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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장밋빛으로 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밖에서는 장밋빛으로 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8.17 07:1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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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체제 개편 해답을 찾아서] <3> 정석항공과학고가 말하는 어려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항공관련 학교인 정석항공과학고.

연간 제주공항을 오가는 이들은 2000만명을 넘는다. 여객 수송으로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공항이 제주에 있는 셈이다. 때문에 제주에 항공관련 학과가 있으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제주고교체제 개편 연구용역 최종 보고서도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보고서는 툭성화 고교의 구조 개편으로 미래성장 동력 관련 학과, 즉 항공정비 관련 학과 신설을 제시하고 있다. 2017학년도에 1단계로 시설을 확보하고, 강사 등을 확보한 뒤 2022학년도에 관련 졸업생을 배출한다는 안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보고서대로 항공 관련 특성화 고교가 제주에 만들어지면 가능성이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구하러 찾은 곳은 인천에 위치한 대한항공 계열의 정석항공과학고(교장 구훈서)다.

정석항공과학고는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항공 관련 고등학교이다. 이 학교는 1960년대 독일 정부의 기술원조로 탄생했다. 중앙종합직업학교 독일부에서 학교법인 인하학원이 경영하는 한독실업학교로 재편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항공정비과, 항공기계과, 항공전자과, 항공전자제어과 등 4개 학과 24개 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정석항공과학고의 무인항공반. 한국로봇항공기경연대회에서 대학생들을 물리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성화 고교 가운데는 꽤 좋은 자원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관련 기업에 취직하는 비율은 10%도 되지 않는다.

정석항공과학고는 특성화 고교 가운데는 꽤 좋은 자원들이 들어온다. 그렇지만 이들 자원을 좋은 취업으로 연결시키는 한계가 생기면서 5개였던 학과를 4개로 축소, 조정했다. 거기엔 ‘경쟁’이라는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경쟁’이란 전국적으로 항공 관련 특성화 및 마이스터고와의 불가피한 경쟁이다.

현재 항공 관련 고교는 정석항공과학고를 포함해 경남, 경북, 전북, 충북 등 5개 지역 6개 학교가 있다. 경남 진주에 있는 공군항공과학고가 국립이며, 경남항공고와 청주공업고가 공립, 나머지 3개 학교는 사립이다.

정성항공과학고에 오래 몸담은 구훈서 교장은 항공과학고는 쉽지 않은 선택임을 말했다. 그는 우선 고급 인력이 있어야 함을 내내 강조했다.

“수준이 높지 않으면 안돼요. (사람 키만큼의) 매뉴얼은 전부 영어로 돼 있어요. 회사에 취직하더라도 영어를 해독하지 못하면 살아남지를 못합니다.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아이들이 와야 항공교육을 따라갈 수 있어요.”

제주도에 항공관련 특성화 고교나 학과가 만들어질 경우 고급인력의 학생들을 수급해야 한다는 얘기이다. 덧붙여 시설도 문제가 된다. 구훈서 교장은 시설 문제를 지적했다.

정석항공과학고는 고가의 시설이 즐비하다.

“시설을 갖추려면 지원을 받지 않으면 안됩니다. 예전엔 대한항공에서 기자재를 지원했으나 이제는 사오는 실정입니다. 기자재 투자는 만만치 않아요. 교육을 시켜도 전공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IMF 이후 대한항공에 입사하는 비율도 뚝 떨어졌어요. 한해 6~7명에 불과합니다.”

정석항공과학고의 취업률은 50%를 다소 웃돈다. 2011학년도 56.5%에서 2012학년도는 39.9%로 뚝 떨어진다. 2013학년도는 46.7%로 회복되고, 2014학년도 취업률은 53.3%를 기록했다. 하지만 항공 관련 분야에 취업하는 학생들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항공 관련 특성화 고교의 경쟁에다,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취업인 경우 경남 지역에서 다른 지역의 유입을 막는 형국이어서 좋은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어렵다. 정석항공과학고의 다른 교사들도 구훈서 교장처럼 ‘현실은 쉽지 않다’고 말을 이었다.

“밖에서는 장밋빛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를 않아요. 사천에 있는 항공클러스트는 지역에서 막고 있죠. 우린 그런 장벽을 뚫기 위해 취업맞춤반 25명을 선발합니다. 이들을 위해 토익도 정규과목에 편성해요. 하지만 항공산업은 피부에 와닿지 않습니다. 숙고해야 합니다.”

 

“특성화 고교는 소수 정예화하는 게 필요”

[인터뷰] 홍경희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도의회 홍경희 의원.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고교체제 개편을 앞두고 서울과 인천 등지의 3개 학교를 방문, 바람직한 고교체제 개편은 어떤 방향인지에 대한 답을 찾으러 다녔다. 이번 방문단 가운데 홍경희 의원은 도의원으로는 유일하게 참가했다. 현재 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이기도 한 그가 느낀 고교체제 개편 방안은 뭘까.

“특성화 고교는 원하는 애들이 갈 수 있도록 해야죠. 소수 정예화하는 게 필요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일반고에 가고 싶어 하는 애들이 많죠. 그런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제주시 동지역) 특성화 고교 한 곳을 일반고로 전환을 해야 한다고 봐요. 일반고 수요도 충족시키고, 특성화 고교도 강화하는 것이죠.”

그는 인천의 정석항공과학고, 서울에 위치한 수명고와 대원여고 등을 돌아본 소감도 전했다.

“실은 가장 기대를 하고 간 곳은 정석항공과학고였죠. 하지만 가장 실망했어요. 대한항공 계열이면서 대한항공에 취업하는 애들은 극소수라는 사실을 접했어요. 제주에 항공관련 학과를 설치하는 건 논의 가치가 없는 것 같아요. 고교체제 개편 최종 보고서에 항공학과를 거론했는데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용역에 담은 거잖아요.”

홍경희 의원은 정석항공과학고에서 ‘실망’을 봤지만 다른 학교에서는 ‘가능성’을 봤다고 했다. 음악중점학교인 대원여고를 통해 가능성을 읽었다고 한다.

“서울 전역에서 대원여고에 입학하려고 지원하는 학생들이 날로 늘고 있다고 들었어요. 대원여고처럼 음악과 미술을 묶어 놓으면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아요. 여기에 열정을 지닌 예능전문교사를 발굴하고, 교장과 교육청이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어떨까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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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발전 2015-08-17 08:51:24
미래의 인재 개발 여건 조성을 위해 힘쓰시네요~~
제주의 특성화 고교를 통한 제주의 인재 육성에 한몫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