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참여 조례', 그리고 '요망진 도민'
'참여 조례', 그리고 '요망진 도민'
  • 미디어제주
  • 승인 2006.11.03 08:35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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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강선영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얼마전 나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교육을 받으러 서울로 출타한 일이 있었다. 이름하여 '참여형 교육기법'을 배우는 자리였다.

‘참여, 참여형...', 근래 들어 참으로 익숙한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교육뿐만이 아니라 모든 행사. 프로그램에 참여가 강조되고, 정치인들이나 공무원들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던 정치, 행정에도 주민의 참여, 국민의 참여가 선진의 척도처럼 강조되어지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수동적이고 비주체적인 제도교육을 쭉 받고 자라온 세대의 일원으로서 나는 ‘주체적, 능동적, 적극적’ 이라는 수식이 붙는 모든 행위가 제주도말로 '뺄라진' 것에 다름 아니다 라고 잠재적으로 교육받아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경우에 따라 ‘요망진’이란 찬사를 들을 수도 있지만, 이 같은 경우는 내 경험상 ‘뺄라진’과 ‘요망진’ 의 미묘한 차이를 잘 관리해야 한다.)

아무튼 시대가 달라져서 '뺄라진 사람'이 필요한 시대가 왔고, 또 각계각층에서 그것을 요구하고 있다.
 
제주주민자치연대가 간사단체를 맡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 조례제.개정 운동본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많은 조례 중 특별히 제정을 위해 애쓰고 있는 '주민참여기본조례'와 '주민참여예산제'의 모토도 역시 '참여'다.

행정기관이나 의회에만 맡겨뒀던 살림살이를 이제는 집주인인 내가 직접 살림도 해보고 가계부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요즘같은 세태에 특별한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제주도가 ‘특별한 자치’를 온 천하에 공표했으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진적이라는 울산동구의 주민참여예산제가 우스울만큼 폼 나게 내용을 채워 조례를 제정해 볼만한 일이다.

더군다나 관(官)이 아니라 민(民)에서 자발적으로 관심을 갖고 참여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자 한다는 것은 그것 자체로도 참여의 정점이 아닌가.

그간 행정이나 정치권에서 내뱉은 민(民)을 향한 ‘참여와 자치’에 대한 숱한 요구가 입 발린 소리가 아니라면, 내심 기대를 가져본다. 도가 발행하는 ‘다이내믹 제주’ 에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가 관의 어떤 행사 홍보보다 앞서지 않을까?

‘제주-특별한 자치 움트고 있다!!-주민참여기본조례 주민청원으로 제정 앞둬’ ‘전국에서 가장 선진적인 주민참여예산제-주민이 나서 조례안 발표!!’   

사실 '제주도민들 요망지다'라고 고무시켜 주진 못하더라도 '저것들 뺄라지네'라고 곁눈으로 보지 말아줬으면 하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오래전 루소는 ‘영국의 국민은 선거하는 날 하루만 자유롭고 그 다음날부터는 노예로 돌아간다’라고 비아냥거렸다고 한다. 만약 루소가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그의 심정은 별다르지 않을 듯 하다.

선거날 하루 주인 대접받고, 나머지 하루 모자란 4년을 우리는 주인자리를 내주는데 무덤덤했던게 사실이다. 주민참여기본조례와 주민참여 예산제의 제정과 적극적인 시행은 많은 날들을 주인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또한 행정과 정치권에서도 본연의 직분으로 돌아가 어울리지않는 주인행세 벗어버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민과 협력.조력하길 바란다.

 

<강선영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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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2006-11-11 00:23:33
열린정치,열린사회 열린마음....
닫힌정치(인권유린의 집권의 무기..) ,닫힌 사회(보안법은 헌법보다 더 높고 무서운 법) 닫힌마음(서로 조심, 몸조심)
열린자세로 참여하는 능동적 태도는 나도 할 수 있다는 신념을 준다.

동감 2006-11-03 09:48:13
내 인생은 나의 것이라는 노래가 요새 더 유행해야 되는 것 아닌가?
오늘밤 노래방 가서 한번 불러나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