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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정책 부재, 그리고 소신없는 눈치보기
<데스크논단> 정책 부재, 그리고 소신없는 눈치보기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4.13 16: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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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정책이라 함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앞으로 나아갈 노선이나 취해야 할 방침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정당이나 노동단체, 경영자단체 및 개인의 정책이라도 그 내용과 성질이 공공적인 것이라면 정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책은 일정한 목표를 합리적으로 추구해 실현하기 위해 불가결한 것이다.

요즘들어 제주도의 정책이 실종됐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러 가지 이슈가 터져나오고, 논란거리가 이곳 저곳에서 등장하고 있으나 제주도가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민감한 사안마다 ‘정책 부재’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정책적 소신 적극적으로 펴야
그 좋은 예가 바로 현재 진행중인 행정계층구조 개편 문제이다. 행정계층구조 개편 문제는 당초 제주도가 현재의 계층구조를 효율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에서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 속에서 용역이 이뤄졌고, 그 용역결과 등을 바탕으로 해 현재의 점진적 대안과 혁신적 대안이 도출된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이에대해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은채 여론조사를 통한 ‘도민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해 지금의 도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애초에 왜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는지, 그리고 막대한 예산을 들인 용역은 왜 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이 때문에 현재 도민사회의 형국을 설명한다면 장본인이 빠진채 애꿎은 민초들만 진전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즉, 당초 문제를 제기한 장본인이자 책임감있게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할 위치에 있는 제주도 당국은 멀찌감치 물러선 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른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고, 각계 분야의 오피니언리더 그룹에서는 치열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정책적 소신을 갖고 좀더 적극적으로 나왔더라면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이고 소모적 논쟁은 줄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많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항간에서는 제주도의 이러한 ‘정책 부재’와 관련해 진정한 주민의견 수렴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소신없는 눈치보기 전형인지 헷갈린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직접적 주체에서 한발 물러서
한라산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재검토 논란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재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제주도는 직접적인 ‘재검토’의 주체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가 바람직한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은 유보한 채 ‘태스크 포스팀’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이로 하여금 입장을 내놓도록 한다는 방법을 띄고 있다.

결국 태스크 포스팀의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것을 정책화하겠다는 것이다.

화순항 해군기지 건설계획과 관련해서도 아직까지 제주도가 내놓은 입장은 없다. 해군본부측에 제주도민들에게 이의 계획에 대해 소상히 알리는 주민설명회를 개최해달라는 요청을 했을 뿐이다. 이의 계획이 제주도 차원에서 이익인지, 손해인지에 대한 검토를 한 후 도민들에게 알려준다면 ‘도민 선택’에 한결 도움이 될텐데도 제주도 당국은 주저하다가 뒤늦게야 입장을 내놓았다.

김태환 지사는 지난 12일 제주발전연구원에 해군기지 유치에 따른 경제적인 효과 분석과 함께 평화의 섬과 해군기지와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왜 이같은 발표를 뒤늦게야 했는지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은 모양이다. 처음 이 내용이 알려질 때, 해군본부로부터 보고를 받은 후 바로 발표를 했더라면 모를까, 뒤늦은 감은 분명히 있다.

더욱이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반대대책위까지 결성하면서 내부적 갈등이 우려되고 있는 시점에서야 입장을 발표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2002년과는 달리 해군기지 건설이 제주에 이익이라는 찬성논리도 나오면서 힘을 얻은 것 때문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연초 도민사회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던 모노레일카 설치계획 역시 향후 추진전담반과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환경성 검토에 들어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행정계층구조 개편논란은 물론이거니와 국제자유도시 쇼핑아웃렛사업, 한라산케이블카 재검토, 해군기지 건설계획 등 지역현안에 있어서 제주도 당국의 입장이 명쾌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지역주민의 의견을 보다 광범위하게 수렴하기 위한 신중함 때문인지, 아니면 소신없는 눈치보기 때문인지는 아직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각 현안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겠다’ ‘태스크 포스팀에 의뢰해 결론 지켜보겠다’ ‘사업자 선정결과를 지켜보겠다’ 는 등의 입장은 정책집행자가 견지해야 할 최상의 태도가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태도가 ‘정책 부재’라는 공허함을 느끼게 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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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아 2005-04-18 14:09:22
딱부러진 논리전개법 여전하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