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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뿌리인 굿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제주의 뿌리인 굿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10.04 14: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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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주무속에 푹빠진 프랑스인 예술사진작가 플로르 쉬랭
제주무속에 심취에 예술사진을 찍고 있는 프랑스인 플로르 쉬랭씨.

세계무형유산인 ‘굿’을 가진 섬. 그런 문화를 세계적인 무형유산으로 가진 곳은 흔치 않다. 때문에 제주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세계인들이 그래서 제주를 많아 오간다. 프랑스사람인 플로르 아엘 쉬랭(40)도 그런 유혹에 빠져 제주에 왔다.

쉬랭은 사진작가이다. 사진을 통해 기록을 남기는 다큐멘터리 작가는 아니다. 그는 사진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프랑스인 13명이 모여서 사진으로 작품을 얘기하는 ‘땅당스 플루’ 회원이기도 하다.

‘땅당스 플루’를 우리말로 옮기면 ‘명확하지 않은 경향’ 쯤으로 해석을 할 수 있다. 그건 사진이 보여주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렇지 않은 건 뭘까. 사진을 통해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찾는 예술’을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어쩌면 쉬랭이 시도하는 작업은 ‘땅당스 플루’라는 이름과도 닮았다. 24세부터 직업인으로 사진에 매달린 그는 지난 1일 제주에 들어왔다. 그의 관심엔 제주무속이 있다.

“한국에 대한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죠. 세계적으로도 독특한 무속이 제주에 있고, 사진으로 조명하고 싶었어요.”

올해와 내년은 ‘한국-프랑스 상호 교류의 해’이다. 그 일환으로 쉬랭이 속한 ‘땅당스 플루’는 프랑스문화원으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프로젝트 이름은 ‘코리아 온-오프(Korea on-off)’다.

“온-오프는 서로 보완적인 동양의 ‘음양(陰陽)’을 의미하죠.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의 보이는 것(on)과 보이지 않는 것(off)을 사진에서 보여주려고요.”

사진으로 보여주는 것은 쉽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때로는 연출을 하곤 한다. 굿을 하는 심방의 기(氣)를 표현하기 위해 빛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 표현을 하려고 서순실 심방과 3일간 작업을 하기도 했다. 3일간 서순실 심방과 눈빛을 교환해서인지 그는 서순실 심방을 향해 ‘굿(good)’이라고 표현했다. 이유를 물었다.

“같은 여성이라고 그랬을까요? 인간적인 것을 발산하고, 진실된 태도가 보였어요. 무엇보다 굿을 하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 묻어났죠. 당이 지닌 기를 존중하고 정성을 들이는 걸 느꼈어요. 사람에 대한 진실된 애정도 함께 말이죠.”

플로르 쉬랭씨는 성장하는 한국사회에서 고유문화를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쉬랭의 제주 생활은 잠깐이지만 그가 느낀 건 무척 많다. 그는 제주 무속의 가치에 대해 “엄청난 것이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러나 위기감에 대한 표현도 잊지 않았다.

“고유문화는 뿌리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급성장하는 사회죠. 제주무속을 젊은이들이 이어가야 할텐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굿을 지속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고유문화의 뿌리도 생각할 수 없지 않나요.”

‘제주무속이 언제까지 이어갈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쉬랭의 답이었다. 그는 아주 짧은 기간 제주에 왔지만 제주무속의 지속성에 대한 위기를 콕 집어냈다. 고유문화가 지속 가능하려면 그걸 지키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경구였다.

한편 그는 한국내 그래픽 전문 예술학교인 ‘PaTI’와 공동 특별작업을 통해 그의 앵글에 담은 사진을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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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믿음 2015-10-05 10:01:19
인간의 모든 일은 마음에서 시작하여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지만 제주 고유의 굿은 무형의 문화재이므로 보존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