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14 (금)
인조잔디를 주장하는 “나만 아니면 돼~” 논리의 편협성
인조잔디를 주장하는 “나만 아니면 돼~” 논리의 편협성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7.03 09:0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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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토론회 관련, 학부모로서 공개 반론
지난 2일 설문대여성문화센터에서 열린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모습.

최근 학교 운동장 개선방안을 놓고 제주도교육청과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 그리고 인조잔디 운동장 교체 시기가 도래한 학교의 학부모들간 논쟁이 뜨겁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기자로서 인조잔디의 유해성에 대한 한 꼭지의 칼럼을 쓰고자 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지난 2일 열린 ‘학교 운동장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운영위원장이 학교 실정에 맞게 운동장 모형 선택에 자율성을 갖도록 해달라는 요지의 토론 내용을 보고 고심 끝에 해당 학교에 다니는 학생의 아버지로서 반론을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해당 학교는 지난해 교육부가 전국의 학교 인조잔디 구장을 대상으로 FITI시험연구원에 의뢰한 결과 유해물질 기준치를 초과한 제주도내 5개 학교 중 한 곳이다.

중금속인 납 기준치는 90㎎. 그러나 이들 학교 중 A학교는 기준치의 50배가 넘는 4742㎎이었다. B학교는 2222㎎, C학교는 1147㎎의 납 성분이 나왔다. D학교는 440㎎, E학교는 150㎎이었다.

중금속이 유입되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하고 체내에 축적된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날 토론에서 이 학교의 운영위원장은 “인조잔디 운동장의 유해성 논란에 앞서 마사토 운동장과 천연잔디 운동장은 과연 유해성에서 자유로운가”라고 반문하며 마사토 운동장의 경우 천연 광물질의 특성상 소재가 불분명하고 광물에는 방사능 물질이 함유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광물의 변성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석면 등 1급 발암물질 검출, 미세먼지 발생, 동물의 배설물 등에 의한 기생충 생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마사토 운동장도 유해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천연잔디 운동장에 대해서도 그는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진드기류의 생성, 살충제 등 농약류 포석에 의한 인체 유해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과 쥐, 고양이 등의 배설물에 의한 유행성출혈열 등을 걱정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마사토 운동장과 천연잔디도 인조잔디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위험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하지만 방사능 물질과 석면 검출 가능성, 기생충과 진드기, 유행성출혈열까지 거론하며 인조잔디의 유해성 검출 문제와 거의 동급으로 위험하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게 과장된 논리가 아닌지 묻고 싶다.

더구나 학교 운동장 개선방안과 관련,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 학교위원장은 “친환경적인 인조잔디에 대한 연구 개발이 상당 부분 진척돼 ‘천연 충전재’를 이용, 2010년 이후 조성된 도내 인조잔디 운동장이 허용기준치 내에 있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사례로 든 도내 인조잔디 운동장이 조성된 후 4~5년이 지난 경우라는 점이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경우 내구 연한이 7~8년이다. 내구 연한이 지난 경우 위에서 사례로 든 경우들처럼 유해물질이 기준치의 수십배에 달하면서 학생들이 운동장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인조잔디를 걷어내고 새로운 인조잔디를 깔고 운동장을 조성하면 새로운 운동장은 당연히 여러 가지 용도로 깨끗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내구 연한이 도래하는 7~8년 후가 되면 또 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새로 인조잔디를 깔아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게 된다.

내 아이는 이제 갓 해당 학교에 입학한 신입생이다. 이 위원장을 비롯해 몇몇 교육의원들의 주장대로 인조잔디를 선택하게 된다면 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은 유해물질 걱정도 하지 않고 아이가 원하는 대로 마음껏 운동장에서 뛰어놀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역사회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일원으로서 다시 7~8년 후, 그리고 10년, 20년 후에 이 학교에 다니게 될 다른 아이들의 건강과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권리도 함께 당연히 함께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이제 고백하건대, 내 아이도 학교 운동장을 인조잔디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천연잔디는 선생님들이 마음대로 들어가지 못하게 할 테고, 맨 땅은 놀다가 다칠 수 있잖아요. 비가 온 다음에도 물이 고여서 사용할 수 없구요.”

그럼에도 필자는 해당 학교의 한 학부모로서 학교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새로 조성하는 데 대해 분명히 반대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

이 학교 운동장은 지금 당장 내 아이 뿐만 아니라 내 이웃의 아이들이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사용하게 될 공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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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 2015-07-03 12:08:17
어른들이 무섭네요 자기만 자기자식만 생각하는 어른들 몇몇 어른들의 이기주의가 문제다

건강한 아이들 2015-07-03 09:21:46
우리 아이는 다른 중학교에 다닌다. 운동장은 역시 인조잔디이다.
요즘 운동장 사용 안하고있냐는 물음에, 그냥 사용하고 있다고 답한다.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당연히 조심할 수가 없다. 매일 사용하는 운동장이니...
하루빨리 인조잔디 운동장을 걷어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