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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신문이 혁신학교 왜곡 바로잡는 첨병
마을신문이 혁신학교 왜곡 바로잡는 첨병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7.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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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제주매일 공동기획] 공교육, 변화의 항해를 시작하다
<10> 배움의 공동체는 바로 이런 것
배움의 공동체인 장곡중학교. 이 학교 교사를 타고오르는 담쟁이는 비생물인 건물과 생물사이의 공존을 말한다. 그렇듯 장곡중학교는 '장곡동'이라는 마을을 두고 지역사회와 학교의 관계맺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게 한다.

학교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학교엔 교사와 학생이라는 두 개체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교사는 가르치고, 학생은 배움을 받는다는 등식으로만 학교를 바라보면 잘못된 판단이다. 학교엔 또 다른 축인 학부모가 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학교와 이웃한 마을이다.

# 학교는 마을 공동체의 핵심

특히 초등학교는 한 마을의 중심축이 된다. ‘학교가 살면 마을이 산다’는 건 등식화된 지 오래이다.

최근 제주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는 4000가구 가량이 제주도내 읍면으로 귀촌했다. 그러면서 작은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더욱이 학교가 있는 곳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활기를 띤다. 그건 육지부에서 제주도로 귀농귀촌 하는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젊은층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주에 귀촌을 한 가구주 가운데 30대 이하가 25.7%, 40대는 33.1%였다. 이들은 대부분 학부모들이다. 10가구 가운데 6가구는 학생이 포함된 가구임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이들은 학교가 있는 곳을 찾는다. 읍면지역의 작은 학교들은 입학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학부모로 넘쳐난다는 얘기를 곧잘 듣는다.

그렇다면 학교가 없는 곳은 어떻게 될까. 귀농귀촌의 열기를 따라 내려오는 젊은층을 수요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기에 학교는 학교 혼자 존재할 수 없고, 마을과 연계된 공동체라는 틀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배움의 공동체’를 제시한 일본의 사토 마나부 교수는 일본 곳곳을 돌며 배움의 공동체를 확산시키고 있다.

# 지역 공동체가 참여하는 일본의 학교

일본 최초의 공립학교인 오지야 소학교가 있다. 니가타현 오지야시에 있는 이 학교는 메이지 원년인 1868년 세워졌으니 150년 가까이 된 학교이다. 공립학교는 ‘일부를 위한 학교’가 아니라 ‘모두의 학교’여야 한다. 오지야 소학교는 학생과 교사, 학부모, 교육위원회, 시민의 확실한 연대를 통해 커가고 있다.

사토 마나부 교수는 “학교가 안에서부터 바뀌기 위해 학교와 교실이 지역, 보호자, 시민에게 열리지 않으면 안된다”며 “배움의 공동체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서로 배우며 성장하고, 교사도 상호간에 배우며 성장한다. 교육행정 관계자도 보호자도 시민도 서로 배우고 성장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가나가와현 치가사키시는 교육위원회가 직접 학교개혁의 방침을 정하기도 했다. 1997년 이 지역의 하마나고 소학교를 일종의 시범학교인 ‘파일럿 스쿨’로 정하는 방침이 시의회의 승인을 얻었다. 이는 학부모와 시민들이 학교교육에 직접 참가하면서 서로 배우고 성장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치가사키 교육위원회는 하마나고 소학교를 기틀로 1999년 학교개혁의 10년 개획을 작성, 일본 전국 각지에서 이 학교를 모델로 하는 학교개혁을 추진하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의 마을신문인 '장곡타임즈'. 이 신문은 마을의 작은 소식을 다루면서도 교육에 대한 비증이 매우 높다. 혁신학교의 왜곡된 시선도 바로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경기도 시흥시 ‘장곡타임즈’의 사례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은 혁신학교의 대표 모델로 떠오른 장곡중학교가 있다. 이 학교는 지역과의 탄탄한 연계를 지니고 있다. <장곡타임즈>가 대표적이다.

