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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물들은 왜 제주에 찬사를 던질까
세계적 인물들은 왜 제주에 찬사를 던질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6.29 08: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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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선씨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 출간
“제주 환경과 제주만이 지닌 가치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
 

“만약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립한다면, 제주도는 더 이상 평화의 섬이 될 수 없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제주는 전선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제주도 사람이 한 얘기로 들리는가. 아니다. 국내 사회운동가? 아니다. <허삼관 매혈기> 등으로 잘 알려진 중국의 세계적 작가인 위화가 직접 제주사람들에게 건넨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제주도를 향해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제주의 사명감’도 곁들였다.

제주, 사람들이 들끓는 곳이 됐다. 1000만명 관광객이 넘실거리고, 다른 지역에서 물밀듯이 들어온다. 인구는 늘어나고, 차량 역시 마구 늘어난다. 그러다보니 예전 제주는 어디로 갔는지 종종 잊을 때도 있다.

제주는 너무 변하고 있다. 그걸 바라보는 이들은 어떤 말을 해줄까. 외지인의 입장에서, 더 나아가 세계인의 눈에 담긴 제주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위화의 말마따나 제주도는 동아시아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는 걸까.

우린 그런 실마리를 하나의 책을 통해 배우게 된다. 제주에서 나서 제주에서 언론 활동을 해온 허영선씨가 <탐라에 매혹된 세계인의 제주 오디세이>(서해문집, 1만3900원)라는 책에서 그런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세계적 인물들의 입을 빌려 제주를 말한다. 물론 허영선 자신이 직접 만났던 이들이다. 허영선씨가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제민일보> 지면에 소개했던 이들의 이야기로, 책은 지면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내용으로 꾸며졌다.

허영선씨가 인터뷰할 당시만 하더라도 정정했던 이들은 책에선 고인이 된 경우도 있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의 주인공 리카르도 레고레타도 허영선이 만난 인물이다.

레고레타는 제주에 걸작을 남겼다. 하지만 그 걸작은 헐리고 없다. 물론 그 역시 세상엔 없다. 그의 작품이 제주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레고레타는 허영선씨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어떻게 하면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하기보다는 상업적인 도시로 만들어가려고 하는 것이 큰 문제죠. 제주 주민들에게도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레고레타는 환경을 중요하게 여겼다. 레고레타 뿐만이 아니다. ‘세계적’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이들은 제주도라는 곳의 환경에 무한한 애착을 가졌다. 이유는 뭘까. 제주자체가 경관의 섬이기 때문이다.

<제주의 도대불>이라는 책을 펴낸 이덕희씨가 있다. 그는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며 도시·환경계획 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그는 수십번 제주를 오간 인물이다. 제주사람들의 하와이 이민 기록을 찾아내기도 했던 그는 우도에서 느낀 풍경에 안타까워한다. 우후죽순처럼 세워진 펜션과 쌩쌩 달리는 자동차, 스쿠터에 놀랐다. 해안도로도 이해할 수 없단다. 책 속에 담긴 그의 말을 들어보자.

“호놀룰루가 있는 섬은 해안도로로 완전히 못 돌아요. 해안도로가 없어서 못 도는 게 아니고 한쪽 끝에 보존해야 할 풀이 자라고 있어요. 그 잘난(?) 보존식물 하나 때문에 못 들어가게 하는 거예요. 그것 때문에 새가 날아오고 그래서….”

요즘 월정리를 가보았는가. 그곳에서 뭘 느끼고 오는가. 제주도라고 느끼는 사람은 있는가. 제주도는 그래서는 안된다. 월정리를 바라보면 무차별적인 살육을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소한 제주에 산다면 제주 자연에 대한 예의는 있어야 한다. 책을 통해 왜 세계적 인물들이 제주에 반하고, 제주 자연을 지키라고 말을 하는지 들어보라.

그가 책 속에서 소개한 인물은 모두 25명이다.

1장은 제주의 자연에 매혹된 사람을 소개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 프랑스 시인 카티 라팽, 하와이 도시·환경계획 전문가 이덕희, 일본 야쿠시마 환경운동가 효도 마사히루, 프랑스 사진작가 레오나르 드 셀바와 태피스트리 작가 클레르 라도 부부.

2장은 제주의 문화에 매료된 사람들이다. 피아니스트·작곡가이면서 세계적 크로스오버 뮤지션 양방언, 세계 건축의 거장 고(故) 리카르도 레고레타, 일본의 문학평론가 오무라 마스오, 독일인 한국학자 베르너 사세, 전 주제주일본국총영사 요덴 유키오.

3장은 제주의 사람에 빠져든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주요 인물들을 인터뷰했다. 성 이시돌 목장을 세운 맥글린치 신부, 재일제주인 생활사 연구자 이지치 노리코, 프랑스 출신 배우 겸 감독 안나 주글라, 재중 해녀 어머니 김순덕과 무용가 딸 진향란, 베트남 여성 종군작가 레 민 퀘, ‘강’으로 이어지는 고(故) 오다 마코토와 현순혜 부부.

4장은 제주의 고통과 함께한 사람들이다. 중국의 세계적 작가 위화, 베트남의 국민 시인 고(故) 찜 짱, 난징대학살기념관 관장 주청산, 베트남 시인 탄 타오, 일본 한라산회 고문 나가타 이사무, 재일 3세 작가 강신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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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보물 2015-06-29 11:02:17
정확한 지적입니다.
제주의 보물은 자연입니다.
그 보물을 지킬 사람은 바로 우리 제주도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