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물었죠. 계획을 세우게 했고, 미소를 지었을 뿐이에요”
“꿈을 물었죠. 계획을 세우게 했고, 미소를 지었을 뿐이에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8.11 0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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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2> 농촌학교서 명품학교로 세화고의 거침없는 변신
세화고의 도서관 풍경. 왜 세화고가 주목을 받고 있는지를 얘기하는 듯하다.

고교 3년은 진로를 준비하는 시간

학교는 아이들의 꿈과 계획을 질문하고

교사는 다정하고 열정적으로 긍정해주기

 

한 때는 먼 학교였다. 동지역 일반계고에 떨어진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먼 길을 빙빙 돌아가는 곳. 지금은 세화중 학생들이 지척에 두고도 가지 못 하는 학교가 됐다.

세화고는 제주도교육청이 지정한 ‘혁신학교’는 아니다. 하지만 7년간의 제주형자율학교 지정·운영과 2012년 공모교장 부임을 계기로 한발 짝 한발 짝 급기야 대변신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민족사관고·대원외고 등과 함께 ‘영재를 꽃피우는 한국의 명품고등학교’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농촌 공립학교의 놀라운 도전을 잠시 전한다.

# 농어촌 마을에 벌어진 놀라운 일들

지난달 30일 만난 세화고 김종식 교장의 어깨에는 기분 좋은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입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얼마 전 한국명품학교 중 한 곳으로 선정된 여운이었지 않았나 싶다.

사단법인 한국학교교육연구원은 세화고를 전국 명품고 중 한 곳으로 선정했다. ‘미래를 여는 지역 명품학교’ 부문이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높고, 교사들이 주말마다 사제동행 프로그램을 운영할 정도로 열정적인 점, 학생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도외 유명대학을 방문하는 등 섬의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학교 측의 강한 도전정신이 믿을 수 없는 결과를 선물했다.

세화고는 최근 교육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학교로 꼽힌다. 이유가 많았다. 기초학력미달비율이 도내 일반고 가운데 가장 적다. 국영수 3개 과목 학업성취도 ‘보통이상 비율’이 제주시 동지역 일반계고를 추월할 만큼 일취월장하고 있다. 언론사와 입시정보업체 등이 학력 수준·교육여건·선호도를 기준으로 실시한 도내 일반고 평가에서 20곳 중 8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 동지역 일반계고를 제쳤다. 특히 같은 조사에서 도내 일반고교 중 가장 높은 순위 향상도를 나타내기도 했다. 성장세가 또렷하다는 이야기다. 올해는 졸업생 중 111명이 도외 대학으로 진학했고, 88명이 제주대학교에 입학했다.

# 변화의 징조들

제주 도민들이 제주시 동지역 학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는 사이, 세화고는 끝없이 변신을 준비해왔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직후 ‘제주형 자율학교’(2007~2013)로 지정되고 ‘교육과정 혁신형 창의경영학교’, ‘교원능력평가 선도학교’ 등으로 시범 운영되면서 학교 교육과정 변화에 물꼬를 텄다. “바뀔 필요가 있구나”라는 관심의 시작이었다. 2012년엔 교장공모제를 통해 선명한 목표의식을 가진 지금의 김종식 교장이 부임하면서, 세화고가 부흥의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꿈을 키워주는 곳

김종식 교장이 가장 고민한 것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느냐’였다. 교사와 학교의 상(像)은 많았다.

“고민 끝에 딱 하나, 자신감을 심어주자 했어요. 자신감은 ‘꿈을 가졌는가’, ‘성취 과정에 있는가’에서 나오죠. 그래 좋다,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 꿈 하나 가슴에 심어주기로 했어요.”

하지만 대입이나 취업 중 한 길을 조만간 결정해야 하는 고등학생들에게 꿈은 노스탤지어와 같은 아련한 색채로만 머물러서는 안 됐다.

세화고가 학생들의 진로 등을 위해 자체적으로 발간한 책들.

학생들을 격려하고, 자신의 꿈을 찾도록 만드는 책 발간을 시작했다. 그리곤, 꿈을 찾고 실질적으로 준비할 수 있는 정보와 방향성을 이끄는 여러 격려의 글들을 그곳에 담았다. 올해 초 펴낸 ‘꿈을 JOB자’ 첫 표지에 빈 도화지를 그려 넣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책을 펴면 질문들을 만난다. 질문은 짧고 답 칸은 크다. 생각과 성찰이 필요한 답들이라는 말이다. 내 생애를 걸고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것들, 그 일을 하며 산다고 생각할 때 나의 생애 설계는…. 귀결점은 그 일을 위해 고등학생인 내가 지금 실천해야 하는 일들을 아는 것이다. 세화고 학생들의 고교 생활은 이 지점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는 ‘나의 꿈 노트’다.

‘나의 꿈 노트’는 비단, 꿈을 찾는데 멈추지 않는다. 꿈을 찾았다면 이루기 위한 활동을 세세히 기록하고 준비하는 것이 후반전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내가 하고 있는 노력, 꿈과 관련한 교내·외 활동, 고교 생활 계획, 나에게 적합한 대입 전형 방법 찾기, 대학진학 후 취업 및 진로 계획도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김종식 교장은 부임 이듬해 작은 다이어리 3권을 발간했다. 신입생들을 위한 책자는 물론, 졸업생들을 위한 다이어리에는 수능 후 지켜야 할 나의 약속과 다짐을 넣었다. 지난해 발간한 ‘잡아드림(Job我Dream)’에는 진로와 관련한 독서 포트폴리오 짜기를 구성하기도 했다.

올해 세화고는 ‘꿈 노트’와 더불어 ‘세화인을 위한 진로교과서’를 간행했다. ‘꿈 노트’가 서술형 꿈 고백서 겸 계획서라면, ‘진로교과서’는 학과와 직업의 연관, 지필고사 대비법, 학생부종합전형 비교과영역 대비법, 2016학년도 대입 전형 시행계획 등 입시와 관련한 실질적인 정보를 게시했다. 교사들의 열정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책자들이다.

# 아이들이 달라졌어요

학교가 아이들의 꿈을 묻고,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지어주는 동안 아이들이 변했다.

“먼저 인사를 건네요. 온 학교가 아이들의 성장에 집중하고 있음을 학생들도 아는 거죠.”

세화고 교직원들의 명함은 웃음으로 답한다.

사실이었다. 교장공모를 통해 또렷한 철학을 안고 부임한 교장, 아이들의 ‘민원’에 바로바로 움직여 학교생활을 뒷받침해주는 박승윤 행정실장, 법에 빠삭하다는 그의 특징이 말해주듯 꼼꼼하게 업무를 처리하며 교장의 뒤를 빈틈없이 보조하는 오정보 교감, 이하 전 교직원이 아이들이 꿈을 찾아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뒷받침하는데 모든 열정을 다하고 있다.

세화고의 모든 교사들에게는 명함이 있다. 이 명함에는 둥근 미소가 들어있다.

“스승에게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해요. 다정, 열정, 긍정. 그 가운데 제일은 열정이고, 다음은 다정이죠. 이 명함은 그런 우리 교사들의 다짐이에요.”

지금 세화고는 개교 이후 가장 큰 대형공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마치 세화고의 믿을 수 없는 성장을 은유하듯 학교는 하루하루 새롭고 튼튼하게 변신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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