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이 바뀐다 “변화 앞장서서 이끄는 구원투수 자청”
교장이 바뀐다 “변화 앞장서서 이끄는 구원투수 자청”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9.0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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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6> 다양해진 교장의 얼굴과 리더십

순환 발령에 따른 조용한 관리임무는 ‘NO'

평교사, 기업가, 대학교수 등 출신도 다양해져

 

제주중앙고에 ‘배움의 공동체’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건 지난 2011년이다. 이 전까지 이 학교는 공부와의 관계맺음이 좋지는 않았다. 다수의 학생들이 중학교에서부터 학습에 흥미를 잃는 경우가 많았다.

# 혁신학교보다 더 바람직한 제주중앙고의 사례

이렇듯 제주중앙고의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없었다. 무더운 여름 혼자 돌아가는 천정 선풍기처럼, 오직 교사들의 활동만 반복되고 있었다. 교사들은 수많은 연수를 기웃거리지만 해답을 찾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다만 수업이 즐거워야 학교가 행복해지고 아이들의 생활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이 있었다.

제주중앙고의 많은 교사들은 이렇게 ‘배움의 공동체’ 수업(일본 도쿄대 사토마나부 교수가 주창. 학생·교사·학부모·교육행정 담당자 등 교육 주체들의 연대를 기초로, 학교에 진정한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수업혁신 운동)을 향한 출발 지점에 다함께 섰다. 이때가 2011년. 전임 부재호 교장은 2012학년도 핵심프로젝트를 '배움과 돌봄이 있는 수업혁신'으로 정하고 '배움의 공동체 수업'을 모델로 시범수업을 실시하며 본격 변화에 발을 담궜다.

# 변치않은 교육적 믿음의 이유, 자발성과 교장의 의지

지난 주 보도한 제주중앙고의 수업혁신 사례는 자발성의 면에서, 혁신학교보다 더 바람직한 시작점에서 출발했다고 말할 수 있다. 교육 주체들은 오랜 시간 교실의 문제점들을 인식해왔고, 수업과 조직문화를 바꿔보자는 데에 깊이 공감했으므로 전임 교장의 임기와 함께 ‘배움의 공동체’ 프로젝트가 막을 내리는 불상사는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덕분에 제주중앙고의 ‘배움의 공동체’는 2011년 이후 장기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이후, 경기 시흥 장곡중학교를 여러 차례 찾았고 한국배움의공동체연구회 손우정 대표를 직접 학교로 초빙해 교육철학을 공유했다. 제주 출신이기도 한 장곡중 박현숙 수석교사로부터도 여러 차례 조언을 받았다. 수업혁신을 중추적으로 이끄는 교사들간 ‘배움의 공동체 수업 연구회’를 결성, 자체적으로도 열정을 갖고 동료교사간 협력 관계를 구축했다.

세월이 흐르고 전임 부재호 교장을 대신해 지금의 채칠성 교장이 부임했지만 교사들의 교실수업 혁신 노력은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아니, 더 단단해졌다.

'배움의 공동체'를 뿌리내리는데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 제주중앙고 채칠성 교장.

채칠성 교장은 ‘배움의 공동체’가 도입된 중앙고의 수업에 대해 “다소 소란해보여도 자발적인 배움이 이뤄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다양한 과목에서 협력 수업을 진행하다보면 아이들이 재능을 드러내는 시간이 각기 있는 법. “일제식 수업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 하던 아이들이 적극성을 띠기 시작했어요. 특히 학생 별로 장점이 다르니 단순히 성적이나 힘만으로 아이들을 차별하던 문화가 많이 사라졌어요. 예상대로 수업이 즐거워지니 학생관리가 더 쉬워진 거죠.” 이제 중앙고에서는 교사들이 잠자는 학생을 깨우는 답답한 상황은 자주 벌어지지 않는다.

여기에 교실혁신의 노력이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다른 학교로 입소문이 나자 제주중앙고 교사들은 자긍심을 느끼게 됐다. 더 큰 변화의 에너지가 선순환하기 시작한 것이다.

