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연으로 되돌아온 산지천. 생태하천으로 각광을 받긴 했으나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볼 수 없다. 탐라문화광장 조성으로 산지천이 또다른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지천 일대가 어떤지를 살펴보고, 바람직한 산지천의 모습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탐라문화광장 조성은 그럴 듯하다. 이름 자체가 그렇다. ‘광장’이 아닌가. 광장이라면 뭘 말할까. 사실 광장은 마당의 또다른 이름이다. 광장은 그래서 온갖 이야기들이 뭉치는 곳이다. 그러나 광장은 커다란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유럽엔 골목골목마다 아주 작은 규모의 광장들이 많다. 그런 광장들이 실핏줄처럼 엮여져 대규모 광장을 이룬다.
광장의 또다른 이름인 마당은 소통하는 장소이다. 제주의 초가만 보더라도 마당은 안채와 바깥채가 공유하는 소통의 공간이었다.
현재 한창 공사를 벌이고 있는 탐라문화광장은 어떤 의미의 광장일까. 유럽과 같은 모양새일까, 아니면 제주의 초가에서 보이는 마당의 기능을 염두에 둔 것일까.
솔직히 말하면 감을 잡을 수 없다. 왜 탐라문화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였으며, 거기에 과연 탐라는 있는 것인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행정은 단지 분수쇼를 위해 산지천을 덮는 무모한 행동(본보 2015년 6월 25일자, 6월 26일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왜 행정이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탐라문화광장이 들어선다는 산지천을 더 들여다보게 됐다. 그랬더니 눈에 들어오는 건 불법이 난무하는 현장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불법이 이어지고 있다.
산지천은 수년전 청소년거리가 조성돼 많은 청소년들이 오가던 곳이었으나 이젠 청소년을 볼 수 없다. 종전엔 분수대도 있었으나 사라졌다. 대신 이 곳을 점령한 이들이 있다. 술에 취한 이들이다.
산지천 일대는 아침마다 벌어지는 풍경이 있다. 술판이다. 노숙인들을 중심으로 술판은 시작된다. 술판은 오후까지 지속된다.
예전 동문교 분수대가 있던 곳은 술자리가 돼 있다. 산지천 서쪽으로 난 산책길도 이미 술판이 자리하고 있다. 산지천을 찾는 이들은 이들을 피해서 다니곤 한다.
술판만 있는 게 아니다. 도박 장소이기도 하다. 바닥에 윷놀이판을 그려두고 공공연히 노름을 한다. 단순한 재미가 아니라 돈이 오간다. 돈이 오가는 장면을 직접 기자의 눈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낮에는 술판과 노름이 이어지면서 오후 늦게 되면 술에 완전 취한 이들을 쉽게 볼 수도 있다. 탐라문화광장을 꿈꾼다는 산지천이 지금 그 모습이다.
술판과 노름만 있느냐. 그게 아니다. 더 충격적인 건 주택가로 침입한 성매매 현장이 바로 여기라는 점이다. 밤시간엔 성(性)을 사라고 하면서 말을 건네는 이들이 널려 있다. 성(性)을 팔고 사는 불법의 현장. 더욱 문제인 건 주택가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불법 현장은 왜 단속 대상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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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을 위한 행정이 있기에 공공질서를 위한 일도 공무원이 해야하지
그게 싫으면 공무원 안하면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