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0:38 (금)
“꿈을 강요하지 마세요, 다들 꿈을 찾아가게 돼 있어요”
“꿈을 강요하지 마세요, 다들 꿈을 찾아가게 돼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7.01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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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훈의 동화속 아이들 <7> 김리리의 「나는 꿈이 너무 많아」
 

갈매기들이 나는 이유는 있습니다. 뭘까요?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을 읽은 이들은 다 알겁니다. 그렇죠, 바로 먹이를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건 바로 먹지 않고서는 생존을 할 수 없다는 갈매기들의 욕망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죠.

그런데 그런 일상적이며, 흔한 일을 거부한 갈매기가 있죠. <갈매기의 꿈>의 주인공인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입니다. 조나단은 남달랐습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비상의 가장 단순한 사실, 즉 먹이를 찾아 해변으로부터 떠났다가 다시 해변으로 돌아오곤 하는 그 사실에 매달립니다. 날았다가 해변으로 돌아오는 건 갈매기들에겐 일상입니다. 날기 위해서가 아니라 먹이를 구하기 위해 그런 일상을 반복합니다.

조나단은 아니었어요. 공중에서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 것인가를 알기 위해 나는 걸 선택합니다. 그런 조나단에 대해 부모는 걱정을 하죠. 이렇게 말합니다. “먼저 먹이를 구하는 법부터 배우거라. 나는 것만으론 먹고 살 수가 없다는 걸 너도 알 것이다. 네가 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먹기 위해서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갈매기의 법칙을 어겼다며 조나단은 추방을 당하지만 결국은 승리자로 귀결됩니다.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해서가 아니라, 조나단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그 누구도 하지 않았던 사실을 일깨워준 것뿐입니다.

조나단은 우리에게 ‘꿈이란 무엇인가?’라는 명제를 던집니다. 대체 꿈은 무엇일까요. 엄마·아빠들은 틈만 나면 자녀들에게 묻습니다. “네 꿈은 뭐니?”

자녀들은 다양한 꿈을 이야기 합니다. 소방관, 경찰관, 의사, 박사, 대통령…. 셀 수 없는 직업이 쏟아집니다. 게 중에는 세상 사람들은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는 3D 직업을 자신의 꿈으로 선택하는 꼬마들도 있죠. 그런 꼬마의 답에 부모들은 좋아라 합니다. “참 독특하네”라고 하죠. 그러나 ‘참 독특하네’라는 말은 서서히 변합니다. 다들 조나단의 부모가 됩니다. 초등학생 이상만 돼보세요. 그런 얘기를 했다가는 혼쭐이 납니다. “넌 꿈이 그게 뭐니? 의사가 어때?” 이런 식입니다. 김리리가 쓴 <나는 꿈이 너무 많아>의 주인공인 슬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초등학생 2학년인 슬비에게 숙제가 생겼어요. 자신의 꿈을 써오라는 주문이었어요. 그것도 써야 할 분량이 원고지 5장입니다. 숙제를 잘 해 온 학생에겐 교장선생님이 상장도 준다고 했어요. ‘꿈’이라는 숙제가 있다는 사실을 안 엄마는 다그치기 시작했어요. 슬비가 미적미적하자 엄마는 당장 원고지를 가져오라고 윽박지릅니다.

슬비는 하고 싶은 게 많지만 동화속 엄마는 그런 슬비의 꿈을 뭉개버립니다. 꿈을 강요하는 엄마의 모습이 잘 그려져 있네요.

“너는 뭐가 되고 싶어.”

엄마가 다짜고짜 묻습니다. 미용사가 되겠다고 하자 엄마는 다른 꿈을 요구합니다. 문방구 주인이라는 슬비의 답에, 빵 만드는 사람이라는 답에 엄마는 ‘펑’하고 터집니다.

“어이구 한심해. 고작 그거야? 꿈이라면 뭔가 좀 거창해야지. 엄마 생각에는 의사 선생님이 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너 병원놀이도 좋아하잖아. 사람들한테 존경도 받고 얼마나 좋아?”

슬비의 숙제는 어떻게 됐을까요? 답을 말씀드린다면 엄마가 대신 해줍니다. 슬비 엄마는 왼손으로 연필을 잡아 슬비의 꿈을 완성시킵니다.

슬비가 참 안타깝네요. 슬비는 숙제를 가져가지만 뭔가 켕기겠죠. 선뜻 숙제를 내지 못합니다. 마침 숙제를 해오지 않은 친구가 슬비 외에도 한 명이 더 있었네요. 슬비는 집에 돌아와서 엄마 몰래 자신의 꿈을 써내려갑니다. 물론 엄마에게 들키면 안되기에 매우 조심조심 글을 씁니다.

동화속 슬비의 엄마가 숙제를 대신 하는 장면.

며칠 후에 상장을 받는 친구들의 이름이 불립니다. 그런데 글을 좀 쓴다는 친구들은 죄다 상을 받질 못하네요. 원고지 5장을 써야하는데, 3장 밖에는 쓰지 못한 심재현이라는 친구가 상을 받았지 뭐에요. 다들 재현이가 상을 탔다는 사실에 투덜댑니다. 대체 재현이는 어떤 꿈을 썼길래 상을 받았을까요. 재현이는 동물원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썼어요. 그리고 재현이는 나이가 들면 아파트 경비원이 꿈이래요. 그래서 떠돌이 개나 고양이를 돌봐준다고 하네요.

정말 되고 싶은 건 뭘까요? 그건 아무도 모릅니다. 문제는 세상의 엄마와 아빠들이 너무 일찍 애들에게 꿈을 강요한다는 것이겠죠. 엄마·아빠들은 애들이 원하는 꿈을 찾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꿈을 주입시키고 있어요.

그럼 동화 속의 슬비는 대체 어떤 꿈을 써내려갔을까요. 너무 많은 꿈을 썼다고 하네요. 선생님이 슬비의 꿈을 수상 후보로 올리려 했는데, 하루 늦게 가져오는 바람에 상을 받지는 못했어요.

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거죠. 그리고 꿈은 늘 바뀌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꿈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조나단처럼 훨훨 날 수 있도록 꿈을 주는 게 우리 어른들의 몫입니다.

우리 애들은 어떠냐고요? 큰 애는 수시로 바뀝니다. 큰 애의 가장 따끈따끈한 꿈 소식은 ‘컬러 이미지 컨설턴트’였는데 지금은 뭔줄 아세요? 중학생 3학년인 큰 애는 공부 압박에 눌려 꿈을 꿀 시간도 없는 모양입니다. 꿈이 없대요. 둘째는 자주 바뀌지는 않아요. 파일럿에서 ‘여행작가’를 고집했죠. 지금은? 큰 애랑 마찬가지네요.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 압박에 눌려 “몰라요”라고 답을 합니다. 애들의 꿈많던 시절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요. 시험 압박에 시달려야 하는 제주의 현실이 밉긴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꿈을 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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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꿈 2015-07-01 09:28:27
항상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아이의 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참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