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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만에 다시 열린 제주신항 공청회, “뭐가 달라졌길래?”
25일만에 다시 열린 제주신항 공청회, “뭐가 달라졌길래?”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5.06.23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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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동 지역 어민·상인들 ‘찬성’ 입장 선회 … 화북·건입동 주민들 ‘반발’
제주신항 기본계획 수정안에 대한 2차 공청회가 23일 오전 10시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열렸다.

지난달 27일 1차 공청회에 이어 23일 오전 제주농어업인회관에서 제주신항 기본계획 구상에 대한 2차 공청회가 열렸다.

첫 공청회가 열린 후 한달도 안돼 다시 열린 공청회였지만, 제주도와 용역팀이 이날 발표한 수정안이 기존 안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이날 공청회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어민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 대다수가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30여분간에 걸쳐 용역진의 수정안에 대한 설명 직후 이어진 질의 응답 순서에서 산지어민회장이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았다.

어민회장은 “대규모 신항 건설로 인한 실제 피해자는 산지항 어업인들”이라며 “심사숙고 끝에 2차까지 투쟁하려고 했지만 어업인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 원 도정을 믿기로 했다. 도정도 자식을 품는 입장에서 어민들을 다시는 울리지 않기를 바란다. 저는 찬성을 하는 쪽에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1차 공청회 때 가장 강경한 입장이었던 어민들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이다.

이어 김남규 화북동선주협회장이 질문을 이어갔다.

김 회장은 “친수공간이나 이런 걸 보면 아주 꿈에 그리는 그림 같다”며 “이 그림을 국가에서 시설하는 것이냐 민간에서 할 거냐. 왜냐 하면 제주외항 3단계 공사 공청회 때도 친수공간으로 만들겠다고 해놓고 화북동 주민들을 농락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또 그는 “외항을 건설해서 방파제로 막으면 북서풍이나 북풍이 불면 옆 동네로 엄청난 파도가 일 거다”라며 “제주신항을 하면 화북, 삼양, 용담 지역은 북서풍이 불면 피해가 갈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고 따졌다.

이생기 해양수산국장은 “개발 주체는 당연히 제주도다. 다만 배후 부지는 연기금을 통해 개발하는 방법으로 할 것이고 옛날 탑동방식은 전혀 아니”라며 “월파에 대한 문제는 내년에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즉답을 피해 갔다.

탑동 먹돌 해안을 고스란히 복원해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자신을 건입동 주민이라고 소개한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 회장은 “과연 100년 후에도 크루즈가 계속 들어올 거라고 보느냐”며 특히 신항 개발 계획에 구체적인 원도심 활성화 계획이 전혀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 회장은 또 “수정안에서 먹돌 해변을 복구하겠다고 하는데, 먹돌 해변은 밀물과 썰물이 있어야 한다. 수족관에 있는 생선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복원할 거면 탑동 먹돌 해변을 다 복원해달라. 썰물과 밀물이 있는 먹돌해변이 아니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생기 도 해양수산국장이 질의 답변 순서에서 공청회 참석자들이 쏟아낸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다.

이생기 국장은 이에 대해 “먹돌해변은 수로를 형성하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원상 회복은 힘들겠지만 70~80%까지는 복원할 수 있을 거다”라고 답변했다.

이정생 동문시장상인회 회장은 적극 찬성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만 “2~3조원을 가지고 이런 공사를 할 수 있겠느냐. 더 크게 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제주도민 전체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고 주변에 있는 9개 상권이 어떻게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지도 생각을 하면서 같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창수 선라이즈해운 대표는 “원도심을 활성화하려면 도민들만으로는 안된다. 크루즈 관광객들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특히 기항이 아니라 1박2일, 2박3일 정박할 수 있는 크루즈가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선석으로는 7~8시간도 안된다”고 신항 개발을 통해 선석을 늘려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도내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로서는 유일하게 발언에 나선 홍영철 제주참여환경연대 대표는 인근 상권과의 충돌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홍영철 대표는 “물류 차원에서 신항 개발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도지사와 주민들도 염려하는 부분이 민자 관련 부분”이라면서 “상업시설에 민자가 들어올 경우 분양을 통한 개발이 될 텐데 이 경우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단순히 낙관적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고 지적했다.

특히 홍 대표는 “계획상 매립지에 스트리트몰 등 상업시설이 있다. 도지사는 공영 개발 또는 연기금을 유치해서 하겠다고 하지만 상당히 의문이 든다”며 “이 사업이 시작되려면 도민들로부터 신항 컨셉에 대해 오랫동안 얘기를 듣고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하는 이런 식으로는 안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그는 “최소한 지사가 이런 자리에 와서 자신있게 약속해야 한다. 꿈같은 얘기만 듣고 박수 쳐서 끝낼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문대탄씨도 이와 관련, “제주도에서 물류와 해운을 위해 대규모 항만사업을 하는 것은 경하할 일이지만 상업시설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면서 “해양친수문화지구에 주상복합 등 고층건물을 짓겠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공영개발을 하더라도 이건 장삿속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항만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면 간격을 더 넓혀야 한다”면서 통수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어민들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어항으로 진입하는 수로를 더 넓힐 것 등을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수정안에서는 매립면적이 기존 22만8000㎡에서 20만1000㎡로 2만7000㎡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어항 규모는 항내수면적 17만㎡, 부지 면적 13만2000㎡로 기존 구상안(항내수면적 11만9000㎡, 부지 면적 5만1000㎡)보다 다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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