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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 구현의 주체는 도지사가 아니라 도민과 제주 시민사회”
“협치 구현의 주체는 도지사가 아니라 도민과 제주 시민사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6.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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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서영표 교수 “협치 실현되려면 지사에 권한 집중된 특별법 개정돼야”
‘지방자치 20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방자치의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도내 진보 정당들이 마련한 토론회가 26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렸다.

제주 지역 내에서 ‘진보 정치’를 표방하고 있는 정당들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방자치를 평가하기 위해 마련한 토론회에서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출범 초기 전면에 내세웠던 ‘협치’였다.

노동당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서영표 제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26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지방자치 20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방자치의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원희룡 도정 1년을 통해 본 지방자치 20년’ 주제발표를 통해 “원 지사가 선택한 이미지는 ‘협치’와 ‘반개발’이었다”고 2개의 단어로 원 도정의 1년을 축약했다.

서영표 교수는 그러나 “원 지사의 이미지 정치는 확연하게 드러나는 ‘작은’ 부패의 연줄망으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키면서도 ‘큰’ 연줄망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작은’ 연줄망을 방관하거나 그것과 공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 교수는 “지역의 개발 동맹은 정치권과 학계에 그치지 않고 관료사회까지 뻗쳐 있다. 협치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주체들은 공무원들이지만 이들은 중립적인 조정자나 자원의 배분자가 아니라 기득권 동맹의 일부분”이라며 “만약 유력 정치인들이 실질적인, 또는 이념적인 의미에서 협치를 실현할 의지를 갖고 있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이어 그는 “만약 원 지사가 정치적 수사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협치를 원한다면 의회와 관료사회를 넘어 시민사회, 도민과 소통하고 그들의 힘을 통해 의회와 관료사회를 압박해야 한다”며 “부와 권력의 불평등이 협치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면 협치를 실현하기 위한 정치적 실천에서 첫 번째로 해결돼야 하는 것은 자원, 정보, 지식의 급진적 재분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인 의미의 협치를 구현하는 길은 존재하는 갈등을 ‘협력’으로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지배집단에 의해 억눌려온 갈등을 정치적 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원 지사에 대해 “그런 비전과 의지를 갖고 있지 못하다. 그는 도민과 시민사회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아니라 ‘그들’에 속한다”고 한계를 지적하면서 “협치를 구현할 주체는 도지사가 아니라 도민과 제주의 시민사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분에서 그는 “지방자치가 본래의 민주적 성격을 상실하고 지방 기득권 세력이 합법적으로 과두적 권력을 행사하는 통로가 됐다면, 협치의 실현은 그 힘을 도민의 힘으로 부수는 과정이어야 한다”며 “나아가 협치가 제대로 실현되려면 도지사에게 모든 결정권이 집중돼 있는 특별법도 변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자치 20년,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지방자치의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도내 진보 정당들이 마련한 토론회가 26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렸다.

원 도정이 내세운 ‘반개발’ 키워드에 대해서도 그는 “지난 1년간 대규모 개발사업에 대한 원 도정의 대응을 보면 ‘친환경’은 정치적 이미지 쌓기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그는 “기후 변화로 드러나고 있는 생태적 위기는 단편적으로 얕은 대응으로 벗어날 수 없다”면서 “최소한 20~30년 단위의 장기 계획 아래 제주도 전체의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 도시계획과 디자인, 교통정책, 관광개발 정책, 에너지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이어 “원희룡 도정은 새누리당의 낡은 개발주의, 성장주의, 기회주의를 벗어날 수 없다. 지방자치 20년 동안 공고해진 개발동맹을 넘어설 수 있는 비전이 없다”면서 “그가 제시한 ‘난개발 반대’와 ‘협치’는 도민들 스스로에 의해, 도지사를 비판하면서 얻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지사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실현하라고 요구하고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그는 “지역의 정치, 풀뿌리 정치의 과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정치이며 유엔권리선언과 헌법에 명시된 민주주주의와 인권의 원리를 실현하자는 것”이라고 지역 정치가 일상에서 소외를 받고 있는 ‘인간다움’을 실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민주성과 책임성, 공공성의 목적은 체계 유지가 아니라 인간다움의 실현이어야 한다”면서 “혹자는 이상주의라고 비웃겠지만 민주성과 책임성, 공공성이 강화되는 국가의 민주화, 시장의 사회화, 대중의 정치주체화가 없이 제2의 세월호가 출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환상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강경식 의원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도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 전우홍 전 노동당 제주도당 대표, 문상빈 정의당 제주도당 정책국장, 신창범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잇따라 원희룡 도정에서 협치가 제대로 실현된 적이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개인의 이미지 정치에만 주력하고 있는 원 도정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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