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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억 배상 구상권 청구하겠다고? 마을 버리라는 소리냐”
“273억 배상 구상권 청구하겠다고? 마을 버리라는 소리냐”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7.31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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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해군에 9차례 공사중지 통보 … 오탁방지막 훼손 등 불법 공사 때문
지난 2012년 10월 중덕 해안에서 진행된 공사로 인해 흙탕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한여름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015 강정생명평화대행진을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으로 인해 273억원을 시공업체에 배상하게 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31일 조선일보가 ‘제주海軍기지 지연, 273억 정부가 배상’이라는 제목으로 단독 보도한 내용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지난달 대한상사중재원으로부터 제주해군기지 공사 지연과 관련해 건설업체에 지급해야 할 배상액이 273억원으로 결정돼 통보됐다”면서 “해군 예산으로 추가 공사비가 시공사에 집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 사업이 14개월 동안 지연되면서 피해를 본 1공구의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배상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또 “제주해군기지 사업은 기본적으로 방위력 개선사업었기 때문에 방위력 개선 사업비 에산으로 배상금을 충당해야 한다”면서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선일보는 군 관계자의 말을 빌어 “반대 시위에 따른 사업 지연으로 결국 국민 세금을 들여 업체에 배상금을 지급하게 된 셈”이라면서 해군이 이번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공사에 반대하면서 집회와 시위를 벌여온 단체와 개인을 상대로 행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친절하게도 조선일보는 해군기지를 반대해온 단체로 “강정마을회와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각종 제주 지역 시민단체 등이 있다”는 설명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해군기지 공사가 늦어진 책임을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에 전가하면서 273억원을 받아내라고 정부와 해군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명백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있다. 실제로 공사가 지연된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짚어보자는 얘기다.

<미디어제주>가 도 해양산업과를 통해 확인해본 결과, 지금까지 강정마을회가 해양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오탁방지막이 훼손된 상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신고가 접수된 경우가 모두 9차례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도 관계자는 이와 관련, “9차례 모두 해군측에 공문을 시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가 오탁방지막 훼손과 케이슨에 불법 사석을 사용한 이유 등 때문에 해군에 공사를 중지하도록 문서로 통보한 경우는 2012년에만 4차례, 2013년에도 5차례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날짜를 확인해달라고 요청하자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2년에는 5월 16일, 7월 2일, 10월 12일, 12월 7일까지 4차례가 있었고 2013년에는 4월 12일, 4월 26일, 6월 27일, 7월 8일, 9월 17일 등 5회에 걸쳐 문서가 시행됐다고 확인해줬다.

조선일보는 공사 지연 책임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온 강정마을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에 있다고 지목했지만, 실제로 공사가 중지된 이유는 모두 해군과 시공업체의 불법공사 때문이었던 것이다.

여기에다 본격적으로 케이슨 시공 등 해상공사가 시작되던 시기에 태풍으로 케이슨이 유실되는 등 피해로 공사가 늦어지게 된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조선일보의 해당 보도 내용에 대해 “황당하지만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 “실제로 우리가 공사를 막아서 공사가 진행되지 못한 부분은 크지 않다. 오히려 경찰이 개입해서 공사장을 막아선 사람들을 고착시키면서 공사 차량은 마음대로 드나들면서 공사를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고 부회장은 이어 “해군과 시공업체가 스스로 불법을 자행하다가 공사가 중단된 것이었기 때문에 공사 지연의 원인과 책임은 해군에 있다. 우리한테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특히 그는 “우리는 지금 5억원 벌금도 내지 못하고 있고, 실제로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노역을 다녀오는 사람도 10~15명 가까이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273억원을 정부에서 우리한테 내라고 한다면 마을을 버리고 나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지막으로 전화기를 통해 전해지는 그의 목소리가 가슴을 후벼파는 듯했다.

그는 “편가르기를 좋아하는 조선일보에는 우리가 ‘종북 좌파’로밖에 보이지 않는 거 같다”며 “언론이라는 자들이 국민을 통합시키고 사회를 안정시키는 쪽으로 가려 하지 않고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2012년 10월 해군기지 공사로 인해 흙탕물로 연안 바다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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