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6:27 (금)
“자연 그대로 되돌리기 위해 철거가 답이다”
“자연 그대로 되돌리기 위해 철거가 답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5.06.26 08:43
  • 댓글 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산지천 위를 덮고 있는 데크시설의 문제점
산지천 100m 가량을 덮는 데크시설을 하고 있다.

산지천은 복개됐다가 자연의 품으로 돌아왔다. 완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건 2002년이었다. 산지천이 다시 자연이 되기엔 많은 아픔이 따랐다. 복개된 곳을 허물면서 반대 논리를 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당시 제주시청은 ‘자연 회귀’를 반대하는 이들의 원성으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산지천은 그런 반대를 이겨내고 지금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계속 아프다고 한다. 자연으로 되돌려 놨으면 자연 그대로 두면 될 일인데, 지난해부터 바닥 공사를 재개하면서 하류 쪽은 엉망이 돼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버티고 서 있다.

최근에는 동문교 북쪽에서 광제교에 이르는 100m 구간이 수난을 받고 있다. 멀쩡한 화단을 없애고 한창 데크를 까는 공사를 벌이고 있다. 데크를 까는 이유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길을 다니라는 의미인데, 산지천 데크공사는 솔직히 말하면 그게 아니다. 하천 위에 데크를 까는 것이어서 사람들이 걷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궁금해서 도청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왜 그러느냐고. 되돌아온 답은 “지역주민과 상가의 의견”이란다. 도청 담당자의 얘기로는 탐라문화광장 조성을 하면서 분수대를 만드는데,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 가까이에서 즐기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분수대를 어떻게 만들지는 모르겠으나 분수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데크시설을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산지천이 서울에 있는 한강이나 부산의 낙동강처럼 어마어마한 규모이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 산지천 폭은 20m 되나 마나다. 분수대에서 어떤 분수쇼를 할지를 모르지만 좀 더 떨어져서 보면 뭐가 덧나나.

행정은 ‘주민과 상가 의견’이라고 했는데, 일반 주민들이 의견을 내면 행정은 모두 들어주고 있는가. 그건 아니지 않는가. 진정한 주민 의견은 수렴을 해주지도 않으면서, 어떤 위력자의 압박인지 몰라도 그걸 의견으로 들어준다면 그건 행정이 할 도리가 아니다. 그런 식으로 들어주면 남아날 제주의 자연이 어디 있을까.

현재 진행중인 산지천 데크시설은 공유수면은 아니다. 공유수면이었으면 당장 법률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텐데 그렇지 못하다. 데크시설은 당초 탐라문화광장 조성사업엔 없던 것이다. 그걸 설계 변경으로 보기도 참 애매하다. 애매한 문제이기에 법적인 문제를 따지기 싫다.

문제는 일부 위력자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와 더불어 더욱 큰 문제가 있다.

산지천 데크시설 모습. 작업 인부들이 경사면에 철골을 고정시키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데크에 올라갈 경우 무너져내릴 수도 있는 안전사고가 우려된다.

산지천 데크시설은 하천 ‘법면’에 세워지고 있다. ‘법면’은 토사나 암반으로 이뤄진 경사면을 말한다. 데크시설을 고정시키기 위해 경사면을 활용하고 있다. 과연 안전한지는 모르겠다. 데크를 연결하는 수단으로 H빔을 쓰고 있으며, 커다란 나사로 경사면에 고정을 하기는 하는데 과연 안전할까. 수많은 사람들이 데크에 올라가서 분수쇼를 구경하다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날에는…….

한마디를 해야겠다. 일부의 의견을 받아들여서 진행하는 데크시설은 필요없다고 본다. 지금 상태로는 안전도 보장돼 있지 않다. 그래서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당장 철거하는 게 답이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7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생명 건강의 섬으로 2015-06-29 18:32:13
항상 큰 그림으로 제주를 생각하는 김기자님 홧팅^^
H빔사진 아니었슴.... 뒷북 칠뻔 했네요!!
생태,안전은 기본이고 세상에 이런 디자인은 초딩이 봐도 챙피할 노릇이네요
진짜 철거가 답이네요^^

제주민 2015-06-27 10:01:48
환경과 도민을 외면하는. 이런 정신나간 공무원들은 빨리. 집으로....

제주신항사업 2015-06-26 22:47:00
이 데크설치와 제주신항사업이 서로 관련있는 것 같군요. 냄새가 솔솔.

개념 없는 제주도 2015-06-26 21:10:54
주민과 상가의견을 받아들여서 이 공사를 제주도가 허가했다하는데 그렇다면 누구나 산지천 같은 공적 공간에 이것 저것 설치할 수 있다는 말이네요. 이렇게 허술한 받침대 설치는 또 무엇이고. 이런 허가의 배경에는 무엇이 작용했는지 심층기사 부탁합니다.

산지물 2015-06-26 10:51:44
그 어렵게 어렵게 산지천 복원해 생태하천을 만들어 놓니까 이거 무슨 해괴한 일인고... 청계천 복원도 이 산지천 복원을 벤치마킹 했다고 하던데 이건 정말 아니주 마씀. 그리고 21세기 다양한 친환경 공법이 많은데 맏침대를 돌위에 고정시킨다는게 이것또한 제주 망신이네. 그것 조금 늘려서 뭐 할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