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혁신학교는 너무나 혁신적이지 않다
사실, 혁신학교는 너무나 혁신적이지 않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8.03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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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1> 혁신학교 Q&A
혁신학교 어린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을들.

지식이 개인의 삶에 왜 필요한지 가르치며
교육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자는 일종의 교육운동

교과서 벗어나 주제 중심으로 과목별 수업 재구성
교실혁신의 주축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와 '성장하는 교사’

 

혁신학교는 기존 공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름도 ‘혁신’학교다. 하지만 혁신학교 교실수업 현장을 들여다 본 기자의 눈에는 혁신학교의 철학이, 혁신이라기 보단 원래 교육이 추구해야 하는 본질로의 회귀에 가까워보였다. 이름에 묻혀 오해를 받고 있는 제주형 혁신학교의 궁금증을 정리했다.

▲혁신학교의 핵심가치는 무엇인가요?

혁신학교는 공부와 학력의 의미, 학교와 공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삶’과 연관 지어 새롭게 재해석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기존 교실이 시험에 대비해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데 몰두해왔다면, 혁신학교는 지식의 개념과 그것이 아이들의 삶에 대해 갖는 관계성을 설명하는 데 비중을 둔다.

혁신학교의 주축은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와 ‘성장하는 교사’다. 교사들은 과목 간 장벽을 넘어 공통수업이 가능한 주제를 찾아 아이들의 흥미를 이끌 수 있는 방식으로 수업을 기획한다. 이를 ‘교과통합수업’이라고 부른다. 교사들은 끊임없는 협의 과정을 거쳐 스스로 수업을 재구성하므로 성장의 희열을 맛보고, 아이들은 각자 또는 모둠을 통해 스스로 또 같이 수업 과제에 답을 찾아감으로써 자기주도학습에 익숙해진다.

▲혁신학교에서 배우는 교육과정은, 일반 학교와 어떻게 다른가요?

혁신학교에서는 교과서를 재구성한 수업을 진행한다. 교과서 순서를 조금씩 변경하고, 과목별로 공통 수업이 가능한 부분을 골라 하나의 ‘통합교과수업안’을 만들되 이 과정에 토론·실험·발표·만들기 등 학생들의 흥미를 북돋울 다양한 방법을 함께 버무린다.

무릉초등학교의 천체 수업을 보자. 학생들은 교과서 아닌 단행본 ‘별똥별 아줌마가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를 읽고 우주에 대해 사전 학습을 한다. 국어시간, 책을 쓴 작가와 만남의 시간을 갖고 미술시간, 내가 상상하는 우주와 별자리를 그려본다. 과학시간에는 계절별 별자리를 배운다. 음악시간에는 별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부른다.

장곡중 교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활동지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경기도 시흥의 장곡중학교는 모든 교사들이 교과서 대신 ‘활동지’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활동지는 교사들이 해당 단원에서 꼭 배워야 할 핵심 주제를 외부 여러 자료를 참고해 재구성한 수업 진행지다. 교사들은 기계적인 교과서 내용의 전달자로 머물기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을 재해석하고 이해가 쉽도록 변용하며 ‘가르치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에서 기쁨을 찾고 있었다.

▲혁신학교는 예전의 ‘제주형 자율학교(i-좋은 학교)’와 다른가요?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에 명시된 교육과정 특례에 따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운영되는 육지부 학교에서보다 더 자유로운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 ‘혁신학교’와 ‘제주형 자율학교’ 모두 이러한 특별법을 근거로 제주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육 프로젝트의 명칭이다. 다만 특별자치도 설치 이후 전임 양성언 교육감 시절에는 이러한 학교를 ‘제주형 자율학교’라고 명명했고, 현재 이석문 교육감 체제에서는 ‘혁신학교’라 부르다가 지난해 공모를 통해 ‘다혼디배움학교’라는 별칭을 쓰고 있다.

반면 전국 각지에서는 혁신학교를 ‘혁신학교’(경기도), ‘서울형 혁신학교’(서울), ‘무지개 학교’(전남) 등 여러 이름으로 시행하고 있다.

한편 제주도교육청은 2007년 도입한 기존의 제주형 자율학교인 'i-좋은 학교'를 2015학년도부터 신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에는 혁신학교 몇 곳이 있나요?