# 점점 다양해지는 교장 선생의 이력

제주도에 ‘혁신학교’ 개념이 도입되기도 전에 가장 먼저 교실수업의 혁신을 시작한 제주중앙고가 지금까지 ‘배움의 공동체’를 열정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비결은 내부의 자발적 의지와 더불어, 최일선에서 학교 교육정책을 진두지휘하는 전·후임 교장들의 일관된 의지가 있었다.

어쨌거나 ‘배움의 공동체’는 기존의 것을 바꾸는 작업이다. 단순히 순환방식으로 전보되는 교장들이 어느 날 문득 이 학교 교장실로 발령됐다면 중앙고의 오늘은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본격 교장공모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02년부터로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 공약으로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를 제시했고, 2005년에 교장초빙·공모제 시범운영 추진계획이 나왔다.

기자가 찾은 경기도 지역의 혁신학교는 평교사 출신들이 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주에서도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다혼디 배움학교’ 다섯 곳 가운데 2곳이 평교사 출신 교장이다.

도외에서는 더 파격적인 교장직 도전이 현실로 벌어지고 있다. 전국 명품고 중 한 곳으로 손꼽히는 전북 전주시의 상산고등학교와, 수능 1·2등급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은 모두 서울대 교수 출신들이다. 맞춤형 주문식 교육으로 고졸취업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대전의 동아마이스터고는 개방형 공모를 통해 삼성전자㈜ 상무를 교장으로 발탁했다.

교장에 대한 평가야 교육 주체별로, 시각별로 다양할 수 있으나 이들이 깊은 전공지식을 공교육 현장에 접목하거나, ‘유지관리’가 아닌 ‘구조개혁형’으로 학교의 명맥을 계속 이어가는 ‘구원투수’로 등판했다는 사실에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교장의 리더십이 바뀌고 있다. 여기엔 서열 위주의 교장 인선이 아닌, 개방형 교장 등 파격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 수가 늘어 비좁아진 교실을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컨테이너 박스에서 집무를 보는 경기도 양평 조현초등학교의 최영식 교장, 권위를 내려놓고 교장실을 소통의 자리로 만든 경기도 시흥 장곡중학교의 정용택 교장, 그리고 ‘시외 인문계’ 내지 ‘특성화고’의 이미지가 뿌리 깊게 박혀있던 학교의 체질을 바꾸며 교실 하나하나에 역동적인 에너지를 불어넣고 있는 세화고 김종식 교장과 제주중앙고 채칠성 교장. 우리가 이번 기획을 통해 만난 이들 교장들은 ‘기존의 질서’를 벗어나 공교육에 꼭 필요한 가치를 과감하게 선택, 열정적으로 변화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교장자격증이 없는 이들의 교장 ‘등판’에 대해 교육계 내부에서 반발을 하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대구시와 경기도 지역 2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한 논문(대구교육대 석사학위 논문, 김창수)에는 교장공모제에 대한 질의에 찬성은 46.0%, 반대는 16.5%로 나타나기도 했다.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교장 공모에 반발이 클 것이라는 관념을 뒤집는 조사 결과다.

# 학부모와 마을을 웃게 하는 교장의 힘

지난달 21일 제주도교육청 별관 회의실에서 도교육청 주최로 열린 혁신학교 1학기 평가간담회에서 상당수의 학부모들이 교장에 의한 학교 변화에 만족감을 표했다.

“교장 선생님이 전교생의 이름을 다 외워요. 안아주고 이름을 불러주는데 학교 가는 길이 어찌 즐겁지 않겠어요?”(김희복 납읍초 학부모회장, 강희숙 수산초 어머니회장)

“초반에는 잘 될까 우려를 했죠. 그런데 교장 선생님이 마을로 이사를 오는 거예요. 매일 아침 제일 먼저 등교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안아주죠. 이제는 옆집 할머니가 교장 선생님의 안부를 물어올 정도에요.” (고은희 종달초 학부모회장)

이는 교실의 변화라는 혁신 프로젝트에서 교장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또, 우리가 기존 교육계의 질서를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검증된 능력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교장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섭외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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