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파괴 절차는 쉽지만 아쉬움은 영원히 남는다”
“건축물 파괴 절차는 쉽지만 아쉬움은 영원히 남는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0.23 09: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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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옛 현대극장 부지 및 건물 매입 미적대는 행정
4.3의 기억과 제주도내 첫 영화관 기억이 맞물린 중요한 곳
옛 현대극장의 측면. 제주시 원도심에 몇 남지 않은 기억을 지닌 건축물이다.

원도심은 유별난 곳이 아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원도심에 많은 시선을 쏟아낸다. 왜 그럴까. 돈이 되기에? 아니면 장차 돈을 벌 수 있는 곳으로 생각해서?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보다는 추억과 기억이 머물고 있는 마지막 장소일 수 있어서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을 많이 꺼낸다. 도시재생은 기존의 기억과 추억을 없애지 않으면서 도시의 이미지를 살리는 사업이다. 때문에 행정도 그런 도시재생을 하려 한다. 행정이 원도심 활성화의 하나로 옛 현대극장 매입을 적극 추진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옛 현대극장은 제주특별자치도에서 먼저 관심을 보였다. 원도심을 활성화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고, 실제 원도심을 두고 있는 제주시가 도정의 의지를 발판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지만 뭔가 꼬이는 분위기다. “현대극장 매입이 어렵다”는 분위기가 솔솔 나온다. 오죽 했으면 엊그제 제주시를 상대로 진행된 행정사무감사 자리에서 의원들끼리 서로 다른 견해를 비쳤을까.

사람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가치를 보는 기준도 다르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책 추진은 하나로 가야 한다. 원도심을 살린다는 방향을 제시했으면 그 방향에 맞추는 게 필요하다. 원도심이란 무엇인가. 예전 도심의 핵이었으나 지금은 다른 지역에 그 핵을 넘겨준 곳이다.

그렇다면 원도심은 다른 도심과 뭐가 다를까. 사람이 다른가? 아니다. 사람들이 살던 모습들이 다르다. 사람들이 살던 모습으로 대변할 수 있는 게 바로 건축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옛 현대극장을 매입해서 보존하려는 이유를 따져보자. 결론적으로 이 건축물을 없애면 인근에서는 이런 건물을 만나기가 어렵다.

옛 현대극장은 제주도 극장 역사를 출발시킨 지점이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콘크리트조는 아니다. 아사이구락부라는 곳이 위치해 있었다. 쉽게 말하면 권투체육관이다.

패망한 일제는 건축물을 남기고 갈 수밖에 없었다. 아사이구락부는 삼도동에 살던 윤모씨에게 넘겨진다. 일본인으로부터 건네받은 이 건물은 4.3당시엔 서북청년단들이 제주사람들을 구타하고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장소라고도 한다.

이 건물은 그런 장소성과 함께 예술이 있는 곳이다. 목조건물에 무대를 만들고 무성영화를 틀었다. 바로 제주도 첫 영화관인 ‘제주극장’의 탄생이다. 제주극장이 언제 탄생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1950년대이다. 영화인들은 이곳에서 우리나라 첫 영화인 나운규의 ‘아리랑’을 튼 마지막 장소라고도 말한다.

제주극장은 1960년대 현대극장으로 탈바꿈한다. 누가 개축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어 아쉽지만 1960년대는 한국 영화의 전성시대였다. 현대극장은 트러스지붕에 바닥과 벽면은 콘크리트조로 바뀌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적어도 50년은 된 건축물이다.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옛 현대극장은 건물 배치가 인접필지를 점유하고, 건축물 안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쏟아냈다. 그게 문제일까. 전혀 아니다. 인접필지 점유는 행정력에 달린 사안이다. 행정의 의지만 있으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건물안전은 기술의 문제이다. 예전 김중업 작품인 ‘제주대 본관’이 사라진 기억이 있다. 이때 철거 이유는 ‘안전’ 때문이었다. 너무 아쉽지 않은가.

옛 현대극장 1층엔 예전 영화표를 주고받던 매표소가 남아 있다.
옛 현대극장 2층 내부. 방음 벽면과 스피커가 인상적이다.

기자는 옛 현대극장의 내부와 외부를 샅샅이 훑어봤다. 우선 표를 주고받는 곳이 있다. 옛 풍경이다. 내부엔 나무로 댄 트러스 구조가 보이며, 영화를 틀었던 곳임을 보여주는 방음장치와 스피커 등이 있다. 옛날 기억이 솔솔 나지 않는가. 연인과 영화를 봤던 이들, 몰래 들어가서 영화를 본 청년 때의 기억 말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겐 “옛날 영화관은 이랬구나”라는 색다른 재미도 줄 수 있다.

건축물은 사라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라진 걸 다시 세우는 것도 의미가 없다. ‘지금 있는 모습’이 중요할 뿐이다.

지난 행정사무감사의 분위기로는 제주시가 옛 현대극장을 매입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불투명하다. 가만 들여다보면 제주시는 어떻게 해서든지 이 건물을 매입하지 않고 빠져나가려는 인상이 짙다. 이 건물, 저 건물들이 다 사라지면 뭐가 남는가. 남는 건 사람뿐이다. 사람만 있다면 원도심이 뭐가 필요하나.

행정은 좀 더 적극적으로 해보라. 잘못된 오판은 아쉬움을 많이 남기고 있다. 제주대 본관이 그랬고,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도 그랬다. 예전 제주시청사도 마찬가지다. 후회랑 더 이상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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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2015-10-23 15:29:20
잘살리면 제주의 보물이됩니다! 부디 좋은결과가 도출되서 제주를 빛냅시다.

역사를 살려야 2015-10-23 14:43:30
요즘 관광트랜드가 스토리텔링인데 이에 맞추더라도 얼른 매입해서 문화재로등록하고, 역사의 이야기와 오래된 사진들을 수집하여 관광명소로 거듭나게 해주길 도의회에 요구한다.

부존필요 2015-10-23 14:24:19
옛 제주시청 건물 헐어서 주차장 만든걸 얼마 안가 후회할날이 와요~~
현대극장의 얽힌 사연들을 스토리텔링과 옛 사진들을 전시한다면 훌륭한 관광자원이될거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