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평화 위해 3천일 버틴 강정,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평화 위해 3천일 버틴 강정,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 오수진 기자
  • 승인 2015.08.01 17: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정평화대행진, 폭염에도 어린아이·장애인·먼 나라 이웃까지 힘든 내색 없어
“처음 강정은 고립됐지만 지금은 아니…투쟁 지속되면 여론은 바뀌게 될 것”

“많이 더운데 힘들지 않았어요? 지금 왜 걷고 있는지 알고 있나요?”

“힘들었어요. 그래도 동생이랑 친구랑 재미있는 얘기도 많이 해서 얻는 것이 더 많았어요”

“해군기지 반대하는 하는 거요. 엄마랑 언니 오빠가 설명해줬어요. 자랑스러운 일이라 그랬어요”

“휴가 받고 내려왔어요. 이런 행사가 자주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국가도 약자들이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죠”

“신이 납니다. 우리 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게 기뻐요. 끝까지 투쟁할 겁니다”

 

어린아이, 남녀노소, 휠체어에 탄 장애인부터 먼 나라 이웃까지. 강정평화대행진에 참여한 이들의 표정에는 힘든 내색은커녕 너나할 할 것 없이 미소가 번졌다.

그들에게 ‘해군기지반대투쟁 3000일’ 의미는 무엇일까.

지난 달 27일 5박 6일 일정으로 제주시청에서 출발한 강정평화대행진은 제주지역 곳곳을 돌며 도민들에게 제주해군기지의 문제를 알린 뒤 1일 투쟁의 시작점인 강정에서 다시 손을 마주 잡았다.

이번 행진은 당초 참가 신청인원이 550여명으로 알려졌지만 중간에 일반인들까지 참여하면서 강정에 도착했을 때는 800명을 훌쩍 넘었고, 행진 중간 빠진 인원까지 포함하면 누적인원은 3000여명에 이르렀다.

동진과 서진으로 나눠 출발한 행진단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며 제주해군기지 공사장 입구로 들어섰다.

 

이후 다함께 ‘강정에 평화’ 노래를 부르며 그간의 일정을 소화해낸 동료들을 위로하고 인간띠를 이루며 소회를 밝혔다. 동진과 서진이 만나 손뼉을 마주칠 때는 서로를 꼭 안아주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는 이도 볼 수 있었다.

울산에서 내려온 직장인 임성조씨(35)는 “언론을 통해 강정에 해군기지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처음 접하게 된 이후부터 관심을 갖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참가 동기를 밝혔다.

임씨는 “강정 소식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는 단순하게 주민 동의 없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공부를 하다보니 우리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더 있었다”며 “거의 완성된 해군기지를 없앨 수 없기 때문에 그곳을 가능하다면 평화센터나 평화공원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경기도에서 내려온 정선희씨(44)는 “강정의 평화를 위해서 왔다”며 “2년 전쯤 공사현장을 둘러 본 적이 있는데, 지금은 거의 완성이 된 것을 보면서 우울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정씨는 “이런 상황들을 볼 때 정부의 무력함과 파렴치함을 느낀다”며 “이럴수록 약소수자들의 연대가 더욱 필요하고 멈춰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정마을 고권일 부회장은 주민들과 각계 시민단체들의 싸워온 3000일 투쟁의 시간을 소중히 표현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고권일 부회장은 “8년 전 제주도정과 예전 마을 회장이 공모해 마치 전체 주민의 의사인양 70~80%가 해군기지를 찬성한다고 여론에 발표했다”며 “마을 사람들은 나 혼자만 반대하나보다 생각을 해 말도 함부로 못했다”고 회상했다.

그런 와중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허름한 창고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기 위해 2007년 5월 18일 해군기지반대대책위원회를 만들고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고 부회장은 “처음 강정은 고립됐고 혼자였다”며 “당시 도지사가 해군기지를 찬성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홀로 고립돼 싸웠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나 고 부회장은 일본의 여론을 바꾼 오키나와 대행진 보며 강정의 밝은 미래를 자신했다.

고 부회장은 “오키나와도 미군기지를 반대할 때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대행진 참여자들의 수가 3000명이 넘자 일본의 여론이 바뀌고 있다”며 “우리도 행사를 지속하면 일본의 1%인 오키나와가 여론을 바꾸듯 대한민국 1%인 제주도 변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부회장은 “내년에도 또다시 행진은 진행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된다면 제주도가 바뀌고 대한민국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오는 8월 3일 3000일을 맞는 제주해군기지반대투쟁 대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은 해군기지 반대 투쟁’을 구호로 아직 투쟁은 끝나지 않았음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번 행진에는 일본 오키나와에서 미군기지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평화운동가인 도미야마 마사히로(60)를 비롯해 대만, 필리핀 등에서 활동하는 해외 평화운동가 11명도 함께 했다.

행진 참가자들은 오후 5시 강정천 운동장 특설무대에서 진행되는 2015강정생명평화대행진 범국민 문화제 ‘함께 온길! 강정평화 3000 평화콘서트’에서 해단식을 갖고 행사를 마무리 한다.

<오수진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정을 후원하며 2015-08-01 17:42:27
날씨도 무척이나 더운 폭염속에서 행사 참가자나 취재하는 기자나 모두가
고생많았네요 ㅠㅠ
정말 도청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