“장곡중, 주민센터, 장곡고, 숲속1단지 후문을 지나는 버스길이 ‘장곡로’다. 장곡동의 중심상가에서 학교 쪽으로 가려면 이 장곡로의 신호등 사거리를 건너야 한다. 장곡동의 모든 학교가 이 길 너머에 있다. 장곡로에는 신호등이 있는 네거리만 3개나 된다. 이 네거리에서 자전거 탄 학생이 차에 치어 몇 미터를 날아갔다는 소식이 카톡으로 날아오기도 하고, 큰일 날 뻔했다는 이런 저런 하소연들도 자주 듣는다”(장곡타임즈 2014년 11월 28일자 1면 톱기사 중 일부)

<장곡타임즈>는 이처럼 경기도 시흥시 장곡동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일을 취재, 보도하고 있다. <장곡타임즈>는 교육기사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격주로 6000부를 발행해 장곡동 6000가구에 뿌린다는 이 신문은 지역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자녀교육에 집중을 하고 있다.

<장곡타임즈>는 혁신학교를 알리는 첨병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 장곡중 교장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단 칼럼을 <장곡타임즈>에 연재하는 건 물론, 장곡중 학생기자들의 기고도 이 신문에 실린다. 혁신학교에 대한 왜곡을 바로잡는 일도 <장곡타임즈>가 해주고 있다. <장곡타임즈>의 주영경 편집장(55)는 이렇게 말한다.

“혁신학교에 대한 뒷담화가 많죠. 공부를 안시킨다는 얘기들, 혁신교육에 대한 불만도 취재해서 종합보도를 하죠. 결론은 장곡중학교는 튼튼하다는 겁니다.”

<장곡타임즈>는 지역과 학교가 연계될 수 있다는 틀을 제시하고 있다. 주영경 편집장은 장곡중에 대한 신뢰할만한 보도로, 왜곡된 시선을 바로잡는 것도 언론의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장곡중의 학력은 상위권입니다. 그런 내용들은 일반인들은 잘 몰라요. 혁신학교인 장곡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공부가 되느냐’는 비아냥도 있어요. 언론은 그런 왜곡된 질서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죠.”

장곡타임즈 주영경 편집장. 이 지역 출신은 아니지만 마을이 바뀌어야 나라도 바뀐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마을신문은 학생과 어른이 지역현안을 만들어가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하고 있다.

# 마을신문과 학교교육의 유쾌한 결탁

<장곡타임즈>는 아주 작은 단위의 마을신문으로, 혁신학교와 탄탄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다. 학교에서 ‘신문 사설쓰기’ 교육을 진행하고, 곧바로 사설이 <장곡타임즈>에 배달된다. 학생들이 쓴 글이 <장곡타임즈>의 사설이 되기도 한다. 이는 곧 학교의 교육성과가 곧바로 마을신문에 반영되는 사례이다.

<장곡타임즈>는 좀 더 마을친화적인 신문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비영리법인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러면서 학생기자 비율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주영경 편집장은 비영리법인의 특징을 다음처럼 설명했다.

“학생들이 만드는 신문이 되죠. 학교신문이 학교가 아닌,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겁니다. 아울러 학생과 어른이 함께 지역현안을 만들어 가는 것이죠.”

주영경 편집장은 학생들의 역할이 커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학생들이 지역의 일꾼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장곡타임즈>는 그런 면에서 마을의 교육수단이 된다고 느끼고 있다.

기자는 메르스 여파로 장곡중학교 취재를 뒤로 미뤄야 했다. 지난 6월에 진행하려던 취재는 경기도에 퍼진 메르스로, 장곡중학교가 1주일간 휴업을 하며 7월에야 취재 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장곡타임즈>는 메르스 여파가 끝난 뒤 일어난 일을 1면에 다루며, 1면 톱기사 사진을 장곡중학교에 맞췄다. 교육을 강조하는 건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이기도 하면서, 앞서 얘기했듯이 학생들이 미래의 일꾼이라는 생각에서다.

혁신학교와 연계된 <장곡타임즈>의 사례는 ‘골목민주주의는 이런 것’이라는 가능성도 보게 된다. 마을이 발전을 해야 나라가 발전한다는 극히 원론적인 명제를 이루려면 골목민주주의가 달성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주영경 편집장이 한 말이 와닿는다.

“나라를 바꾸려는 이들은 수없이 늘어나는데 나라가 바뀌지 않는 건 마을을 바꾸려 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제주매일 문정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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