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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본연의 활동을 하려면 학교 CEO부터 변화를”
“교육 본연의 활동을 하려면 학교 CEO부터 변화를”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8.18 00: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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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3>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공모 교장
왼쪽부터 세화고 김종식 교장, 정용택 장곡중 교장, 최영식 조현초 교장. 다들 공모 교장이다.

능력보다 자리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창조적 마인드 통해 혁신 인재 길러야

“평교사 출신 교사들도 도전 가능해야”
 

기획을 하며 찾은 곳 가운데 혁신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기자가 발로 누빈 학교는 공교육 변화의 가능성을 준 곳이고, 그들 학교에서 가능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교육 본연의 활동이 이뤄지는 현장들이었다.

그런데 이들 학교의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 전교조 출신? 아니다. 일부에서는 교원노조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주도를 한다며 곱지 않은 눈길을 준다. 그러나 교육은 ‘편가르기’를 하는 곳이 아니다. 잘 되는 이들 학교의 공통점은 다름 아닌 공모교장에 있다.

공모교장의 틀은 획일적인 연공서열 중심의 교원 인사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됐다. 능력보다는 점수를 잘 딴 이들이 교장이 되기도 했다. 실제 그런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인지 교육 현장을 이끌고 있는 교사들의 생애 최종 목표는 마치 교장에 있는 듯하다. 승진을 한다는 것은 가르치는 것과는 거리를 두는 것으로, 경영자가 된다는 걸 의미한다. 그렇지만 경영을 하는 이들은 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하고, 창조적인 마인드를 통해 혁신적인 미래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런데 교육 수요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임용되거나 순환방식으로 전보되는 교장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런 한계에 대한 반성으로 나온 게 공모교장이다.

# 세계 각국 공모교장 ‘확산’

장곡중 학생들은 교내 행사 때 정용택 교장의 얼굴을 그려놓은 포스터를 학교 곳곳에 게재하고 있다.

세계 주요 나라들도 공모교장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은 일정 교직 경력이 있는 교원 가운데 학교행정직에 관심을 가진 교원들이 학교구에서 교육행정 경력을 쌓거나 필요한 교육여건을 갖추면 학교장에 지원할 수 있다. 비교적 젊은 교원도 학교장이 된다.

영국은 학교장에 대한 평가를 하는 대표적인 국가이다. 학교장 업무평가는 교장의 연봉이나 재계약 여부와도 연계가 돼 있다.

우리의 이웃인 일본은 교장 문턱이 매우 낮다. 교사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5년 이상(유형에 따라 교직경력은 다소 차이가 남) 관련 직에 근무를 하면 교장에 도전을 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두고 있다. 더욱이 교장자격증이 없는 민간인도 교장이 될 수 있다. 일본의 2005년 자료엔 41개 도·도·부·현 103개 학교의 교장이 민간인 출신이다.

우리나라에서 본격 교장공모제가 논의되기 시작한 건 지난 2002년 대선 때부터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공약으로 학교장 임용제도 다양화를 제시하면서 불을 지폈다. 정부는 2005년엔 ‘교장초빙·공모제 시범운영 추진계획’을 내놓았고, 2007년부터 시범 운영되기 시작한다.

그럼 교장공모제는 어떤 유형이 있을까. 내부형과 개방형, 초빙형 등 모두 3가지 유형이 있다. 내부형은 교장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된다. 교육경력 15년 이상이면 자율학교나 자율형공립고에 도전을 할 수 있다.

개방형은 교장자격증이 있거나 해당학교 교육과정에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경력이 있으면 된다. 특성화, 특목고, 예체능계 고교에 문을 두드릴 수 있다.

초빙형은 일반학교를 대상으로 한 경우이며, 교장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 평교사 출신 ‘내부형’ 통해 교장 입성

이들 3가지 유형 가운데 이슈의 초점이 되는 경우는 내부형이다. 내부형은 평교사로서 교장에 도전을 하곤 한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경기도 지역의 혁신학교인 경우 평교사 출신들이 교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주에서도 올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다혼디 배움학교’의 교장 상당수가 평교사들이다.

조현초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글들. 조현초 학부모들이 스승의날 때 만든 문구로, 교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운다.