제주도교육청은 작은 학교를 중심으로 동서지역을 안배해 애월초, 납읍초, 무릉초중, 수산초, 종달초를 혁신학교로 지정했다.

올해 5개교를 시작으로 매년 4개교씩 추가 지정해, 2018년에는 도내 180여개 초·중·고의 10%선까지 혁신학교를 확대할 예정이다.

▲혁신학교를 하면,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지지는 않나요?

제주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아이들의 성적이 오르거나 떨어진다고 보고된 바는 없다고 답했다.

다만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추구하는 혁신학교의 목표와 과정이, 공부에 대한 재미를 알게 해 궁극적으로 학력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장곡중학교 교사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와 뛰어난 텍스트 해석 능력이 학생들이 상급학교로 진학한 이후에도 학습 성취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고 있다. 장곡중 교사들은 인근 고교 전체 10위권 학생 중 9명이 장곡중 출신이라고 말했다.

도외의 경우, 2013년 전북교육정책연구소와 2012년 경기도교육연구원이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비교한 조사에서 혁신학교 학생들이 학교 효과성 분석의 모든 영역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조사된 바 있다.

올해 스승의 날 때 장곡중 학부모들이 써 준 격려의 글 들.

▲혁신학교 수업이 재미있다면 아이들이 일반 상급 학교로 진학했을 때 재미없다고 느껴 적응을 못 하지는 않을까요?

성공적인 혁신학교 케이스로 손꼽히는 조현초, 장곡중 교사들은 지난 몇 년간의 운영 경험을 뒤돌아볼 때 문제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혁신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상급 학교로 진학한 제자들이 “새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수업 시간에 가만히 있기만 해요. 답답해요.”라는 말은 해오지만 얼마 가지 않아 곧 적응을 한다고 전했다.

▲기존 연구·시범학교와 뭐가 다르나요?

혁신학교는 어떤 주제에 국한해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학교 교육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관행과 운영시스템을 바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자는 운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참여 주체가 교사·학생·학부모·지역 사회 전체라는 점에서도 일부 교사가 중심이 되는 연구·시범학교와 다르다.

이외에도 혁신학교는 연구학교와 달리 승진 가산점이 없고, 교사들의 자발적인 연수를 중요시 하며,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하고, 무엇보다 ‘자발성’ ‘창조성’ 등의 교육적 철학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특이성이 있다.

▲혁신학교는 전교조 학교인가요?

혁신학교가 기존 공교육의 목표와 형태 등 패러다임을 수정한다는 측면에서 전교조로 대표되는 진보 교육계와 방향이 다르지는 않다.

그러나 취재 중 만난 혁신학교에서 열의를 가지고 수업을 혁신하고 있는 교사들 중 상당수는 전교조 소속이 아니었다. 취재 중 만난 혁신학교 교장 역시 혁신학교는 일부 열정이 유난한 교사 서너 명과, 철학을 같이 하는 평범한 교사 대다수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실제 제주보다 몇 년 앞서 혁신학교를 도입한 전북교육청의 국감 답변 자료(2012)을 보면 전북 내 혁신학교 교사들(834명)의 소속 단체 비율이 교총 42%, 전교조 28%, 미가입 31%, 중복 2% 등으로 집계돼 있다.

▲혁신학교를 왜 해야 하나요?

공교육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학교가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으로 흘러가면서 다수의 학생들이 학교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 하고 있다. 학교가 미래의 일꾼을 키워낸다는 목적론적인 관점에서도, 지금의 공교육 시스템으로는 창의력과 협동심, 다양한 분야의 폭넓은 경험을 가진 ‘통섭형 인재’를 키워내는데 한계가 있다. 교사들 역시 지도법 계발보다 답안 풀이에 몰입하면서 세월이 주는 성장 외에 기쁨을 느끼지 못 하고 있다.

이 같이 혁신학교로 대표되는 공교육 변화에 대한 바람과 기대는, 신임 이석문 교육감의 핵심공약이면서, 제주교육 역사상 처음으로 젊은 진보 교육감을 선택한 제주도민의 의중이기도 하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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