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꿈을 지닌 어린이들. 되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죠. 애들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꿈도 지니고 있죠. 공간에서 가지는 어린이들의 꿈을 찾아볼까요.
집은 대개 공간을 나누죠. 요즘은 원룸이라고 해서 공간을 구분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집이라는 공간은 원시시대를 제외하고는 각각의 쓰임에 따라 공간을 분할해서 쓰고 있어요.
‘가정’이라는 공간을 봅시다. 요즘은 아파트가 대세이지요. 각각의 집엔 거실, 안방, 작은방, 욕실, 부엌 등의 공간으로 나눠집니다. 거실과 부엌, 욕실이라는 공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방이 차지합니다. 방은 2개에서 3개가 많죠. 간혹 4개의 방을 갖춘 집도 있지만 그리 흔하지는 않을 겁니다. 평수가 크거나 2층 이상인 공간에서야 4개의 방이 있겠지만요.
가정을 이루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아빠, 엄마, 그리고 자녀들이죠. 아빠와 엄마는 방 하나면 충분할 테이고, 나머지 방은 자녀나 그 밖의 용도로 쓰이곤 합니다. 방이 2개이고 자녀가 한 명이라면 나머지 방은 자녀에게 주면 되겠죠. 문제는 다자녀일 때 나타납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지는 어린이들의 꿈은 바로 ‘내 방’입니다. 결혼한 이들의 로망이 ‘내 집’이라면 어린이들은 집에서 ‘내 방’을 그토록 갖고 싶어합니다. ‘하우스푸어’가 등장하는 불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내 집’을 가지려는 어른들과, 거기에 동조해 ‘내 방’을 가지려는 어린이들의 사투가 벌어집니다. 어른들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사회와 부딪히며 ‘내 집’을 가지려 갖은 애를 쓰며, 어린이들은 ‘내 방’을 가지려고 어른들을 조릅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어린이들은 행복합니다. ‘내 방’이라는 것만 놓고 보면요. 어릴 때 기억을 떠올리면 ‘내 방’을 가진 건 고교 2학년 때가 되어서야 가능했죠. 그것도 완전한 ‘내 방’은 아니었습니다. 남동생과 함께 쓴 방이었거든요.
로버트 킴멜 스미스의 <내 방 찾기 전쟁>은 자신의 방을 뺏긴 주인공 피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할아버지에게 뺏긴 그의 방을 찾기까지 과정이 재미있게 담겨 있어요.
할머니를 먼저 보낸 피터의 할아버지는 갈수록 ‘잃어버린 한쪽’에 상심해합니다. 그걸 보다 못한 딸 부부가 할아버지를 모셔오기로 합니다. 문제는 할아버지를 어느 방에 모시느냐죠. 그 결정은 어른들의 몫입니다. 피터의 방이 할아버지에게 넘겨집니다. 피터는 책에서 이 과정을 이렇게 쓰고 있어요. “부모는 원하지만 아이는 하고 싶지 않을 때, 한 가지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대개 부모가 이긴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부모라는 것 자체가 대단히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는 늘 싸움에서 이긴다.”
방을 뺏긴 피터는 친구의 부추김으로 할아버지와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그 전쟁은 아주 재미있게 진행됩니다. 할아버지와 피터의 심리전이 벌어집니다. ‘쪽지’를 통해 할아버지에게 전쟁을 선포한 피터는 자명종을 새벽시간에 맞춰 할아버지를 깨우기도 하고, 할아버지가 아끼는 시계를 몰래 훔쳐오기도 합니다. 할아버지도 그에 대항해 피터의 놀잇감을 숨기고, 피터의 운동화 끈과 가방을 다른 곳에 숨겨두기도 하지요.
그러나 결국은 피터가 지고 맙니다. 할아버지의 틀니를 훔치면서 전쟁은 끝납니다. 틀니를 찾으러 피터를 찾아온 할아버지. 틀니가 없는 상태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요. 그런 할아버지를 본 피터는 스스로를 가장 비열하다고 느낍니다. 틀니가 없는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보아온 할아버지가 아니었거든요. 피터는 할아버지에게 용서를 구하고, 할아버지 역시 마음을 열고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 모두 잘못을 했어. 네 부모는 네 방을 뺏고는 말도 못하게 하고, 그게 제일 큰 잘못이지. 누군가의 입을 다물게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불만이 사라지지는 않아. 이래서 수많은 전쟁이 일어나는 거란다. 말하지 않아서 말이야.”
피터는 전쟁에서 졌지만 자신의 방을 되찾습니다. 예전 건축 일을 했던 할아버지가 지하방을 ‘뚝딱 뚝딱’ 고쳐서 새 방으로 만들었거든요. 그 지하방을 할아버지가 쓰면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필자의 집엔 각자의 방이 있습니다. 아빠 방, 엄마 방, 미르 방, 찬이 방. 그런데 우리 애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들의 방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내 방’에 대한 애착이 덜합니다.
“미르야, 너희들 방 없으면 어떡할래?”
“같이 쓰죠. 재밌잖아요. 또 안 무섭잖아요.”
우리 네 식구는 많은 방을 놔두고 한 방에서만 잠을 잡니다. 피터는 자기 방을 찾으려 애를 쓰고 전쟁을 벌였는데, 우리 애들은 별 반응이 없네요. 더욱이 둘째는 아빠와 엄마 방을 나가려 하지 않아요.
“찬이야, 언제까지 아빠랑 잠을 잘거니.”
“영원히 안 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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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잠시 소시적으로 돌아갔네요 .
좋은 글 감사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