규모이다.

겉으로는 제주도교육청의 예산은 늘었다. 실제로 늘었을까. 제주도교육청 예산의 상당수는 인건비이다. 3% 인상분 등을 감안하면 내년도 도교육청의 인건비는 5548억원이 된다. 올해보다 256억원 늘어나는 셈이다. 인건비를 빼고 나면 실제 도교육청의 예산은 마이너스 성장을 한 셈이 된다.

교육청 예산은 중앙정부에서 주는 돈과 제주도의 이전수입을 통해 충당된다. 중앙정부의 이전수입인 보통교부금이 도교육청 예산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보통교부금의 근원이 되는 돈은 내국세를 기초로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이 늘면 시도교육청에 배당되는 보통교부금도 늘게 돼 있다. 하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엔 그 비율을 20.27%로 못 박고 있다. 연간 거둬들이는 내국세 규모는 200조원이며, 40조원 가량이 시도교육청에 뿌려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

그런데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의 세금이 줄어들었고, 예상만큼의 내국세는 걷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시도교육청에 돌아갈 보통교부금은 늘 수가 없다.

지난 2012년 정부가 중기재정계획을 짜면서 2015년이 되면 시도교육청에 줄 보통교부금은 49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규모였으면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어진다.

하지만 세금은 거둬들이지 않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비율도 그대로인 상태에서 시도교육청이 안아야 할 누리과정 예산은 눈덩이다.

때문에 시도교육청 대부분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강수’를 두고 있다.

교육부가 홍보하는 지방교육재정 개혁 홍보물 가운데 누리과정 부분.

내년도 도교육청 예산안에 반영된 누리과정 예산은 유치원에 들어갈 166억원 뿐이다. 유치원 과정은 ‘교육’에 해당 됐기에 도교육청 예산에 반영됐고, 도교육청 관할이 아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인 458억원을 뺀 것이다.

만일 어린이집에 돌아갈 누리과정 예산 458억원을 내년 도교육청 예산안에 포함시키면 어떻게 될까. 인건비와 학교기본운영비, 학교급식과 복지비 등 교육복지 예산을 제외하면 남는 돈은 교육사업비 954억원이다.

교육사업비는 자율학교 운영비 등 무려 1000개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돈이다. 대부분 초·중·고교에 들어가는 돈으로 보면 된다. 요즘은 제주도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초등학교 학급증설에만도 190억원을 편성해두고 있다.

가용재원인 954억원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458억원을 쓰게 되면 실제로 각급 학교에서 쓸 수 있는 돈은 없게 되고, 1000개에 달하는 사업 역시 차질을 빚게 된다. 누리과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어린이집 보육 예산은 2012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박근혜 후보가 내세운 공약이다. 하지만 정부는 ‘교육’ 예산에 써야 할 돈을 어린이집인 ‘보육’에 쓰라고 독촉하고 있다. 14개 시도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전혀 집어넣지 않은 건 정부에 대한 반기로 볼 수도 있으나, ‘반기’보다는 ‘교육’이 우선이라는 철학이 깔려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약속을 지키는 게 우선이다. 시도교육청에 지방채를 발행하라고 적자를 부추길 게 아니라, 대선 공약을 지키는 약속만 지키면 된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이집 파산도 우려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육아지원 2015-11-11 23:28:17
저출산 시대의 지원 정책은 정부의 몫이 아닌가~~ 육아에 대한 지원뿐만이 아니라 누리과정의 지원은 당연이 정부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