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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호 기상악화 속 출항 20분 만에 ‘쾅’…구명조끼 안 입어
돌고래호 기상악화 속 출항 20분 만에 ‘쾅’…구명조끼 안 입어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9.0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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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이씨 “지하에 있던 사람들은 못 나왔을 것…난간 잡고 있었다”
생존자 박씨 “난간 잡았지만 너울 때문에…구명조끼는 거의 안입어”
전복된 낚시어선 돌고래호 주변에서 해경 구조보트가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주해양경비안전서 동영상 캡처

[기사보강:오후 4시21분] 제주 추자도 해상에서 실종됐다 반나절 만에 발견된 전남 해남 선적 낚시배 돌고래호가 기상악화 속에서 출항 후 20여 분만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해경 헬기를 통해 제주한라병원으로 이송된 생존자들은 구조되기 전까지 10여 시간 동안 바다 속에서 생사를 위해 배 난간을 붙잡고 떠 내려왔다고 진술했다.

생존자 이모씨는 “출항 후 20분도 안됐는데 ‘쾅’ 하고 부딪혔고 순식간에 배가 뒤집혔다”며 “바람도 많이 불어서 민박집에서 잤어야 했는데 선장이 출항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뱃머리 앞쪽에 있다 생존한 이씨는 “지하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은 나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내린 사람은 바다에 둥둥 떠 있었고 6명 정도는 배 난간을 잡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수색 중이던 해경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살려 달라 소리를 쳤지만 아무리 불러도 해경은 라이트도 비추지 않았다”며 “힘에 부쳐 한 사람 한 사람 너울에 떠내려가다 마침 지나가던 어선이 우리를 구조했다”고 구조 과정을 전했다.

또 다른 생존자 박모씨는 “구명조끼는 비가 많이 와서 축축해져 옆에 두고 잠이 들었었다”며 “몇 명 빼고는 거의 다 안 입었다고 보면 된다”고 당시 현장 상황을 설명했다.

박씨는 “승객들이 난간을 잡고서 있었는데 너울 때문에 더 이상 잡지 못했다”며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선장이 배에서 모두 나가라고 외쳤고, 배에서 나오는 것과 동시에 배가 뒤집어 졌고 내가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망자 중 4명은 낚시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발견됐으며 선박용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낚시객들은 선박용 구명조끼보다는 활동성이 편한 낚시조끼를 더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용인한 선박 선장의 구명조끼 부실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낚시 관리 육성법 제29조에 따르면 낚시어선업자는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한 경우 승선자 전원에게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 고시로 승선원 구명조끼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낚시조끼가 일부 부력은 있지만 부력이 얼마나 될 지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돌고래호는 지난 5일 오후 7시 제주 추자도 신양항에서 출항해 오후 10시쯤 전남 해남군 북평면 남성항으로 입항 예정이었다.

그러나 돌고래호와 비슷한 시각에 출항한 돌고래 1호와 오후 7시 44분부터 연락이 두절되면서 돌고래 1호 선장 정모씨(41)가 오후 8시 40분 추자 해양경비안전센터 출장소에 직접 찾아가 신고했다.

이후 오후 9시 03분 추자해양경비안전센터를 거쳐 제주해양경비안전센터에 돌고래호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재 추자도 인근 해역에서 시신 10구가 발견돼 모두 13명이 숨졌고 3명이 생존했다.

<오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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