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04 (금)
생활력(生活力) 두 번째 이야기
생활력(生活力) 두 번째 이야기
  • 홍기확
  • 승인 2015.08.3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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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98>

 #1 얻는 것과 잃는 것

 시간부족. 바쁜 일. 종합해보면 정신없는 일상.
 현대의 발전(發展)은 상실(喪失)이라는 개념과 연계된다.
 자본주의 사회에 더해 시장경제체제는 돈을 많이 벌면 좋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하지만 돈을 벌면 그 돈은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돈을 잃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돈이 돈을 번다면 부(富)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가 가난해질 수도 있다.
 
 확장해 보면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아니 하나 이상을 잃는 경우가 많다.
 일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면 그만큼 가족과의 시간이 줄어든다. 돈을 많이 벌면 더 벌려는 생각이나 잃지 않을 노력을 한다. 그만큼의 고민을 얻고 돈을 유지․증가하기 위해 시간을 쏟아 자신의 시간을 잃는다. 골프, 음주, 등산 등 개인 취미생활에 몰두하면 자신의 생활은 즐겁지만 결국에는 가족과의 생활은 망가져 가고 멀어져 간다.
 
 #2. 맛삶

 예전에는 모든 것이든 하고 싶었고, 마음먹은 대로 해내야 했다. 당연히 바빴다.
 지금은 하나가 늘면 하나를 줄인다. 하나를 줄이면 하나를 늘릴까 고민한다. 삶의 맛이다. 바꾸어 말하면 즐거운 고민을 하는 쫄깃쫄깃한 맛삶이다.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칠까, 하모니카를 불까하는 고민.
 당연히 생기는 기타를 배울까, 하모니카를 배울까 하는 선택.
 직장을 다니며 마라톤을 할까, 헬스클럽을 다닐까 하는 고민.
 당연히 생기는 달리기 연습이냐, 근력운동이냐 하는 선택.

 동시에 많은 것을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모든 것을 경험할 순 없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하고 몸은 당연히 하나고 체력은 무한정 솟아나지 않는다. 
 
 #3. 부부싸움

 부부싸움의 명확한 정의는 무엇일까?
 상대가 있는 것이 싸움은 맞을 것이다.
 상대가 없으면 스트레스나 자해. 상대가 약해빠져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 공격. 싸움이 규모가 커지면 전쟁.

 부부싸움으로 돌아가 보자. 말싸움이라는 용어는 없다. 물리적으로 피해가 없으니 말이다. 반면 말다툼이라는 용어는 있다. 정신적으로 피해가 있으면 다툼이라고 하나보다.
 정리하면 부부싸움은 승패가 명확히 갈리지 않고 서로 정신적 상처를 받는 ‘말다툼’과, 상대가 있어 간혹 물리적으로 충돌이 있는 ‘싸움’이라는 용어의 의미를 함한 개념이다.
 하지만 부부싸움에는 승자가 없다. 말다툼으로 정신적으로 쌍방이 피해를 보고, 가끔의 물리적 충돌로 일방은 더 큰 피해를 본다.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2명인 이색적인 전투의 종류다.

 #4. 육아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
 
 부모는 항상 육아에서 패배자다.

 #5. 생활력(生活力)

 얻는 것과 잃는 것.
 맛삶.
 부부싸움.
 육아.

 인생은 이처럼 명확히 손익이 나누어지고 명쾌히 계산이 되는 산수가 아니다.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무수한 선택의 집합이고, 하루하루 이만큼을 얻고 저만큼을 잃는 역동적인 흐름에 가깝다.

 생활력(生活力)이란 어쩌면 이런 흐름에 휘둘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승패를 떠나 호흡을 길게 가는 장기전이다. 인생을 두 번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살펴보고, 선택을 하며 맛삶을 느끼고, 결혼하여 부부싸움을 해보고, 자식을 낳아 육아를 해 보며 산맥을 오르내리는 경험을 두루두루 해본다. 이 와중에 힘을 기른다.
 
 생활력(生活力)이란 복잡다단한 내공의 조합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조윤희의 시 『내 그림 속으로 들어온 풍경(風景)』처럼 단순한 그림 한 장이기도 하다.

 ‘두툼한 문제지 뒤에 해답지는 언제나 부록처럼 얄팍했다.’

 생활력(生活力)이란 인생을 열심히, 잘 사는 것도 포함되지만 승패를 떠나 생활을 발견하는, 생활의 힘을 발견하는 능력임을 알겠다.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서귀포시청 공무원 밴드 『메아리』회장 (악기 : 드럼)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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