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이 느린 아이 세 번째 이야기
걸음이 느린 아이 세 번째 이야기
  • 홍기확
  • 승인 2015.06.24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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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88>

 정부는 녹색성장, 창조경제 등 구호가 있고, 기업에는 비전이 있으며, 가정에는 가훈이 있고, 개인에게는 좌우명이 있다.
 모두 다른 단어지만 실제로는 모두 공통된 지향점이 있다. 한 단어로 전체를 설명한다는 것.

 단순히 국내 100대 기업만 한정해서 비전이 어떤지 살펴보자.
 ‘대한민국 대표 은행’ 이 기업이 어떤 은행인지 감이 오는가? 나는 잘 모르겠다. 답은 국민은행이다.
 ‘더 나은 미래를 향한 동행’ 이 기업은 어디일까? 현대자동차다. 자동차의 이미지와 동행을 어느정도는 잘 섞었다.
 ‘더 편리하고, 더 즐겁고, 더 건강한 생활’ 마지막으로 이 기업은 어디일까? 편리. 즐거움. 건강. 단순하고도 훌륭한 비전이다. 이 비전의 주인공은 CJ제일제당. CJ엔터테인먼트, 영화관 CGV, 넷마블 등의 계열사를 가진 CJ그룹이다.

 우리 가정에는 가훈이 있을까? 나에게는 좌우명이 있을까? 방향이 어긋나고 흔들릴 때 가정과 나를 붙잡아 제자리에 놓아줄 안내판이 있을까?
 
 미국의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은 말했다.

 ‘우리 뒤에 놓인 것과 우리 앞에 놓인 것은 우리 안에 있는 것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다. 아름다운 것을 찾고자 온 세상을 여행하더라도 자기 마음속에 아름다움이 없다면 찾지 못할 것이다.’

 헬렌켈러도 말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이 19세기에 사망했으니 그보다 조금 늦게 말했다.

 ‘미지의 땅을 향해 배를 저어나간 사람, 인간의 영혼에 새로운 낙원을 열어준 사람 가운데 비관주의자는 단 한명도 없었다.

 아내와 긍정적인 가치관이 좋은가, 아니면 부정적인 가치관이 좋은가에 대해 가끔 얘기한다. 이때는 내가 보통 부정적인 생각에 지배당하는 시기나, 바버라 에런하이크의 3부작 『긍정의 배신』, 『희망의 배신』, 『노동의 배신』을 읽을 때다.
 언제나 그렇듯 아내의 답변은 간결하면서도 명쾌하다.

 ‘굳이 부정적일 필요 없잖아? 그럼 긍정적인 것이 더 낫지.’

 이 말은 아내의 편식에 관한 명언, ‘편식해도 되지만, 보기 좋지는 않아.’라는 말과 함께 뜨끔하고 상쾌한 답변이다.

 아이가 수학을 빵점 맞고 며칠 후 받아쓰기는 100점을 맞아 왔다. 부정적일 필요가 없었다. 긍정적인 면도 있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아이의 평균 점수는 0+100÷2 = 50점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 받아쓰기를 50점 넘긴 경우가 거의 없다. 지금도 맞춤법은 항상 헛갈린다. 어쩌면 공부만 본다면 평균적으로 아이가 내 어린 시절의 나보다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걸음이 느린 아이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이를 지금의 내 기준에 맞춘 잘못을 발견했다. 반성했다.
 걸음이 느린 아이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아이를 대할 때 일관적이지 못한 부분을 찾았다. 실마리를 잡았다.
 이번 걸음이 느린 아이 세 번째 이야기에서는, 역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 아이를 키우다보니 양육의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식의 순환고리는 계속되었다. 이 와중에 명확한 양육의 비전, 가훈, 좌우명 등 모든 것이 없었다. 주춧돌이 없으니 사소한 충격에도 급격히 부정적인 생각에 지배되었다. 산들바람에도 갈대처럼 흔들렸던 것이다.

 사람이 갈대라면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도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사람은 생각하는 갈대다. 내가 생각을 안 할 리가 없다.

 물론 다음번에도 흔들릴 것이고, 또 생각할 것이다.
 인생을 처음 살아봐서 그렇고, 아이를 처음 키워 봐서 그렇다.
 이게. 긍정적인 삶인가?

 

<프로필>
2004~2005 : (주)빙그레 근무
2006~2007 : 경기도 파주시 근무
2008~2009 : 경기도 고양시 근무
2010 : 국방부 근무
2010년 8월 : 제주도 정착
2010~현재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근무
수필가(현대문예 등단, 2013년)
현 현대문예 제주작가회 사무국장
저서 : 『평범한 아빠의 특별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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