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3 18:27 (화)
교사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학교를 바꾼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헌신이 학교를 바꾼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8.12 13:5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교체제 개편 해답을 찾아서] <2> 음악중점학교 대원여고의 ‘행복’
대원여고 정문. 예술중점학교임을 내세우고 있다.

‘엘 시스테마’. 이젠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회적 용어가 됐다. 음악에 소질이 있거나, 음악을 즐기고 싶은 애들에겐 ‘엘 시스테마’는 희망이나 다름없다. ‘엘 시스테마’는 공적인 영역에서 출발하지 않았으나, 사실 그건 공교육에서 해줘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원여자고등학교(교장 권현숙)를 찾았다. 일반고등학교인 대원여고가 내건 건 ‘음악’이다. 일반고에 웬 음악이냐 싶겠으나, 이 학교는 음악을 통해 달라지는 학교 현장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광진구 산자락에 위치한 대원여고는 대원학원에 속한 여자 고등학교이다. 이 학교의 고민은 서울의 여느 일반고과 다를 게 없다. 특수목적고나 특성화 고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력 수준을 안고 가야 한다는 점이다. 대원여고는 그래서 앞서 얘기했듯이 ‘음악’을 하나의 탈출구로 제시했다.

대원여고는 5년째 ‘음악중점학교’로 학생을 수급하고 있다. 대원여고는 음악중점학교를 내세우고 있으나 그 기초는 20년 전부터 시작됐다. 음악과 미술반 등의 예능반을 운영한 경험이 지금의 음악중점학교를 있게 만들었다.

대원여고는 37개 학급이다. 3학년이 13개 학급이며, 1·2학년은 12개 학급씩이다. 이 가운데 음악과정은 모두 2개 학급이다. 음악과정은 신입생부터 받아들이며 커리큘럼도 다른 학급과는 차이가 난다. 음악과정은 이론과 실기 중심의 과목이 다른 학급과 차별화된다.

대원여고는 1학년부터 차별화되는 음악과정만 있는 건 아니다. 1학년인 경우 12개 학급 가운데 음악과정 2개 학급을 제외한 나머지 9개반은 공통과정을 배운 뒤 2학년에 오를 경우 학생들의 다양한 끼를 발휘하도록 해준다. 음악과정을 포함해 5개 과정을 운영하게 된다.

대원여고가 운영하는 5개 과정은 음악과정, 인문사회과정, 과학기술과정, 미술과정, 관악예술과정 등이다. 인문사회와 과학기술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문과·이과 구분이다. 이를 빼면 미술과정과 관악예술과정이 남는다. 미술과 관악은 학생들의 즐거운 생활을 도와주는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1개 학교에서 5개 과정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다. 과정별로 시험을 별도로 출제하는 건 물론, 내신성적을 내는 것도 어렵다. 때문에 교사들의 헌신이 필수적이다. 대원여고 이태호 교감이 어려움을 다음처럼 토로했다.

이태호 대원여고 교감이 학교를 찾은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에게 대원여고의 음악중점학교를 설명하고 있다.

“내신의 유·불리가 있어요. 각기 다른 과정이 있기 때문에 교사수급도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게 대학입시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의 희생이 따라야 합니다. 담당 교사들의 희생과 봉사가 없다면 이런 5개 과정을 운영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이태호 교감의 얘기로는 몇몇 중점학교는 아예 포기한 사례도 있다. 담당 교사들이 포기를 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면서 이태호 교감은 “그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원여고는 왜 다양한 과정을 운영하고 있을까. 다른 곳처럼 중점학교를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성과’에 있다. 음악중점학교를 통해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충분히 달성하고 있어서다.

대원여고가 예술고보다 대학입시에서 월등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언론보도. 그걸 '기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대원여고는 음악중점학교로 재지정 받았고, 대학입시에서 음악계열의 예술고보다도 더 월등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음악과정 2개반 학생의 90%는 서울의 명문 대학을 비롯, 대부분 서울지역 학교에 들어가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에 있다. 애초 중점학교는 교육부의 사업이었다. 초기엔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절반씩 부담을 했으나, 이젠 전체 예산을 교육청이 떠안고 있다. 이태호 교감은 어려움을 또다시 설명했다.

“제대로 하려면 예산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때는 강사비 감당도 어려워요. 특히 음악은 개인 교습이 이뤄져야 합니다. 강사를 구하기도 쉽질 않죠.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예산 지원이 절대적입니다. 그리고 담당교사를 신뢰하고 전권을 줘야 가능합니다.”

대원여고는 즐거운 학교다. 음악중점학교 가운데 대표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대원여고는 음악중점학교를 계속 지향할 것이란다. 여기엔 이태호 교감의 말처럼 예산과 교육 당국의 절대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인터뷰] 대원여고 정치훈 음악부장

대원여고 정치훈 음악부장.

그의 머리칼에서 느낌이 묻어난다. 대원여고 정치훈 음악부장을 바라보면 음악을 하는 이임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그는 1983년 학교에 몸을 담았다. 대원외고와 대원고에 있다가 대원여고로 옮긴 건 20년 가까이 된다.

그는 대원여고를 음악중점학교로 만들기 전부터 대원여고에 음악을 심었다. 15년간 음악반을 운영하면서 좋은 학생들을 길러냈다. 그 실력(?)을 바탕으로 음악중점학교로 일을 내고 있다. 예술고에서 하지 못하는 일들을 그의 손을 거치며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의 행복을 강조하는 정치훈 음악부장은 사회에서의 행복도 음악에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가 많아질 겁니다. 복지시대의 행복에 음악이 빠질 순 없죠.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이 음악과 관련된 곳만 취업하는 것도 아니죠. 음악을 다양하게 변용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그는 특히 제주에서 음악의 가능성을 높게 바라봤다.

“제주도는 관광도시잖아요. 아름다운 섬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음악을 살릴 경우 직업 창출 효과도 클 겁니다.”

그는 그야말로 음악에 헌신, 현재의 음악중점학교로서 현재의 대원여고를 만든 인물이다. 그의 자신감을 더 들어본다.

“음악중점학교는 돈이 없어서 예술고를 갈 형편이 되지 않는 학생들, 아니 정말 음악이 좋아서 여기를 찾아요. 음악을 하는 애들은 공부를 못한다고요? 아닙니다. 다른 인문고보다 성적이 월등하게 높아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좋은학교 2015-08-12 16:27:44
좋은 학교의 소개와 진학에 대한 진솔한 교사들의 이야기 정말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