평교사 출신 내부형 공모교장은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조현초등학교 교장실은 컨테이너 박스다. “왜 컨테이너 박스에서 집무를 보느냐”는 질문에 해당 교장은 “공간이 없어서다”는 답을 했다. 비록 공간이 없다고 하지만 컨테이너 박스를 집무실로 삼는다는 건 교장이 위계질서를 지키는 자리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장곡중학교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도 평교사 출신 교장이다. 교장실은 엄숙한 곳이 아니다. 교장실을 오가는 중앙 현관은 엄격하게 통제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누구나 중앙 현관을 자유롭게 오가도록 하고, 학생들은 쉬는 시간엔 탁구를 즐긴다. 교장실로 이어지는 복도는 누구나 편히 앉아 책을 읽는다.

일부에서는 평교사 출신의 교장 등극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문제제기는 가능하지만 그건 교장공모제라는 틀에서 이뤄진다. 오히려 학계는 내부형 공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교장공모제가 초빙형 위주로 진행되면서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들을 펴고 있다.

2010년 교육부 자료를 참고하면 공모교장은 전국적으로 2425명이며, 이 가운데 75.8%인 1837명이 초빙형 교장이다. 내부형 공모교장은 22.1%에 지나지 않는다. 교사가 공모교장이 된 경우도 3.6%인 55명에 불과할 정도이다. 공모교장은 아직도 평교사에게 문호를 많이 열어두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공모교장 찬성 교사 비율 ‘압도적’

어쨌든 공모교장은 새로운 틀이면서 확대를 해야 하는 정책임에 분명하다. 세화고 김종식 교장은 학교를 확 바꿔놓았다. 공모교장인 그는 교장자격증을 지니고 세화고에 도전, 체질을 개선시켰다. 눈에 띄는 건 학력향상이다. 세화고를 국내 최고의 명문과 겨루는 ‘명품학교’ 반열에 올려놓을 정도였다.

세화고 김종식 교장의 노트. 이 한 권의 노트는 칭찬글을 비롯, 학교 내외의 다양한 정보를 모두 담아내고 있다. 거기에서 학교 운영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힌트도 얻는다.

공모교장은 남다르다. 분명한 성과를 내거나, 학교를 종전과는 다른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지닐까. 마침 공모교장과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있어서 소개한다. 김창수씨의 대구교육대 석사학위논문이다. 이 논문은 대구시와 경기도 지역 200개 학교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찬반을 물은 결과 ‘매우 찬성한다(6.5%)’와 ‘찬성한다(39.5%)’ 등 찬성 입장이 46.0%였다. 반대 입장은 ‘반대한다(13.0%)’와 ‘매우 반대한다(3.5%)’ 등 16.5%에 지나지 않았다. 교육경력으로는 21년 이상 교사들의 반대 입장이 18.6%였으나 찬성 입장도 46.5%로 평균보다 높게 나왔다. 21년 이상 교사들은 다른 근무연령 교사들에 비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비율이 적었기 때문이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찬반은 전교조나 교총 가입의 구분도 커다란 의미가 없었다. 전교조 소속 교사 67.8%가 찬성 입장이었고, 교총에 가입한 교사들도 반대(16.2%)보다는 찬성(37.7%)에 훨씬 많은 표를 던졌다.

# “내부형 공모교장 비율 더 늘려야”

이 설문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평교사가 교장이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의 표현이다.

‘교사가 교장이 될 수 있는 내부형 공모제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55.5%나 됐다.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2.5%로 무의미한 결과였다.

21년 이상의 교사들은 내부형 공모교장 비율확대에 다소 주춤거릴 뿐 그 이하 교육경력은 내부형 공모교장에 대한 인식이 압도적으로 나왔다. 21년 이상 교사들은 37.2%가 확대를, 11년에서 20년 교사들은 63.2%, 6년에서 10년 경력은 62.5%, 5년 이하는 55.1% 등이었다.

공모를 통해 학교경영을 하는 이들은 왜 다를까. 교사들은 왜 공모교장에 찬성표를 많이 던질까. 평교사도 대상이 되는 내부형 공모교장도 늘려야 한다는 비율이 더 높을까. 기자는 현장을 봐왔다. 교육계 내에서의 이런 바람은 변화라기보다는 학교 교육 자체에 대한 반성으로 읽힌다. 학교 교육이 본연의 활동을 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르기에 이를 공모교장을 통해서라도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고 싶다는 교사들의 열망이 아닐까.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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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역할 2015-08-18 12:02:15
좋은 학교 교장제도 현장조사를 통한 사례 소개 아주 굿입니다.
중고교 학생들은 미래를 짊어지고 갈 인재들인데 지금까지의 교육제도는 문제가 많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게다~~
내부공모제 교장제도를 더욱 확대해서 인재 육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미래의 우리나라가 밝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