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잃어버린 이들의 고향,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
조국을 잃어버린 이들의 고향, 맥그로드 간즈(Mcleod Ganj)
  • 조미영
  • 승인 2015.11.06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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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는 여행자 조미영] <16>

인도는 참 특이한 곳이다. 사람들을 끊임없이 블랙홀처럼 빠져들게 한다. 지난 인도여행에서 만났던 후배는 그새 그곳에 대한 향수병을 못 이기고 또다시 인도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에는 그다지 감정이 없었는데 다녀오고 난 후 인도앓이를 심하게 했단다. 그 곳에서 행복한 얼굴로 웃는 후배의 사진을 보며 나도 덩달아 미소가 지어진다. 그저 상상만으로도 맘 설레게 하는 곳 인디아(INDIA)의 매력은 무엇일까?

맥그로드 간즈의 전경

인도에는 여러 나라가 있는 듯 지역마다의 특성이 각기 다르다. 사막이 있는 라자스탄과 중부의 광활한 대지 북부의 험준한 산악지형 등이 각 지역의 특징을 결정짓게 하는 요소인 듯하다. 그래서 기차 혹은 버스를 타고 국경을 건너듯 지역을 넘나들며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된다. 더욱이 맥그로드 간즈는 인도안의 티베트로 불린다. 지진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땅이었는데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로 망명해 여기에 망명정부를 꾸렸다. 그 후 수많은 티베트인들이 이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우리가 다람살라라고 칭하는 곳은 인도인들이 주로 거주는 아랫마을을 지칭하고 티베트인들이 사는 윗마을은 맥그로드 간즈라 한다. 하지만 다람살라라고 통칭해 부르기도 한다.

내가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하던 아침은 축축이 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엉성한 시멘트 포장으로 곳곳이 물웅덩이가 된 탓에 걷기 힘든 지경이고 뭔가 부실해 보이는 집들은 엄청난 폭우를 견딜 수 있을까 걱정스러워 보인다. 역시나 다음날 새벽 숙소 뒤쪽 축벽이 폭우에 무너져 내리기도 했다. 이런 악조건의 상황들이지만 이는 인도에서 겪는 흔한 일들이기에 더 이상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급한 건 그동안 버스로 장거리 이동을 하며 제대로 된 식사를 못했는데 맛있는 한 끼를 먹는 게 우선이다.

숙소에 짐을 놓자마자 장대비를 뚫고 식당을 찾아갔다. 인도에서 음식으로 고생을 하는 사람들도 티베트식 음식은 꽤 잘 맞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칼국수와 만두와 비슷한 맛의 뚝바와 모모는 그간의 느글거림과 울렁임을 가라앉히는데 특효다. 뜨끈한 국물을 남김없이 다 해치우고 난 후에야 창밖의 풍경도 빗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폭포수처럼 내리는 비는 아슬아슬 얇은 양철지붕들을 사정없이 두드리며 요란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고명이 담뿍 얹혀진 뚝바와 모모
고명이 담뿍 얹혀진 뚝바와 모모

다음날은 다행히 날이 개었다. 비온 후 맑은 하늘이 남걀 사원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즐겁게 해준다. 이 사원은 티베트인들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라마가 대중설법을 하는 장소이자
중요한 커뮤니티공간이다. 규모나 시설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사원 안에서 기도를 드리는 그들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성스럽고 진지하다.
사원을 나와 코라(Kora)를 따라 걸었다. 인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책길로 꼽히는 이 길은 티베트인들의 순례 길과 같은 곳이다. 숲이 우거진 작은 소로 곳곳에는 그들의 신앙 흔적을 볼 수 있다. 종교와 상관없이 신선한 아침공기와 함께 생각을 정리하며 걷기에 이보다 더 적합한 곳은 없는 듯하다.
티베트 박물관에는 그들의 빼앗긴 조국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 진군하는 중국군과 이를 피해 히말라야를 넘어 탈출하는 티베트인들의 기록이 사진 혹은 동영상으로 담겨있다.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나라의 국민들이라면 가슴이 뭉클할 수밖에 없다.
셋째 날, 박수나트로 향했다. 맥그로드 간즈의 중심부에서 동쪽으로 약 30~40분을 걸어나가야 만날 수 있는 폭포다. 가는 동안 멀리 경치가 시원스레 펼쳐지고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마을의 풍경들이 걷는 내내 호기심을 자극하며 즐겁게 한다. 얼마 전 큰 비가 온 덕분에 폭포의 우렁찬 물줄기는 물론 계곡을 따라 내리는 물도 청량하니 맑다.
맥그로드 간즈에서의 나날은 평화로웠다. 처음 도착했을 때의 추레한 인상과는 달리 곳곳의 경치가 정감어리고 따뜻했다. 산간마을 특유의 자연과 함께 곳곳에 남아있는 소박한 골목과 집들이 여느 인도의 도시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어쩜 우리의 시골과도 비슷한 정겨움이 묻어나는 경치들이었다. 거기에 더해 음식마저 더할 나위 없이 맛있었다. 헐리웃 스타 리차드 기어가 이곳에 오면 간다는 레스토랑의 음식은 물론 말할 것도 없고, 거리에서 사먹는 ‘묵’마저 향수를 자극하며 입맛을 당기게 한다.
하지만 이곳을 더욱 좋아하게 하는 것은 여기를 지키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식당이든 기념품점에서든 만나는 이들의 모습은 조금 무뚝뚝하다. 하지만 자신들의 문화와 나라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순간 이내 열정적으로 변한다. 오랜 망명생활에 지칠 법도 하지만 “Free Tibet"을 외치는 순간만큼은 절대로 굽힘이 없다. 가게 내에는 반드시 그들의 신념을 대변하는 표식을 해 놓곤 한다. 단 며칠을 머물렀을 뿐인데 어느새 곳곳에는 단골 상점들이 생기고 주인들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떠나는 발걸음이 참으로 무거웠다. 과거 일제강점기의 우리 조상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심으로 그들의 소원이 성취되기를 바란다.

최근 중국의 난징대학살이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제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에 대한 일본의 강력반발기사가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돌아 중국은 다시 티베트는 물론 주변의 소수민족들을 억압하고 있다. 반성이 없는 역사기록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힘의 논리가 아닌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역사가 절실해 보인다.

 

 

느리게 걷는 여행자 조미영

조미영 객원필진 <미디어제주>

전 과천마당극제 기획·홍보
전 한미합동공연 ‘바리공주와 생명수’ 협력 연출
전 마을 만들기 전문위원
현 제주특별자치도승마협회 이사
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이사
프리랜서 문화기획 및 여행 작가
저서 <인도차이나-낯선 눈으로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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