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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던 학교에 예체능 심어 돌파구 마련
외면하던 학교에 예체능 심어 돌파구 마련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8.11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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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체제 개편 해답을 찾아서] <1> 서울 일반고 수명고등학교의 변화

제주도내 고교체제 개편은 ‘뜨거운 감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종 용역은 나왔으나 이를 그대로 안고가기에도 부담이 따른다. 최종 용역 보고서는 농어촌 거점 고교를 중심으로 클러스터 학교를 운영하고, 예체능을 전공할 수 있는 예술·체육 중점학교 운영을 거론하고 있다. 아울러 제주시 동지역의 학부모 욕구를 해소하는 방안으로 일반고 신설이나 특목고 혹은 특성화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문제도 담고 있다. 이들 가운데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답이 있을까. 제주도교육청이 교육청 관계자, 도의원과 관련 전문위원, 학부모 등과 함께 골치아픈(?)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서울과 인천 지역의 일반고와 특성화 고교를 찾았다. [편집자주]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수명고에서 바라본 발산지구 아파트 단지.

서울의 서쪽 강서구 내발산동. 발산지구가 본격 개발된 건 지난 2004년이다.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강서구 내발산동 57만6900㎡(7만25평) 규모의 땅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 5592세대를 공급했다. 공급 세대 가운데 절반인 2805가구가 임대주택이다.

발산지구는 2006년 말 완공됐다. 깨끗한 입지여건, 택지개발과 아울러 새로 들어선 학교도 눈에 띈다. 학교 건물은 작품성도 뛰어나다.

그러나 이 지역을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눈은 다르다. 강남 3구에 몰리는 서울의 교육풍토. 학부모들은 강남 3구로 눈길을 던지지, 강서구 일대에서 교육을 시키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내발산동에 위치한 수명고등학교(교장 이형범). 이 학교는 지난 2009년 개교, 현재 30학급(특수학급 3개 학급 포함)에 800명의 학생들이 다니고 있다. 개교 7년차인 이 학교의 고민은 뭘까.

“반경 1㎞에 사립고 4곳이 있어요. 사립고를 선호하지 우리 학교는 개교를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선호하지를 않죠. 1차와 2차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원하지 않는 애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수명고 이형범 교장의 설명이다. 수명고등학교는 일반고다. 그런데 서울에 있는 일반고가 왜 선택대상이 되지 않을까.

최신식으로 지어진 일반고 수명고등학교. 제주에서 특성화 고교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일반고가 안고 있다.

서울은 제주와는 다르다. 제주도는 일반고를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지만, 서울은 일반고를 우선으로 택하지 않는다. 서울은 제주와 달리 특수목적고와 특성화고, 자율형사립고 등이 우선 선택을 받는다. 이들 전기 지원이 끝난 뒤 자율형공립고나 일반고를 선택한다. 일반고는 여기서도 밀린다. 서울에서는 “너, 공부안하면 인문계 간다”는 말이 일반화 돼 있을 정도이다.

수명고 황석길 교감은 학교의 현실을 더욱 실감 있게 설명했다.

“특목고나 특성화고에 떨어진 애들이 3지망으로 와요. 이 애들은 진학이 목표가 아닙니다. 학력이 워낙 낮아서 대학은 의미가 없어요. 학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데 그런 고민들을 하게 됐어요.”

황석길 교감의 말을 빌리면 학력과는 전혀 의미가 없는 애들이 선택, 아니 ‘어쩔 수 없이’ 이 학교에 온다는 셈이다. 그걸 타개하기 위해 교사들이 고민을 했다는데, 고민의 결과는 뭘까.

고민으로 탄생한 결과물은 예체능교과 운영이다.

수명고는 3학년을 대상으로 예체능과정 2학급과 직업반 1학급을 운영하고 있다. 2년동안 이런 과정을 운영하면서 학교가 달라졌다. 학습 분위기를 흐리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찾아가고, 나머지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수업에 몰두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와 도의회 관계자, 학부모 등이 수명고를 찾아 수명고 관계자들로부터 학교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그러나 예체능과정을 3학년이 아닌, 1~2학년으로 확대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게 문제이다. 이렇게 될 경우 전문강사가 필요한 건 물론, 학교 기본운영비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체능과정 등에 대해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도 문제로 떠오른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5000만원의 예산을 받고 있지만, 예산이 끊길 경우엔 예체능 과정 운영은 꿈 꿀 수도 없다. 그러기에 예체능과정의 학년 확대는 주춤거리고 있다.

수명고 입장에서는 예산 지원이 가장 큰 걸림돌이긴 하다. 하지만 변화는 보이고 있다. 예체능과정 등을 2년간 운영하면서 생활지도도 훨씬 쉬워지고 학력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예체능반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문의전화를 할 정도가 됐다.

 

[미니 인터뷰] 제주출신 전재현 창의체험교육부장

전재현 수명고 창체부장.

지난 1987년 교단에 선 전재현 창의체험교육부장. 수명고의 현재를 이끌고 있는 중요 직책을 맡고 있다. 그런데 그는 알고 보니 제주도 출신이다. 그는 ‘원하는 학교’를 말하지 않는다. 부모나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학교’라도 그게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고 한다.

“학교는 학생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고민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잘 운용해야겠죠.”

그는 고교에 들어오기 전부터 학생들 스스로 자기진로를 탐구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도 일깨운다.

“너무 진학에 매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학과 진로는 다릅니다. 학교는 진로를 적성에 맞게 지도를 해주는 곳입니다. ‘원하는 학교’가 아니라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는 게 중요하고, 거기서 행복이 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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