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행정은 입찰도 하지 않고 결국 줬던 곳에 사업을 준다”
“행정은 입찰도 하지 않고 결국 줬던 곳에 사업을 준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0.13 09:3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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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애로 타개 방법은] <2> 기업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라
 

“창업은 지원, 성장 가능성은 안 봐”

유통물류 부담 때문에 규모 줄이기도

“대부분 수의계약…투명성 확보 안돼”

 

앞서 기획을 통해 제주도내 기업이 어떤 어려움을 호소하는지 알아봤다. 첫 손에 꼽은 건 전문인력수급이었고, 홍보마케팅과 판로개척 역시 쉽지 않다고 한다.

<미디어제주> 설문에 응한 도내 기업 가운데 전문인력과 판로개척에 이어서 어려움으로 호소한 건 자금조달과 유통물류였다. 대체 도내 기업들은 왜 자금조달과 유통물류가 어렵다고 할까. 이걸 업체의 입을 통해 들어보자.

“대형유통업체에 납품을 하고 있고, 백화점도 계약이 돼 납품이 이뤄진다. 때문에 자금이 필요해서 신청을 했다. 그런데 평가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성장 가능성이 반영되지 않는다. 우린 4년차 회사이다. 창업은 지원을 해주면서 성장 가능성이 있는 회사는 그렇지 못하다. 답답하다.”

BT부문 W기업의 대표가 직접 한 말이다. 그래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고 물었더나 “집을 팔아서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다른 BT부문의 기업인 J기업의 대표 이야기도 비슷하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이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융자지원을 받더라도 매출여부를 따진다. 그런데 창업 초기인 기업은 매출이 적다. 매출은 정량적 평가인데, 그렇게 하니 문제가 된다. 기업의 사업 의지나 사업 가능성 등 정성적인 평가를 해서 지원을 해야 정상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 사실 융자지원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처럼 자금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은행문턱도 높다. 식품제조업체인 J기업의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운전자금 등을 빌리려면 은행에서 담보를 요구한다. 재무제표를 봐서 적자이면 대출을 거절당한다. 창조적으로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은행문턱은 너무 높다.”

또다른 기업 대표는 자금지원을 받는 기업만 받아간다며 하소연이다.

“절차가 복잡하다. 융자지원을 어떻게 받는지에 대한 홍보도 부족하다. 각종 지원은 이뤄진다고 하는데, 기업들이 직접 찾아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걸 잘 아는 사람들은 서너차례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으나 그 때문에 육지로 나서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특히 유통물류는 기업의 고민거리다. 제주도내만을 상대로 하는 기업은 유통물류에 따른 부담이 없지만 상품을 섬 밖으로 내보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유통물류를 해결하지 못하면 기업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도내 기업들은 원가에서 차지하는 유통물류비가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유통물류 비용이 많다. 모두 냉장식품이어서 유통과정에 부담이 크다. 거래처인 백화점 등에 모두 냉장차로 공급해야 한다. 원가에서 차지하는 물류비 부담이 높다.”(농림어업부문 A기업 대표)

“유통물류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물류비가 도외 업체보다 많이 들어간다. 우리 회사는 도내 판매처는 없고 100% 도외 백화점과 대형마트, 해외로 나간다. 현재는 공동물류 회원으로 가입을 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배송비로 물건을 보내지만 그 마저도 물량이 넘치면 일반 물류를 이용해야 한다. 그러면 물류비는 2배 이상이 된다.”(BT부문 J기업 대표)

“20년 전통이어서 제품 홍보엔 문제가 없지만 제주시장은 너무 좁다. 도외 납품을 위해서는 시설 규모를 확대해도 섬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물류비가 많이 나와 이익이 남지 않는다. 직원 인건비도 부담스러워 소규모 가내수공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농림어업부문 J기업 대표)

그렇다면 기업을 도와줄 행정기관은 제 역할을 하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기업인들이 많았다. 투명하지 못한 입찰을 지적하기도 했다.

“입찰이 없다. 대부분은 수의계약이다. 서울은 거의 입찰이다. 입찰 프로세스를 강화해주면 좋은데 행정은 하지 않으려 한다. 결국 전에 줬던 곳에 사업을 준다. 그러면 질은 떨어진다.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서 기획을 짜야 능력도 오르고 질도 오를텐데, 그러지 않기 때문에 질도 그대로고 신규 회사의 참여기회는 적어진다.”(서비스업부문 S기업 대표)

“제주에 들어온 기업인 경우 주민과의 알력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런데 행정은 자체적으로 해결하라고 한다. 개발초기 사업자로 지정을 받을 때는 오면 도와주겠다고 하고서는 막상 제주에 오니 사업자보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서비스업부문 B기업 이사)

도내 기업들의 애로점 가운데 인력수급과 자금조달은 현 상태로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인력인 경우 양성과정만 해도 수년이 걸린다. 자금조달인 경우엔 행정의 도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 문제는 홍보마케팅과 판로개척, 유통물류 등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까에 있다고 본다. 다음 기획에서 이 문제를 집중 진단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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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세우기 2015-10-14 08:48:21
줄세우기 근절에 앞장서야할 행정이 이리 하고 있으니 미래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네요ㅠㅠ
이러한 환경이 끼리끼리 논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

줄세우기 2015-10-14 08:47:04
줄세우기 근절에 앞장서야할 행정이 간접적 방법으로 이리 하고 있으니 미래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네요ㅠㅠ
이러한 환경이 끼리끼리 논다는 이야기가 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