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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난립 행정 의존도 심각… 홍보예산 편성‧집행기준 미비”
“언론사 난립 행정 의존도 심각… 홍보예산 편성‧집행기준 미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10.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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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언론간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토론회, 다양한 개선방안 쏟아져
행정-언론간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토론회가 19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렸다.

현직 기자의 제주시청 고위 공무원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제주지역 관언 유착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기 위한 토론회가 19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렸다.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조와 전공노 제주지지역본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제주본부, 전교조 제주지부 공동 주최로 마련된 이날 ‘행정-언론간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행정과 언론의 건강한 관계를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 “언론, 행정 모두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고현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가 진행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서는 가장 먼저 패널로 참석한 언론인들의 자성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부현일 제주언노협 의장은 “도민사회에 언론이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예전같지 않다”며 “이미 신뢰를 많이 잃었고 이는 (기자들이) 공인으로서의 처신을 잘못한 책임이 크다”고 머리를 숙였다.

좌용철 제주도인터넷신문협회 회장도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이미 인터넷신문기자협회 명이로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 표명을 했지만 이번 사안을 개인의 일탈행위로 보지 않는다”며 “언론과 행정의 갑을 관계로 비쳐지면서 왜 기자들이 ‘기레기’라는 소리를 듣게 됐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라고 참담한 심정을 피력했다.

사건 발생 초기 도내 언론사들끼리 ‘침묵의 카르텔’이 작동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좌광일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도내 언론사들은 사건 발생을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면서 “언론사들의 이른바 ‘동업자 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강경식 제주도의회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사건은 언론과 공무원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서로 관계 정립이 잘 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명확한 진상 규명을 통해 각자 평가와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서 오늘같은 토론회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언론사 보조금 로비, 비공개 회의 ‘밀실 행정’ 문제도

관언 유착 폐해의 단적인 예로 막대한 예산이 언론에 지원되고 있다는 내용이 공개되기도 했다.

임기범 위원장은 “소통정책관실을 통해 지난해부터 올 9월까지 언론사에 지원된 총예산 규모가 56억원”이라며 “다른 사업 부서를 통해 지원된 예산을 포함하면 배 이상 되지 않을까. 이게 관언유착이 아니고 뭐겠느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자신이 사업부서에 근무할 때 겪은 사례를 들면서 “언론사의 관례적인 예산을 집행하다 보면 의회에 가서 증액 편성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과정에서 결국 국장, 부지사, 심지어 도지사 등 윗사람들에게 로비가 이뤄진다. 담당 하위직 공무원들은 압력을 견딜 수 없는 구조다. 이게 권언 유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강경식 의원도 이 부분에 대해 “유착 관계가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면서 “이 예산이 공익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시민단체나 학계 심사를 통해 지원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시스템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부현일 의장은 이와는 별개로 “언제부터인가 지역 현안에 대한 주제를 다루는데 비공개 회의가 워낙 많다”고 이른바 ‘밀실 행정’의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부 의장은 “중차대한 사안일수록 비공개인 경우가 많다. 기자들이 들어가는 게 부담스럽다면 그게 밀실행정 아니냐. 더구나 촬영하러 들어가면 부서 직원 전체가 다 나가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취재 현장에서 겪는 공무원들의 취재 거부 사례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행정-언론간 올바른 관계 정립을 위한 토론회가 19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렸다.

# “건전한 언론 역할 지원 위한 조례 제정 필요”

포화상태에 다다른 제주도내 언론사 난립의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좌광일 사무처장은 “가장 큰 문제는 언론사 난립이다. 89곳으로 이미 과포화 상태”라면서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예 홈페이지가 없거나 기사 건수가 한 건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좌 처장은 “언론사가 난립하다 보니 행정기관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진다”면서 “결국 언론과 행정이 상호 의존적인 공생관계가 되는데, 관언 유착의 고리를 끊으려면 언론과 행정기관의 인식 전환과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좌용철 회장도 언론사 난립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사실상 권언유착의 폐해는 이른바 업자 출신 사장들이 있는 매체들 아니냐”면서 “신생 매체가 많이 생겨나지만 행정에서는 똑같이 ‘n분의1’로 취급해 떡반 나누듯이 하기 때문에 여기에 기생하는 생계형 언론이 태동하는 문제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 회장은 또 “9대 의회 때 지역언론 지원에 대한 조례 제정 움직임이 있었지만 발의까지 가지 못하고 묻혀버렸다”며 “지역언론 발전지원조례가 제정된 부산이나 경남 지역의 사례처럼 건전한 언론의 역할 등 공공성을 중심에 두고 지원하는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강경식 의원도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지원하고, 간판만 걸어놓은 언론사를 통제하는 기능까지 제대로 잘 만들어 시행할 수 있도록 기회가 되면 함께 하겠다”며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제주 현안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제주 사회를 개혁하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공감의 뜻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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