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기피혐오회피증후군
생선기피혐오회피증후군
  • 홍기확
  • 승인 2015.07.03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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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90>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남대문시장에서 오토바이로 생선을 배달하신다. 배달의 민족답게, 민족적 특성을 잘 살리고 계신 셈이다. 아버지 바로 밑의 동생인 작은아버지도 배달의 민족이다. 남대문 시장에서 형제가 함께 40년가량 생선배달을 해왔다. 뭐, 생선배달 전에는 신문배달을 함께 했으니 ‘배달은 형제’라고 볼 수 있겠다. 나중에 둘이서 함께 상점을 연다면 상호명으로도 매우 적절하다고 굳게 믿는다.
 두 분은 주로 남대문 시장의 횟집에 납품을 간다. 어렸을 적 횟집에서 집으로 주문전화가 미리 오곤 했는데 온통 모르는 생선 이름뿐이었다. 물론 나도 문어나 새우정도는 알고 있다. 거 있지 않은가? 발 8개 달린 징그럽고 능글맞은 녀석이랑, 허리 꼬부라진 이상한 녀석(발도 더럽게 많음. 20개….)

 나는 생선이 싫다.

 첫 번째 이유로는 현실적인 이유다. 생선은 지구의 척추동물 약 5만종 중 50%가 넘는 3만종이 존재한다. 그만큼 진화가 잘 되어 있고, 불필요한 뼈도 많다. 지구라는 말이 등장하니 왠지 가슴이 먹먹해진다. 내가 사는 푸른 별 지구. 내 고향. 지구촌에 사는 우리는 지구인. 어쨌든! 생선에는 가시가 너무 많다. 발라먹기 귀찮다. 이 정도면 현실적인 이유로 충분하다.
 두 번째는 미관상 이유다. 징그럽다.
 세 번째 이유는 기분이 나쁘다. 징그러워서다.
 네 번째 이유는 맛이 없게 느껴진다. 징그럽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 이유를 굳이 들자면, 굳이 찾아서 먹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징그러우니까.
 대망의 마지막 이유. 생선눈알은 쓸데없이 크다. 얼굴도 필요 이상으로 크다. 징그러워.

 아버지는 남대문 시장에서 집에 오실 때 온갖 생선의 부속물․부착물․잔재물들을 가져오신다. 보통은 쓸모없는 머리(필요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꼬리, 머리, 껍질, 알, 내장, 회를 치고 난 뼈(한숨이 나온다. 불필요하게 뼈가 많다.)들이다.
 어머니는 이런 부속들을 훌륭하고도 징그러운 요리로 변모시키며, 아버지는 좋아라 쩝쩝거리며 드신다. 가끔씩 찹찹거리기도 하고, 쪽쪽거리기도(이건 왜?) 하신다.

 바다에는 물고기가 산다. 물고기가 육지로 건너오면 ‘생선’, 즉 먹을 수 있는 물고기로 불린다.
 생선. 너와 나는 먼 길을 떠나 나와 만나게 되었지만 나는 너를 받아들일 수 없다. 마음속으로든 뱃속으로든.

 징그러운 녀석. 아버지가 다 먹어 치웠으면 좋겠다.
 초특급울트라캡숑 생선기피혐오회피증후군.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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